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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주택시장 폭등 … “오는 7월 증시가 불안하다”

[투자고수에게 듣는다 ⑩] 박세익 체슬리자문 전무
미국 부채 한도 유예 종료와 증세 '시장 충격' 우려
주식 비중 줄이고 '현금이 왕'이 되는 국면 기다려야

 
 
“파도가 세게 칠 때, 보트 위에 있으면 멀미나고 토하기 쉽다. 파도타기에 자신이 없다면, 쉬는 것이 낫다.”
 
고비마다 명확한 논리와 분석으로 ‘여의도의 현인’으로 불리는 박세익 체슬리자문 전무는 “2011년 8월의 기억 때문이라도 오는 7월 증시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2011년 8월 미국 사상 첫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쇼크는 국내 증시도 덮쳤다. 2011년 11월 코스피에서 매도호가 급락으로 인한 사이드카가 연거푸 4번이나 발동됐다.
 
박 전무는 오는 7월을 준비하며 '2011년 8월'을 떠올린다. “오는 7월부터 기저효과가 ‘기고효과’로 바뀌는 변곡점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 초기 패닉장에서는 ‘두려워 말고 주식을 사라’고 외쳤고, 올 1월에는 신규자금 접수를 중단하며 시장의 변곡점을 정확히 읽어냈다. 지금은 주식 포지션을 줄이거나 일부 현금을 들고 쉴 때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조정이 올 때마다 컨택트 기업과 가격이 싸진 블루칩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세워두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세익 체슬리자문 전무 [사진 박종근 기자]
 
‘2011년 8월’을 지금 떠올리는 이유는.
 
“미국 금융위기 이후에 엄청난 돈이 풀리면서 희소성 있는 자산부터 급등했다. 원자재 폭등과 주택시장 급등이 왔다. 지금과 굉장히 비슷하다. 그러다 2010년 5월에 1차 쇼크가 온다. 그리스 사태였다. 2011년 8월에는 사상 초유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이슈로 ‘한 방’에 주식시장이 깨진다. 그때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장세도 끝나버렸다.”
 
특히 ‘7월을 조심하라’고 당부한 까닭은.
“올 상반기 증시 조정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실적이 중요한데, 전년 동기대비 무조건 잘 나오니까. 2020년 코로나 위기 직후 시장이 워낙 가라앉았던 탓에 올 상반기에는 기저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올 7월 이후로 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지난해 3분기와 올해 3분기를 비교해야하는데, 지난해 3분기부터는 시장이 가파르게 올라왔다. 오는 7월부터 기저효과가 ‘기고효과’로 바뀌는 변곡점이 올 수 있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 그리스 사태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리먼 사태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슈가 됐든 이제 주식시장의 강력한 버팀목인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주가는 6개월을 앞서간다. 내년 상반기 ‘기고효과’가 본격화하는 양상을 하반기 주가는 선반영할 것이다. 7월을 조심해야하는 이유다.”
 
여름이 오기 전에 주식을 정리해야 하나.
“주식 비중을 가볍게 해야 한다. 올해는 코스피지수가 ‘-5%에서 +15%’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울퉁불퉁한 장이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서 과속하면 차가 망가진다. 전체 주식의 70%는 ‘좋은 주식’으로 가져가고, 30%는 현금을 확보하고 기다려라. 그리고 조정이 올 때마다 ‘아이 무서워’가 아니라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으로 주식을 매수하라. 주식시장의 역사를 보면, 1년 강세장 뒤에는 항상 쇼크가 왔다. 그 기회는 현금을 준비한 자에게만 온다. 주식에 과도하게 투자했거나, 레버리지를 쓰는 사람에게는 조정이 기회가 아니라 위기가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은 어떻게.  
“지나친 성장 기대감에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은 기업, 그 부분을 확 줄여야 한다. 지난해 3월부터 9월에는 우리가 잘 아는 BBIG 빅7(삼바·셀트리온·LG화학·삼성SDI·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이 어려운 시국에 수익이 나는 희소한 기업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차화정 장세가 오면서 경기 민감주들이 올라갔다. 개인적으로 주식 종목 중 전기차를 좋아한다. 2020년 하반기 포트폴리오의 40~50%가 전기차 관련 주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안녕’이다. 올해는 ‘무서운 주식’을 봐야한다. 호텔, 항공, 여행 등 코로나로 망가진 주식은 아직까지 실적이 저조해서 두렵다. 코로나 피해를 많이 본 업종은 올 연말에서 내년 초까지는 추가상승 여력이 많다고 본다.”
 
