[김수헌의 경제에 비친 세상 읽기 ⑤] 대우건설에 ‘의견거절’ 태클 건 안진 왜?
[김수헌의 경제에 비친 세상 읽기 ⑤] 대우건설에 ‘의견거절’ 태클 건 안진 왜?
대우조선 사태 후 깐깐한 감사 불가피... 조기 매각, 예기치 않은 부실 등의 영향이란 관측도‘갑(甲)’ 같은 ‘을(乙)’ 직업군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갑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정을 알고 보면 을에 가까운 이들이다. 회계법인·증권사(애널리스트)·신용평가사가 대표적이다. 기업을 감사하고, 분석하고,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일을 하지만, 좀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기업 눈치를 살펴야 할 일이 많은 곳들이다.
대우건설의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인(안진회계법인)이 ‘의견거절’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많은 언론 매체들이 ‘이례적인 조치’라고 표현했다. 왜 이례적인가? 매체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기업이 의견거절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코스피 기업 가운데 지난해 사업보고서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곳은 단 두 곳뿐이라는 설명이다.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맞긴 맞다. 그러나 필자는 안진이 과감하게 태클을 건 대상이 다름아닌 대우건설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본다. 대우건설이 어떤 곳인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조기 매각을 공언한 기업이다. 그리고 건설회사다. 조선 업체나 건설 업체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 시장에서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감사인이 “재무제표 주요 계정에 대한 자료를 회사로부터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고 공언했다. 그것도 산업은행이 불과 한 달여 전 “시장가치에 조기 매각하겠다”며 연말까지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겠다고까지 밝힌 대우건설을 상대로. 안진회계법인 입장에서 보면 대우건설도 갑이겠지만 그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아마 수퍼갑쯤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안진회계법인이 3분기 재무제표 검토의견서에서 밝힌 ‘공식’ 의견거절 이유 말고 또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다. 우선 의견거절에 대한 안진의 공식 입장을 이해하려면 건설업이나 조선업 같은 이른바 ‘수주산업’ 회계에 대한 기본 지식이 좀 필요하다. 기업의 손익계산에서 이익 산출은 수익에서 비용을 빼면 된다. 스마트폰 제조 업체 A사가 있다고 하자. 2015년에 스마트폰 5개를 만들어 3개(개당 1만원)를 판매하면 3만원의 매출(수익)이 발생한다. 판매된 스마트폰의 제조원가(비용)로 1만8000원(개당 6000원) 빼면(기존 재고는 없다고 가정), 1만2000원의 매출총이익을 얻는다.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 및 관리비 7000원을 빼면 영업이익은 5000원이 된다.
건설공사의 경우는 어떨까. 대형 건설공사는 대개 몇 년에 걸쳐 진행된다. 2014년 초 B건설사가 경쟁 입찰에서 20층짜리 오피스텔 공사를 100억원에 따냈다. 이 100억원은 도급금액(또는 계약수익)이라고 한다. 공사 예정 기간은 3년, B사가 예상하는 공사 원가 추정치, 즉 공사총예정원가(투입해야 할 자재비 인건비 등)는 60억원이다. 따라서 B사가 이 공사에서 기대하는 이익은 40억원이 된다. 공사 기간(2014년 초~2016년 말)동안 B사가 예상하는 연도별 공사 투입 원가는 2014년 30억원, 2015년 15억원, 2016년 15억원이다.
만약 스마트폰 업체가 제조완성품을 판매할 때 수익(매출)을 인식하는 것처럼, B사가 오피스텔을 완공해 발주처에 납품할 때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손익계산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B사가 예상한 대로 공사 원가가 발생했다면, 2014년 결산 수익은 0, 비용은 30억원이므로 30억원 손실이 난다. 2015년에는 수익 0, 비용 15억원이므로 15억원 손실이다. 2년 간 적자를 지속하다 마지막 2016년에는 한꺼번에 85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수익 100억원-비용 15억원).
이런 식으로 건설공사를 회계처리하는 것은 기간별 손익 왜곡을 초래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경영성과 측정법이 아니다. 따라서 건설 업체는 제조 업체(완성 기준)와 달리 이른바 진행기준 회계를 적용한다. 2014년 말 결산 때 실제로 투입한 원가를 따져보니 예상대로 30억원이었다. 2015년~2016년까지 앞으로 투입해야 할 공사 예정 원가도 애초 계획대로 3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공사진행률은 50%(2014년의 실제 투입 원가 30억원/총예정원가 60억원)라고 본다. 총예정원가 대비 실제 투입 원가 비율을 공사진행율로 산정한다. 공사진행률이 중요한 것은, 공사 수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2014년의 공사 수익은 도급금액에다 공사진행률 50%를 곱해(100억원X50%) 50억원으로 산출한다. 따라서 2014년 결산에서 공사 이익은 20억원(공사 수익 50억원-공사 비용 30억원)이 된다.
