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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대륙의 실수에서 대륙의 자랑으로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대륙의 실수에서 대륙의 자랑으로

중국 안팎에서 시장점유율 높이며 중국 신경제의 대표 주자로 떠올라
레이쥔 샤오미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제조업은 화웨이·BOE·지리자동차가 선두 주자이고, 인터넷 기업은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우리 일상 생활에서는 자주 접할 수 없다.

중국 기업 중 우리 일상 속으로 가장 깊숙이 들어온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샤오미다.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우리가 중국 제품에 가진 선입관을 깨서 ‘대륙의 실수’로 불렸던 기업이다. 누구나 샤오미 제품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샤오미의 보조배터리, 미밴드(웨어러블 밴드), 미박스(셋톱박스),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지고 있다. 굳이 샤오미 제품을 구입하려고 한 게 아니라 가장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사다 보니 마침 샤오미 제품이었다.

우리가 우스개 소리로 샤오미를 대륙의 실수로 불렀던 건 부정적 시각으로 중국 제조업을 폄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중국 제조업이 괄목상대할 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샤오미가 있다.
 레이쥔-둥밍주의 1700억원짜리 내기
중국에서도 샤오미는 설립 초기부터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기업이다. 지금도 회자되는 이야기가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와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의 10억 위안(약 1700억원) 내기다. 2013년 12월 중국 국영 중앙방송(CCTV)에서 개최한 ‘올해의 중국 경제 인물’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선정된 레이쥔은 5년 내에 샤오미 매출액이 거리전기를 넘어선다면 둥밍주 회장이 1위안을 줄 것을 제안했다. 둥밍주 회장은 호기롭게 1위안이 아니라 10억 위안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맞받았다.

스마트폰 등 IT제품을 생산하는 샤오미가 중국의 신경제를 대표한다면,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거리전기는 중국의 전통 제조업, 즉 구경제를 상징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의 내기가 중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2013년 당시 상황에서는 구경제를 대표하는 거리전기의 규모가 훨씬 컸다. 2013년 샤오미 매출액은 316억 위안(약 5조4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거리전기 매출액은 1200억 위안(약 20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레이쥔 회장은 매출액 1000억 위안(약 17조원)을 앞당겨 달성했다고 공개했지만, 거리전기와 비교하면 아직 역부족이다. 거리전기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이 1120억 위안(약 19조원)이었고 한 해 매출은 1500억 위안(약 25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매출액도 거리전기가 샤오미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시가총액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샤오미는 올해 말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기업가치는 대략 680억 달러, 상장 후에는 시가총액이 854억~135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적어도 1000억 달러는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4월 2일 종가 기준, 거리전기의 시가총액은 약 2770억 위안(약 47조원)에 불과하다.

지난 5년 동안 샤오미가 걸어온 길도 평탄치 만은 않았다. 2013년 샤오미는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했고 여세를 몰아 2014년 중국에서 삼성을 제치고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샤오미는 10억 달러를 조달하면서 기업 가치를 46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샤오미는 오포·비보등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고 시장점유율도 하락 추세에 접어든다. 2015년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나 2016년에는 출하량이 36%나 줄면서 중국에서 5위로 수직 낙하했다.

많은 사람이 샤오미의 추락을 점쳤으나, 예상과 달리 샤오미는 빠르게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17년부터 샤오미는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4분기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2810만대를 출하하며 4위를 차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애플·삼성·화웨이 등 상위 업체의 출하량은 모두 감소했으나 샤오미는 출하량이 96.9%나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뚜렷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6.3%나 줄어드는 동안 올린 성과라 더 값지다.

샤오미의 부활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건 인도 등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과 자체 생태계 구축이다. 샤오미는 이미 70여 개국에 진출했고 16개국에서 시장점유율 5위 안에 들었는데, 특히 인도와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레이쥔 회장은 지난해에만 인도에 세 번, 인도네시아에 두 번 방문했다. 샤오미는 인도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하고 여성을 위한 공익사업을 진행하는 등 차별화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인도에 3개의 생산법인을 설립해서 현지에서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를 생산하는 등 토착화 전략도 적극 펼치고 있다.

샤오미와 삼성의 악연도 눈에 띈다. 중국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를 빼앗은 샤오미가 인도에서도 삼성을 앞질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점유율 25%로 삼성전자(23%)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이 6년 동안 1위를 수성해왔던 인도시장에서 샤오미에게 추월당한 것이다.

샤오미의 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 2013년 말 샤오미는 생태계 구축전략을 추진하면서 향후 5년 동안 10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17년 말 기준, 샤오미 생태계에 참가한 기업은 99개, 연 매출액은 200억 위안(약 3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2016년 대비 100% 증가한 수치다. 샤오미는 모든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지분을 투자한 기업이 제조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샤오미 생태계 기업 중 상장기업도 나왔다. 미밴드를 제조하는 화미는 지난 2월 미국주식예탁증서(ADS)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11달러에 1000만주를 발행해서 1억1000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 외에도 샤오미는 한때 발목을 잡았던 특허분쟁을 의식한 듯, 특허취득에도 열심이다. 세계에 걸친 특허 출원 수가 2만4000건이 넘으며 이미 취득한 특허 수도 5920건에 달한다. 마케팅 전략도 온라인에만 의존하던 전략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수정했다. 오프라인 유통매장인 샤오미즈자(小米之家)도 200개가 넘는다.
 100개 스타트업에 투자해 샤오미 생태계 구축
레이쥔 회장은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국내외 출장이 없을 때면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12시가 돼야 퇴근한다고 한다. 샤오미의 다른 임원들도 꼼짝없이 레이쥔처럼 회사 일에 모든 걸 바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화웨이·오포 등 다른 중국 기업에 비해 연봉도 적다고 한다.

하지만 레이쥔 회장은 창업 초기에 후하게 지분을 배분했다. 샤오미가 상장되면 초기 멤버 100명까지는 억 위안(약 170억원) 단위, 1000명까지는 1000만 위안(약 17억원) 단위의 자산을 갖출 거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노력에 대한 확실한 보상, 샤오미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 중 하나다.

※ 김재현 zorba00@gmail.com -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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