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 윌렘 드 쿠닝 등 알츠하이머 병력을 프랙털 차원에서 찾아내 윌렘 드 쿠닝은 치매를 앓기 전에 ‘발굴’(1950)을 그렸다.미술 작품을 보면 미술가가 그 작품을 제작할 당시 신경퇴행성 장애를 앓고 있었는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고 병이 진단되기 이전이라도 작품의 구도에 드러난 미묘한 변화가 인지능력 저하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치매가 시작돼도 예술적 능력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될 수도 있다는 가설을 내놨다. 예술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치매 환자가 자신을 표현하고 인지능력을 개선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발병 이전에 예술가로 활동하던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하다.이 이론은 아직 증거가 미흡하지만 뒷받침할 만한 연구가 상당수 나와 있다. 일례로 화가 다나에 체임버스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뒤 10년 동안 계속해서 창의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최근 신경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저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에 나타난 구도의 변형으로 인지능력의 저하를 가늠할 수 있는지 조사했다.
살바도르 달리는 파킨슨씨 병을 앓았다.영국 리버풀대학의 연구팀은 유명 미술가 7명의 작품에 나타난 변형을 프랙털 차원(소수점 차원)에서 분석했다. 프랙털 분석은 미술 작품의 복잡한 기하학적 패턴을 확인해 진품 여부를 가리는 데 흔히 이용되는 방법이다. 프랙털 차원에서는 어떤 형상이나 이미지에 나타나는 자기복제 패턴들의 복잡성을 측정할 수 있다. 대다수 미술가가 평생에 걸친 작품 속에서 특정 범주의 프랙털 차원에 머무른다.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7명의 미술가 중 일부는 신경퇴행성 장애를 앓았다. 살바도르 달리와 노르발 모리소는 파킨슨씨, 제임스 브룩스와 윌렘 드 쿠닝은 알츠하이머를 앓았다. 한편 마르크 샤갈과 파블로 피카소, 클로드 모네는 어떤 형태의 신경퇴행성 장애 진단도 받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들의 작품 총 2092점을 분석했다. 작가가 신경퇴행성 장애를 앓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림 속 프랙털 차원의 변화 패턴이 다르게 나타났다.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1907). 신경퇴행성 장애를 앓지 않았던 피카소는 그림의 양식을 자주 바꿨지만 프랙털 차원상의 이질성은 드러나지 않았다.신경퇴행성 장애를 앓은 미술가들은 그림 간에 프랙털 차원상의 이질성이 더 많이 엿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프랙털 차원상의 변화가 더 커진 반면 정상적인 노화 과정을 거친 미술가들은 그 변화가 훨씬 더 작았다. 그림의 양식을 수시로 바꿨던 피카소도 그랬다.
이런 연구 결과가 가까운 장래에 진단의 근거로 활용될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연구팀은 신경퇴행성 장애가 예술적 기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프랙털 차원 분석을 이용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 미술가의 알츠하이머나 파킨슨씨 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레아 서루게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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