2015년 말의 결산을 해보자. 애초 계획한 대로 2015년의 실제 투입 원가가 15억원, 마지막 해인 2016년에 투입해야 할 원가 역시 15억원으로, 처음의 추정치에 변함이 없다고 하자. 그럼 2015년의 누적 공사진행률은 75%(2014년 및 2015년의 실제 투입 원가 45억원/총공사예정원가 60억원)가 된다. 2015년의 공사 수익은 누적 진행률(75%)에 따른 누적 공사 수익 75억원(100억원X75%)에서 이미 인식한 과거 공사 수익(50억원)을 뺀 25억원이 된다. 2015년의 실제 공사 투입 원가는 15억원이므로 공사 이익은 10억원(25억원-15억원)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오랜 기간 진행되는 대형 공사에서는 이처럼 계획한대로 총공사예정원가나 실제 투입 원가가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결산 때 실제 투입 원가를 산출하고 총공사예정원가를 재 추정해 공사진행률을 산정해야 하는데, 여기에 따라 공사 손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공사 손익을 좌우하는 핵심은 총공사예정원가 추정치의 변화다. 그런데 많은 자원과 인력이 투입되고 여러 외부 변수가 작용하는 수천억원, 수조원짜리 공사의 총공사예정원가 추정치를 결산 때마다 검증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형 건설사나 조선사가 분기실적을 발표할 때 갑자기 대규모 손실을 발표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간간이 있었다. 대부분 해외 대형 플랜트 공사에서 발생한 손실 때문이다. 공사 도중 총공사예정원가 추정치가 증가해 손실을 반영해야 할 상황인데도 손실 인식을 늦췄기 때문으로 분석하는 시각들이 있다. 고의적인 손실 반영 지연은 분식회계다. 이에 대해 회사는 공사 원가 추정의 어려움을 탓한다. 분식회계의 의도를 가지고 숨겨온 것은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다. 회사가 원가 추정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판이니,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원가 추정 자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면 그 검증작업이야 오죽하겠는가. 또 한 가지, 건설 업체의 리스크 요인으로 보통 많이 지적되는 것으로 ‘미청구공사’라는 것이 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앞에서 B사는 2014년에 실제 원가 투입을 기준으로 공사진행률을 50%로 보고, 50억원의 공사 수익을 인식했다. 그런데 공사 수익은 B사가 자기 기준에 따라 손익계산서에 계상하는 수치일 뿐이다. 발주처가 공사진행률을 40%밖에 인정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B사가 발주처에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40억원 밖에 안 된다. 나머지 10억원은 일단 청구하지 않는 금액이라고 해서 ‘미청구공사’라는 계정으로 자산항목에 얹어 둔다. 일종의 공사 미수금인 셈이다. 건설공사에서 미청구공사의 발생과 제거가 반복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발주처나 시공사의 공사 진행에 큰 문제가 생긴다면 손실로 전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기는 하다.
대우건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안진회계법인은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의견거절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공사수익, 미청구(초과청구)공사, 확정계약자산(부채) 등 주요 계정의 적정성 여부 판단을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하는 등 재무제표 검토준칙에서 정하는 절차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준공예정원가의 적절한 추정 변경을 위하여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받지 못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재무제표 주요 계정의 수치가 맞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 자료를 회사가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대우건설이 공사 프로젝트에서 추정 원가 하락으로 수익이 증가했다는 수치를 제시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안진은 추정 원가 변경이 적정한지 회사 제출 자료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의견거절 파장이 확산되자 대우건설은 공식 입장을 냈다. 일부 공사현장에서 예정 원가율과 관련한 내부절차를 준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감사인이 이를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설명이다. 감사인이 요구한 예정 원가 추정 자료를 제출했지만 이 자료에 대해 감사인과 회사간 이견이 발생했고 이를 해소할 시간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공식 설명 자료와 달리 대우건설 측의 물밑 반응은 불만에 가득하다. “올해 1분기 보고서와 반기보고서 검토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다를 것이 없는데 왜 갑자기 감사인이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당황과 황당이 뒤섞인 반응이라고 한다. 한편으로 일각에서는 안진이 처해있는 상황과 검토 의견거절을 결부시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감사를 실무지휘했던 안진회계법인 간부가 지난 11월초 검찰에 구속됐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감독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것과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검찰 수사 외에도 금융감독원이 안진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정밀 회계감리를 진행 중이다. 