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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마저 IPO 철회 랠리] “증시 불안에 자금 조달 불확실성 커졌다”

[바이오마저 IPO 철회 랠리] “증시 불안에 자금 조달 불확실성 커졌다”

올해 상반기 증시 입성 예정했던 8곳 중 5곳 철회… 시장 전체 침체로 이어질 전망
사진:© gettyimagesbank
‘올해는 다르겠지’ 했던 기업공개(IPO) 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또 꺾였다. IPO를 주도해 온 바이오기업들이 지난해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3상 무산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이후 올해 상반기로 대거 상장을 미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재차 상장 연기·철회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KRX헬스케어 지수는 지난해 12월 2915.31을 기록하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번진 3월 현재 2666 수준으로 떨어졌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의 IPO 목적은 자금 조달인데 지금은 상장을 미루는 게 답”이라고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내고 올해 상반기 증시 입성을 예정했던 바이오기업 8곳(카이노스메드·SCM생명과학·압타머사이언스·소마젠·SK바이오팜·노브메타파마·TCM생명과학·듀켐바이오) 중 5곳이 상장예비심사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특히 지난 1월 17일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한 듀켐바이오를 제외한 SCM생명과학·압타머사이언스·노브메타파마·TCM생명과학 등은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불안을 철회 사유로 들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3곳의 상장 연기나 철회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코스닥 이전 상장을 준비했던 TCM생명과학이 가장 먼저 상장 철회를 선언했다.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 TCM생명과학은 지난 2월 7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불안정한 만큼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판매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줄기세포치료제 및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업체인 SCM생명과학도 지난 3월 20일 IPO 철회를 결정했다. SCM생명과학은 “코로나19 여파로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남은 상장 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시장이 안정화할 때까지 상장을 연기한 이후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IPO 통해 연구개발 자금 마련해야 하는데…
대사질환 신약 개발업체 노브메타파마는 증시 입성을 가시권에 두고도 상장 계획을 접었다. 상장예비심사 승인 이후 지난 3월 3일부터 4일까지 진행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이 증시 불안 등 여파로 목표에 미달한 데 따른 결과다. 당시 기관 신청 물량은 노브메타파마가 최소치로 잡은 주당 공모액 3만1400원에 훨씬 미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진단시약 및 신약 개발업체인 압타머사이언스 역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올해 상반기 상장 추진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이달 중 한국거래소에 철회 신고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증시 급락이 바이오기업들의 상장 철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IPO에 나서는 기업의 가치 평가가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컨대 IPO에 나선 기업의 기업 가치나 주식 가격을 추정하기 위해 주간사들은 사업구조나 기업 규모 등이 비슷한 상장사들의 주가를 참고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증시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일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오기업들이 주로 입성하는 코스닥 시장 지수는 올해 초 669.93에서 지난 3월 25일 종가 기준 505.68로 24.5%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가 분류한 KRX헬스케어 지수 역시 8% 넘게 줄었다.

바이오기업들이 IPO를 통해 최대한 많은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것도 현재의 상장 철회 랠리 이유다. 바이오기업은 대부분 뚜렷한 수익원이 확보되지 않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상장을 추진, IPO를 통해 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한다. 자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할 수 있을 때를 노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 바이오기업들은 주로 ‘성장성 추천’ 방식의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데 이 경우 6개월 내 주가 부진 시 상장 주간사는 환매청구권 책임을 져야 한다. 증시가 하락을 거듭하는 시장 불안 상황에선 IPO를 추진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IPO를 신청한 바이오기업 중 유일하게 코스피 상장에 도전한 SK바이오팜도 상장 추진 속도를 늦췄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아직 증권신고서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30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이후 6개월째인 오는 6월 말 이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기관 수요예측, 공모 및 납입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하지만 첫 발도 내딛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뇌전증 발작 치료제 판매 허가를 받는 등 매출 기반을 다져놓은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상장 이후에 대한 불안이 SK파이오팜의 IPO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가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외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바이오산업 관련 글로벌 학회가 연기되는 등 신약 홍보 마케팅 차질이 가시화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영업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바이오업계 실적 악화가 아직 가시화하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상장 이후 곧장 주가가 하락하는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오기업 이탈에 IPO 시장 침체 우려 커져
바이오기업들의 상장 철회는 국내 IPO 시장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조 단위 이상 공모에 나서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속에서도 바이오기업들만이 꾸준히 IPO에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IPO 시장이 최악의 침체를 겪었던 2018년 전체 신규 상장 기업 총 97곳 가운데 24곳(25%)이 바이오기업이었다. 지난해 역시 바이오기업 19곳이 상장하며 전체 신규 상장사의 25%를 차지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바이오기업들의 기업 공모 일정 연기 및 철회가 이어지면서 IPO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재 IPO 절차를 꾸준히 준비 중인 바이오기업은 한국콜마가 인수한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정도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 IPO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 인수 당시 특수목적법인 CKM을 설립해 지분 100%를 인수했는데, CKM에 지분을 넣은 재무적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 등으로 재무안정성 지표가 뒷걸음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주식 시장이 안정을 찾는다면 일부 바이오기업이 IPO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SCM생명과학은 “시장 안정 시점에 맞춰 상장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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