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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비수기인데”…하반기 '전세대란' 현실화

매물 실종에 호가 올라, 가을 이사철 폭등 우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시세표. [연합뉴스]
신혼부부인 30대 직장인 A씨는 현재 실거주하고 있는 용산 소형 아파트의 최근 전세 시세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실거래가나 호가가 2년 전보다 3억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가을이 계약만료인데 요즘 집값뿐 아니라 전세가격이 크게 올라 걱정이 크던 상황"이라면서 “고민 끝에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며 전세 계약을 2년 연장하겠다고 미리 연락했다”고 말했다.
 
16일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전통적인 이사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임에도 서울 주요지역 전세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차 전세 매물이 실종되고 있는 데다 2~3개월 뒤인 가을 이사철에는 반포 발(發) 이주 수요 여파가 가중되며 본격적인 ‘전세 대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거래량 반토막’ 매물 적고 호가 올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비교 [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2주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7월 12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전주 0.11%에서 0.13%로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이 0.19%에서 0.16%로 소폭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상승은 최근 거래량이 급감함에 따라 일어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7월 16일 기준)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6월 1만2107건을 기록한 데 비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6990건에 그치며 거의 반토막 났다.  
 
서울에서 이런 현상이 눈에 띄는 지역은 서초·동작·용산 등이다. 특히 용산구 이촌동과 동작구 흑석동 소재 아파트 소형 타입은 매물이 단지마다 1~2건에 그치면서 호가가 오르고 있다. 최고 6억원에 거래되던 흑석동 한강현대 전용면적 66㎡ 타입은 저층 매물을 제외하면 호가가 8억원에 달한다. 바로 옆 신축인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59㎡ 타입은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인접한 상도동과 본동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는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인해 전세 매물이 잠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동작구 부동산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서 부동산에 나올 매물이 없다”며 “어쩌다 나오는 매물도 월세나 반전세로 나오다보니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재개발 이주 스타트, 반포 發 ‘전세대란’ 예고

 
문제는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반포주공 1단지 3주구(1490세대)의 이주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은 전세난을 막기 위해 3주구 관리처분을 늦출 계획이었지만 조합 반발에 손을 들면서 결국 이곳 역시 오는 9월부터 이주를 개시하게 됐다. 지난달부터 이주를 시작한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2120세대)의 이주기한은 11월 30일까지로 가을동안 수천세대의 이사 기간이 겹치게 됐다.
 
이에 따라 반포, 잠원 등 강남권은 물론 인접한 용산, 동작까지 전세수요가 늘 수 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이촌동 현대아파트와 노량진뉴타운 6구역도 지난달 이주를 시작했고 노량진2구역 또한 연내 이주를 앞두고 있다. 결국 용산과 동작 주변지역까지 도미노 식 전세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 급등에 따라 임대차 시장에 나올 주택이 '패닉바잉'에 나선 실수요자에게 대거 매수되며 전세공급은 이미 급감한 상황”이라면서 “세입자들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인해 전세 매물이 더욱 줄고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가세하며 하반기 전세가격은 폭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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