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직접 설계도 한다…진화하는 AI 반도체 시장, 한국 위치는?
인텔부터 구글까지 'AI 반도체' 강화…한국은 생태계 다진다
구글이 인공지능(AI)이 직접 설계하는 AI 반도체칩을 개발했다.
지난 11일 IT 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와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구글이 이번에 개발한 AI 소프트웨어는 인간 전문가가 몇 달에 걸쳐 작업하는 설계를 6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이렇게 설계 된 AI 반도체칩은 AI의 데이터 분석과 딥러닝(심층 신경망 학습)에 쓰일 예정이다.
AI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 중이다. AI, 자율주행, 빅데이터 기술이 진화하면서 AI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AI 반도체는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학습·추론·연산 등을 실행하는 반도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9년 123억달러(약 13조8500억원)에서 2024년 439억달러(약 49조4300억원)로 5년 새 3.6배 급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은 퀄컴, 엔디비아 등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이나 인텔 등 종합 반도체 기업 뿐 아니라 IT 기업들도 AI 반도체 경쟁에 참전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AI반도체가 직접 AI반도체를 설계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은 AI 반도체 기술 보유 기업을 끌어안으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엔디비아는 2020년 반도체 설계 IP 전문 기업 ARM을 인수했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의 IP를 보유한 기업이다.
인텔은 프로그래머블 칩(FPGA) 전문 기업인 알테라와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이스라엘 하바나랩스를 인수하며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CPU 세계 2위인 AMD도 FPGA 기업 자일링스를 인수하며 AI 반도체 역량을 키웠다.
메모리반도체 1위 한국은 AI 반도체 기술에 있어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주국, 일본에도 뒤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핵심 분야로 꼽히는 ‘AI반도체 소프트웨어’와 ‘AI반도체 설계’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약점으로 꼽았다(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AI반도체 기술의 경우 한국은 미국의 84.0% 수준"이라며 "중국 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비교 대상국 중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미국의 AI반도체 기술 수준(100)을 기준으로 유럽은 89.8, 중국 89.3, 일본은 88로 나타났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다. 하지만 반도체 전체 시장을 보면 시스템 반도체가 73.3%, 메모리반도체가 26.7%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의 3배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시스템 시장 점유율은 낮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강국 한국에서 유독 존재감이 미미했던 ‘AI 반도체’ 생태계가 꿈틀대고 있다. 반도체 기업 뿐 아니라 SK텔레콤, 네이버 등 IcT 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하며 국내 AI반도체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정부도 산업 육성정책을 확대하고 AI반도체 공급처와 수요처를 연결하며 AI반도체 생태계의 다리를 놓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일 AI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에 투자했다. 퓨리오사AI의 투자유치액은 800억원 상당으로 네이버의 기업형 액셀러레이터 조직 D2SF 주도로 DSC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퀀텀벤처스 코리아, 아이온자산운용,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했다.
네이버의 AI반도체 투자는 처음이 아니다. 5년 전인 2017년에도 퓨리오사 AI에 5억원을 투자했다.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와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서버에서 AI 성능을 극대화하는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특히 학습된 모델로부터 결과를 추론하는데 최적화된 AI 칩을 설계하고 뛰어난 컴파일러(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 기술 역량을 보유했다고 평가 받는다.
네이버가 보유한 데이터와 플랫폼에 AI 반도체 기술을 더해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퓨리오사AI는 네이버 D2SF가 성장을 지원해 온 국내 최고 AI 반도체 기술 기업"이라며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퍼클로바, 로보틱스, 자율주행, 동영상, 클라우드 등 네이버와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최근 클라우드 사업자와 팹리스 기업을 AI 반도체 수요·공급 관계로 연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일 AI반도체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 참여자들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국산 반도체를 실증·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수요 맞춤형 반도체 개발에 협력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공급 기업으로는 SK텔레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참여했다. AI 반도체가 필요한 수요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더존비즈온, 카카오엔터프라이즈, NHN, KT,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등이 함께했다.
상호협력을 계기로 SK텔레콤이 작년 11월 개발한 첫 국산 AI 반도체는 NHN의 AI 사업에 투입된다. 기술 실증을 통해 성능과 안정성이 확인되면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김동훈 NHN 클라우드사업그룹 전무는 "앞으로도 NHN은 국내를 대표하는 클라우드, AI 사업자로서 국산 AI가속장치가 ‘제2의 D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내 제조사들과 협업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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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IT 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와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구글이 이번에 개발한 AI 소프트웨어는 인간 전문가가 몇 달에 걸쳐 작업하는 설계를 6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이렇게 설계 된 AI 반도체칩은 AI의 데이터 분석과 딥러닝(심층 신경망 학습)에 쓰일 예정이다.