원자재 고공행진인데, 지금 들어가도 될까.
“차화정 장세가 올 수 있다고 처음 소개한 게 지난해 7월이다. 이제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원자재 기업의 상승 사이클은 보통 1년 6개월이다. 추가 상승 여력이 있지만, 지금은 어깨 수준이다. ‘생선 대가리는 고양이 주라’는 말이 있다. 꼭지까지 수익을 챙기려면 피곤해진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컨택트 기업을 추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발목에서 무릎까지 올라왔다. 현재 어깨 정도에 있는 원자재 관련 기업을 6월까지 분할 매도하고, 조정이 있을 때마다 컨택트 기업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
 
국민주 삼성전자가 7만전자로 떨어지기도 했다. 매수 기회인가.
“올 초 ‘10만전자’를 바라보며 9만6000원까지 상승했던 삼성전자가 5월에는 8만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블루칩은 고점 대비 15% 가량 빠졌다면 사는 것이 좋다. 하락해봐야 고점 대비 마이너스 30%까지 빠지는 게 최대치다. 대형주에 투자할 때는 ‘위대한 기업인가’를 보면 된다. 그렇다면 카카오는 위대한 기업일까. 그렇다. 어마어마한 혁신 자회사를 가지고 있고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이 조정 받으면 매수하는 것이 좋다. 다만 8월까지는 시장이 왔다갔다 할 수 있어 분할 매수로 접근해야 한다.”
 
하반기 눈여겨볼 이슈는.
“미 바이든 정부의 세금 증세 부분이 중요하다. 법인세 28% 증세냐, 25%냐, 22%로 시늉만 하느냐 거기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굉장히 엇갈릴 수 있다. 만일 25%로 법인세를 올리게 되면, 미국 기업의 이익이 마이너스 7%포인트 줄어든다. 오는 7월에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진행될 예정인데, 이와 맞물려 증세 부분이 매우 큰 노이즈가 될 수 있다. 2분기 어닝시즌이 8월에 끝나면 8월 말부터 9월에 증세 수준에 따라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시장을 이기는 포트폴리오’를 소개해준다면.
“케인즈가 주식시장은 미인대회라고 했다. 시장을 이기는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해선 시장의 색깔을 이해해야한다. 지금 시장이 히든 싱어를 뽑는 것인지, 모창가수를 원하는지, 트로트가수를 뽑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예컨대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의 급등이 비이성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건 ‘저 사람은 모창가수인데 왜 우승을 하는 거야’라는 말과 같다. 히든싱어에서는 모창을 잘하는 가수가 우승한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해에는 경기 쇼크에 성장이 나오는 기업이 주목 받았고, 이제는 경기가 회복되니 대중들이 좋아하고 많이 이용할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을 사야하는 시기다.”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어려움을 겪는 ‘주린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파도가 세게 칠 때, 보트 위에 있으면 멀미나고 토하기 쉽다. 작년에 먹은 수익도 토해낼 수 있다. 2020년은 경제쇼크로 살아남은 기업들이 죽은 기업들의 몫까지 가져가는 시기였다. 주가가 급등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바이앤홀드(buy&hold)하면 큰 수익을 내는 장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왔다갔다 하는 변동성 장이다. 이럴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변동성을 기가 막히게 타는 매매를 하는 것이다. 흔히 파도타기라고 한다. 파도타기에 능숙한 사람은 재미있는 장이다. 하지만 자신이 없다면, 쉬는 것이 낫다. 지난해 주식을 시작한 주린이라면, 테크니컬한 서핑 기술보다, 캐쉬(cash)가 다시 킹(king)이 되는 그런 국면을 기다리라고 조언하고 싶다. 쉬는 것도 투자다. 지금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현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앞으로 계속 현금이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금이 왕’이 되는 국면이 2년마다 반복이 되고, 왕에서 황제가 되는 국면도 10년마다 1번씩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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