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못 찾고, 시기 놓치고… IT 업계 난제 풀 입법 없나
개보법·전상법 개정안, 정부와 산업 뚜렷한 온도차 보여
구글 갑질 방지법은 여야 지리멸렬한 정쟁으로 무산 위기
정부가 개정을 추진 중인 개인정보호법이 논란을 겪고 있다. IT 업계는 개정안에 담긴 경제제재를 문제 삼고 있다. 기존엔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벌어지면 관련 매출의 최대 3%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개정안에선 ‘국내외 전체 연 매출’의 3%로 늘어났다. 기존보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과징금 범위가 커지는 셈이다.
IT 업계는 “개인정보 처리가 필수적인 사업을 운영하는 중소·벤처기업은 경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과징금의 규모가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기준과 유사한 규모라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을 추진 중인 전자상거래법을 둘러싸고도 말이 많다. 판매자의 과실로 발생한 소비자 피해를 플랫폼이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다. 플랫폼 거래 시장에서 소비자 불만과 피해가 커진 만큼,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반면 업계는 다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대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 플랫폼에 과도한 의무를 지어 산업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과가 안 돼서 문제가 되는 법도 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으로 불린다.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시행하는 ‘인앱결제 의무화’를 막는 법이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담겼다. 콘텐트 업계는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기 전 조속한 입법을 원하고 있지만, 국회는 논의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이들은 모두 IT 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이다. 업계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의 대응책 마련을 위해 국회가 머리를 맞댄 결과이지만, 차질 없이 진행되는 법이 없다.
특히 신 산업분야의 규제를 둘러싼 입장이 첨예하다. 생태계를 옥죌 우려가 뚜렷한 법이 있는가 하면, 시급한 입법마저도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법안소위가 열릴 때마다 업계,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불협화음을 내는 이유다.
과거부터 입법이 IT 산업의 변화무쌍한 시류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업종 고유의 특성을 무시한 채 관련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입법 편의주의도 고질병처럼 도지고 있다. 법은 산업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의 세심한 역할론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처럼 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냉철하고 신중하게 전개돼야 하는데도 국회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IT 관련 법안을 다루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전체회의가 열렸던 지난 16일의 국회 상황을 보자. 당시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입법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 일정을 잡지도 못하고 해산했다. TBS 감사청구권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원회에선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논의할 예정이었다.
디지털 콘텐트 업계 관계자는 “향후 소위원회 일정이 언제 잡을지도 미지수고, 9월부턴 국정감사 이슈로 국회가 바빠 사실상 법 통과가 무산된 상황”이라면서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회가 정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하루빨리 되찾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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