인텔부터 구글까지 'AI 반도체' 총력
AI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 중이다. AI, 자율주행, 빅데이터 기술이 진화하면서 AI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AI 반도체는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학습·추론·연산 등을 실행하는 반도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9년 123억달러(약 13조8500억원)에서 2024년 439억달러(약 49조4300억원)로 5년 새 3.6배 급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은 퀄컴, 엔디비아 등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이나 인텔 등 종합 반도체 기업 뿐 아니라 IT 기업들도 AI 반도체 경쟁에 참전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AI반도체가 직접 AI반도체를 설계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은 AI 반도체 기술 보유 기업을 끌어안으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엔디비아는 2020년 반도체 설계 IP 전문 기업 ARM을 인수했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의 IP를 보유한 기업이다.
인텔은 프로그래머블 칩(FPGA) 전문 기업인 알테라와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이스라엘 하바나랩스를 인수하며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CPU 세계 2위인 AMD도 FPGA 기업 자일링스를 인수하며 AI 반도체 역량을 키웠다.
'메모리 1위' 한국, 중국보다 AI 반도체 기술 뒤쳐져
메모리반도체 1위 한국은 AI 반도체 기술에 있어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주국, 일본에도 뒤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핵심 분야로 꼽히는 ‘AI반도체 소프트웨어’와 ‘AI반도체 설계’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약점으로 꼽았다(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AI반도체 기술의 경우 한국은 미국의 84.0% 수준"이라며 "중국 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비교 대상국 중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미국의 AI반도체 기술 수준(100)을 기준으로 유럽은 89.8, 중국 89.3, 일본은 88로 나타났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다. 하지만 반도체 전체 시장을 보면 시스템 반도체가 73.3%, 메모리반도체가 26.7%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의 3배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시스템 시장 점유율은 낮다.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 꿈틀..."제2의 D램으로 키운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강국 한국에서 유독 존재감이 미미했던 ‘AI 반도체’ 생태계가 꿈틀대고 있다. 반도체 기업 뿐 아니라 SK텔레콤, 네이버 등 IcT 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하며 국내 AI반도체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정부도 산업 육성정책을 확대하고 AI반도체 공급처와 수요처를 연결하며 AI반도체 생태계의 다리를 놓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일 AI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에 투자했다. 퓨리오사AI의 투자유치액은 800억원 상당으로 네이버의 기업형 액셀러레이터 조직 D2SF 주도로 DSC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퀀텀벤처스 코리아, 아이온자산운용,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했다.
네이버의 AI반도체 투자는 처음이 아니다. 5년 전인 2017년에도 퓨리오사 AI에 5억원을 투자했다.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와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서버에서 AI 성능을 극대화하는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특히 학습된 모델로부터 결과를 추론하는데 최적화된 AI 칩을 설계하고 뛰어난 컴파일러(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 기술 역량을 보유했다고 평가 받는다.
네이버가 보유한 데이터와 플랫폼에 AI 반도체 기술을 더해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퓨리오사AI는 네이버 D2SF가 성장을 지원해 온 국내 최고 AI 반도체 기술 기업"이라며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퍼클로바, 로보틱스, 자율주행, 동영상, 클라우드 등 네이버와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최근 클라우드 사업자와 팹리스 기업을 AI 반도체 수요·공급 관계로 연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일 AI반도체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 참여자들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국산 반도체를 실증·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수요 맞춤형 반도체 개발에 협력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공급 기업으로는 SK텔레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참여했다. AI 반도체가 필요한 수요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더존비즈온, 카카오엔터프라이즈, NHN, KT,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등이 함께했다.
상호협력을 계기로 SK텔레콤이 작년 11월 개발한 첫 국산 AI 반도체는 NHN의 AI 사업에 투입된다. 기술 실증을 통해 성능과 안정성이 확인되면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김동훈 NHN 클라우드사업그룹 전무는 "앞으로도 NHN은 국내를 대표하는 클라우드, AI 사업자로서 국산 AI가속장치가 ‘제2의 D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내 제조사들과 협업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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