안진 입장에서는 대우건설을 최대한 깐깐하게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진회계법인은 또한 대우건설의 지정감사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대우건설이 공사 손실충당금을 적게 계상,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 그리고 감사인을 삼일회계법인에서 안진회계법인으로 지정교체했다. 회계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외부감사인을 지정한다. 지정감사인은 아무래도 깐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우조선 사태 이후 수주산업 회계처리에 대해 감독당국이 감사기준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여러 이유에도 이번 대우건설 건에 대해 투자자들은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2016년도 감사보고서(내년 4월 중 예정) 제출에 앞서 안진회계법인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 경고 조치를 했다는 해석이 이들에게 더 먹히는 모양이다. 대우건설 주장대로 지난 1분기와 반기보고서 재무제표 검토 때와 같은 수준의 자료를 3분기에도 안진에 제출했는데, 유독 이번에 자료 부실을 문제삼는 것이라면 그 이유를 10월 산은의 대우건설 조기 매각 발표와 연결시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우건설 조기 매각이 추진된다면 그 과정에서 회사가치 평가를 위한 회계법인의 실사가 진행될 것이다. 안진은 대우건설 감사인이므로 실사 주체가 될 수 없다. 이 때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면, 분기 재무제표 검토 작업을 대충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산은 매물(대우건설)에는 치명적 타격일수 있는 주가 하락 등의 파장과 논란이 뻔히 보이는데도 수퍼을 안진이 태클을 시도한 데는 예기치 못한 부실 발견 등 속사정이 있다는 분석이 당분간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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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의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인(안진회계법인)이 ‘의견거절’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많은 언론 매체들이 ‘이례적인 조치’라고 표현했다. 왜 이례적인가? 매체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기업이 의견거절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코스피 기업 가운데 지난해 사업보고서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곳은 단 두 곳뿐이라는 설명이다.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맞긴 맞다. 그러나 필자는 안진이 과감하게 태클을 건 대상이 다름아닌 대우건설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본다. 대우건설이 어떤 곳인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조기 매각을 공언한 기업이다. 그리고 건설회사다. 조선 업체나 건설 업체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 시장에서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감사인이 “재무제표 주요 계정에 대한 자료를 회사로부터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고 공언했다. 그것도 산업은행이 불과 한 달여 전 “시장가치에 조기 매각하겠다”며 연말까지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겠다고까지 밝힌 대우건설을 상대로. 안진회계법인 입장에서 보면 대우건설도 갑이겠지만 그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아마 수퍼갑쯤 될 것이다.
갑과 수퍼갑에게 경고장
건설공사의 경우는 어떨까. 대형 건설공사는 대개 몇 년에 걸쳐 진행된다. 2014년 초 B건설사가 경쟁 입찰에서 20층짜리 오피스텔 공사를 100억원에 따냈다. 이 100억원은 도급금액(또는 계약수익)이라고 한다. 공사 예정 기간은 3년, B사가 예상하는 공사 원가 추정치, 즉 공사총예정원가(투입해야 할 자재비 인건비 등)는 60억원이다. 따라서 B사가 이 공사에서 기대하는 이익은 40억원이 된다. 공사 기간(2014년 초~2016년 말)동안 B사가 예상하는 연도별 공사 투입 원가는 2014년 30억원, 2015년 15억원, 2016년 15억원이다.
만약 스마트폰 업체가 제조완성품을 판매할 때 수익(매출)을 인식하는 것처럼, B사가 오피스텔을 완공해 발주처에 납품할 때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손익계산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B사가 예상한 대로 공사 원가가 발생했다면, 2014년 결산 수익은 0, 비용은 30억원이므로 30억원 손실이 난다. 2015년에는 수익 0, 비용 15억원이므로 15억원 손실이다. 2년 간 적자를 지속하다 마지막 2016년에는 한꺼번에 85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수익 100억원-비용 15억원).
이런 식으로 건설공사를 회계처리하는 것은 기간별 손익 왜곡을 초래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경영성과 측정법이 아니다. 따라서 건설 업체는 제조 업체(완성 기준)와 달리 이른바 진행기준 회계를 적용한다. 2014년 말 결산 때 실제로 투입한 원가를 따져보니 예상대로 30억원이었다. 2015년~2016년까지 앞으로 투입해야 할 공사 예정 원가도 애초 계획대로 3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공사진행률은 50%(2014년의 실제 투입 원가 30억원/총예정원가 60억원)라고 본다. 총예정원가 대비 실제 투입 원가 비율을 공사진행율로 산정한다. 공사진행률이 중요한 것은, 공사 수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2014년의 공사 수익은 도급금액에다 공사진행률 50%를 곱해(100억원X50%) 50억원으로 산출한다. 따라서 2014년 결산에서 공사 이익은 20억원(공사 수익 50억원-공사 비용 30억원)이 된다.
