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적 메커니즘 아닌 심리적으로 취기 오른다고 느낄 뿐 … 난폭 운전자가 즐겨 마셔 알코올에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마신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보다 더) 취했다고 생각해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술에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마신 사람은 술만 마신 사람에 비해 자동차 사고나 싸움으로 부상을 입을 위험이 더 높다. 지난 3월 ‘음주와 약물 연구 저널’에 실린 13개 연구를 메타분석(meta-analysis)한 결과다.
레드불이나 몬스터, 록스타 같은 에너지 드링크에는 카페인이나 과라나 등의 흥분제 성분이 들어 있다. 하지만 에너지 드링크에 흥분 효과가 있는지는 오랫동안 논란이 일었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미국 미시건대학의 합동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서 알코올과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마실 경우의 효과와 관련해 새로운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 심리학 저널’에 발표를 앞둔(온라인에는 이미 올라 있다) 이 실험에서 연구팀은 보드카에 레드불을 혼합한 칵테일을 마신 사람들은 자신이 취했다고 생각해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에너지 드링크에 포함된 성분 때문이 아니라 에너지 드링크가 취기를 증폭시킨다는 믿음 때문이다. 생리적인 메커니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효과라는 의미다. 알코올에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만드는 칵테일은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끈다.
2011년 프랑스의 한 대학이 실시한 연구에서 프랑스 학생의 54%(남학생 64%, 여학생 46%)가 이 칵테일을 마신다고 답했다. 한편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73%, 이탈리아에서는 85%의 학생이 이 칵테일을 마신다. ‘미국 의학협회 저널’(JAMA)의 기사에서는 술에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마시는 사람은 술만 마시는 사람보다 성추행을 당하거나 저지를 확률 또는 음주운전 관련 사고에 연루될 위험이 2배 더 높다고 밝혔다.
일부 과학자들은 에너지 드링크의 성분과 위험한 행동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들은 에너지 드링크의 카페인 성분이 알코올의 취기를 느끼지 못하게 해 취하지 않은 것으로 믿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9개 연구의 메타분석에서 이 가설에 반론을 제기했다. 이 연구는 보통 에너지 드링크에 함유된 카페인 양이 취기를 느끼는 데 변화를 일으킬 만큼 많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들 연구에서는 참가자들 자신이 알코올에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마시는지 혹은 술만 마시는지를 알지 못했다. 이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놓친 셈이다. 바로 사람들의 믿음에 따른 에너지 드링크의 심리적 영향이다.
우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젊은 이성애자 남성 154명을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갔다. 그들 모두 체격이 건장하고 알코올 중독의 위험이 없는 사교적 음주가(사교적인 자리에서만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였다. 참가자들에게는 ‘바에서의 행동’ 연구를 위한 실험이라고 알린 뒤 파리에 있는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행동연구소에서 실험을 실시했다. 우리는 참가자 모두에게 알코올 함량 40%의 스미르노프 보드카 60g에 레드불 실버 에디션 에너지 드링크 75g, 카라이보스 넥타 160g을 섞은 칵테일을 마시게 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그들이 마신 음료의 이름을 다르게 알려줬다. 한 그룹은 에너지 드링크와 알코올이 들어갔다는 점을 강조해 ‘보드카 레드불 칵테일’, 다른 한 그룹엔 알코올만을 강조해 ‘보드카 칵테일’, 나머지 그룹에는 그냥 ‘이국적인 과일 칵테일’이라고 알려줬다.그런 다음 칵테일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30분을 기다렸다가 참가자들에게 젊은 여성의 사진 15장을 한 장씩 보여줬다. 참가자들은 각각의 사진을 본 뒤 사진 속 여성이 눈앞에 있다면 다가가 말을 걸 의사가 있는지 답했다. 또 그럴 경우 그 여성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줄 것 같은지 예측했다. 성적 자신감 측정을 위한 조사다.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들은 광고와 협찬을 통해 위험한 행동을 부추긴다. 사진은 레드불 모터 레이스의 경주 장면.또한 일반적인 위험 감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가상 풍선을 불어 돈을 딸 수 있는 게임을 하도록 했다. 풍선을 한 번 불 때마다 가상계좌에 돈이 모이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풍선이 터지기 전에 모인 돈을 찾든가 풍선이 터질(이 경우엔 돈도 잃게 된다) 위험을 감수하고 계속 불든가 선택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린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취했다고 느끼는지, 그리고 술에서 깰 때까지 얼마 동안 기다렸다가 운전을 할 것인지 물었다.
이 세 그룹의 참가자들은 모두 똑같은 칵테일을 마셨기 때문에 실제 취한 정도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각자가 느끼는 취기는 그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자신이 마신 음료를 ‘보드카 레드불 칵테일’로 알고 있는 그룹은 다른 두 그룹에 비해 51% 더 취했다고 느꼈다. 이런 효과는 에너지 드링크가 취기를 증폭시킨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더 크게 나타났다. 말하자면 일종의 ‘위약’ 효과다.
또한 ‘보드카 레드불’ 그룹은 풍선 게임에서 위험을 더 많이 감수했으며 성적 자신감도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런 위약 효과는 술에 취하면 충동성이 증가하며 성적 억제력이 떨어진다고 믿을수록 더 강해졌다. 하지만 (자신이 취했다고 생각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을 만큼 술이 깰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답한 시간이 더 길었다.
이런 결과는 술에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서 마시는 것과 2가지 위험한 행동(이성을 유혹하는 것과 도박)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생리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것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 의외의 결과는 참가자들에게 그들이 마신 음료가 술에 에너지 드링크를 섞은 것이라고 말했을 때 자동차 운전에 대해 더 조심스럽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이는 알코올에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마신 사람들이 자동차 사고에 연루될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과 모순된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 둘의 연관성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난폭 운전을 일삼는 사람들이 술에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마시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옳을 듯하다.
문제는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들이 광고와 협찬을 통해 위험한 행동을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소비자가 이런 메시지를 접할 때 에너지 드링크의 위약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효과가 없다고 해도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는 엄연한 현실이다.
- 피에르 샹동, 아라드나 크리슈나, 얀 코닐
※ [피에르 샹동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마케팅학 교수, 아라드나 크리슈나는 미국 미시건대학의 마케팅학 교수, 얀 코닐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마케팅·행동과학과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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