2015년 말의 결산을 해보자. 애초 계획한 대로 2015년의 실제 투입 원가가 15억원, 마지막 해인 2016년에 투입해야 할 원가 역시 15억원으로, 처음의 추정치에 변함이 없다고 하자. 그럼 2015년의 누적 공사진행률은 75%(2014년 및 2015년의 실제 투입 원가 45억원/총공사예정원가 60억원)가 된다. 2015년의 공사 수익은 누적 진행률(75%)에 따른 누적 공사 수익 75억원(100억원X75%)에서 이미 인식한 과거 공사 수익(50억원)을 뺀 25억원이 된다. 2015년의 실제 공사 투입 원가는 15억원이므로 공사 이익은 10억원(25억원-15억원)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오랜 기간 진행되는 대형 공사에서는 이처럼 계획한대로 총공사예정원가나 실제 투입 원가가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결산 때 실제 투입 원가를 산출하고 총공사예정원가를 재 추정해 공사진행률을 산정해야 하는데, 여기에 따라 공사 손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공사 손익을 좌우하는 핵심은 총공사예정원가 추정치의 변화다. 그런데 많은 자원과 인력이 투입되고 여러 외부 변수가 작용하는 수천억원, 수조원짜리 공사의 총공사예정원가 추정치를 결산 때마다 검증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형 건설사나 조선사가 분기실적을 발표할 때 갑자기 대규모 손실을 발표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간간이 있었다. 대부분 해외 대형 플랜트 공사에서 발생한 손실 때문이다. 공사 도중 총공사예정원가 추정치가 증가해 손실을 반영해야 할 상황인데도 손실 인식을 늦췄기 때문으로 분석하는 시각들이 있다. 고의적인 손실 반영 지연은 분식회계다. 이에 대해 회사는 공사 원가 추정의 어려움을 탓한다. 분식회계의 의도를 가지고 숨겨온 것은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다. 회사가 원가 추정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판이니,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원가 추정 자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면 그 검증작업이야 오죽하겠는가.
일반 제조사와 다른 건설사 회계처리
대우건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안진회계법인은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의견거절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공사수익, 미청구(초과청구)공사, 확정계약자산(부채) 등 주요 계정의 적정성 여부 판단을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하는 등 재무제표 검토준칙에서 정하는 절차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준공예정원가의 적절한 추정 변경을 위하여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받지 못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재무제표 주요 계정의 수치가 맞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 자료를 회사가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대우건설이 공사 프로젝트에서 추정 원가 하락으로 수익이 증가했다는 수치를 제시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안진은 추정 원가 변경이 적정한지 회사 제출 자료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의견거절 파장이 확산되자 대우건설은 공식 입장을 냈다. 일부 공사현장에서 예정 원가율과 관련한 내부절차를 준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감사인이 이를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설명이다. 감사인이 요구한 예정 원가 추정 자료를 제출했지만 이 자료에 대해 감사인과 회사간 이견이 발생했고 이를 해소할 시간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공식 설명 자료와 달리 대우건설 측의 물밑 반응은 불만에 가득하다. “올해 1분기 보고서와 반기보고서 검토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다를 것이 없는데 왜 갑자기 감사인이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당황과 황당이 뒤섞인 반응이라고 한다.
대우건설 신인도·주가에 타격
이런 여러 이유에도 이번 대우건설 건에 대해 투자자들은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2016년도 감사보고서(내년 4월 중 예정) 제출에 앞서 안진회계법인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 경고 조치를 했다는 해석이 이들에게 더 먹히는 모양이다. 대우건설 주장대로 지난 1분기와 반기보고서 재무제표 검토 때와 같은 수준의 자료를 3분기에도 안진에 제출했는데, 유독 이번에 자료 부실을 문제삼는 것이라면 그 이유를 10월 산은의 대우건설 조기 매각 발표와 연결시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우건설 조기 매각이 추진된다면 그 과정에서 회사가치 평가를 위한 회계법인의 실사가 진행될 것이다. 안진은 대우건설 감사인이므로 실사 주체가 될 수 없다. 이 때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면, 분기 재무제표 검토 작업을 대충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산은 매물(대우건설)에는 치명적 타격일수 있는 주가 하락 등의 파장과 논란이 뻔히 보이는데도 수퍼을 안진이 태클을 시도한 데는 예기치 못한 부실 발견 등 속사정이 있다는 분석이 당분간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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