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쩐의 전쟁’에 웃고 우는 유통株①] 마켓컬리·SSG닷컴 IPO로 ‘몸값’ 높인다
161조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현재 선두주자 없는 블루오션
마켓컬리·SSG닷컴 내년 상장 후 투자금 늘리고 인지도 확보
◆ 스페셜리포트
① 마켓컬리·SSG닷컴 IPO로 ‘몸값’ 높인다
② 네이버·카페24 혈맹 소식에도 주가는 ‘글쎄’
③ 공격적 M&A에 신세계 ‘웃고’ 롯데쇼핑 ‘울고’
올해 상반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가장 큰 이슈는 쿠팡의 미국의 주식시장 입성이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886억5000만달러(약 100조원)에 달했고, 이후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과 흑자전환 지연 등으로 주가가 내렸지만 지난 23일 현재 543억 달러(약 64조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국내 코스피 시총 5위인 카카오(약 65조원)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쿠팡이 상장을 추진한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상장 전 쿠팡의 누적 적자는 41억 달러(약 4조5000만원)에 달했고, 로켓배송 도입과 물류센터 확충 등으로 그간 받았던 투자금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였다. 새로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이커머스 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는 위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입성하면서 총 1억3000만주를 주당 35달러에 공모, 총 45억5000만 달러(약 5조원)의 신규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쿠팡은 이 돈을 물류센터 건설과 동남아 시장 진출, 로켓프레시, 쿠팡 이츠 등 신사업 추진에 활용 중이다.
이커머스 업체 점유율 경쟁 치열
쿠팡의 상장 이후 국내 이커머스 업계 경쟁사들도 기업공개(IPO)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벽 배송 3사’로 불리는 쓱(SSG) 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이 대표적이다. 3사 모두 내년 상반기 상장을 계획 중이다. 11번가는 2023년이 목표다. 경영진 교체와 실적 악화 등 악재로 올 하반기 예정됐던 상장을 한 차례 미룬 티몬도 상장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이커머스 시장에 상장 이슈가 넘쳐나는 건, 유통의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것에 비해 아직 선두주자로 내세울 기업은 없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1조123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1% 늘어났다. 지난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온라인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큰 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는 불분명하다. 통상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서야만 시장 선도 기업으로 불리는데, 아직 쿠팡을 비롯한 상위 기업들도 10%대 점유율에 머물러 있다. 하위 기업들에도 반격의 기회가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17%, 쿠팡 13.7%, 이베이코리아 12% 등의 순이다. 상장 예정인 마켓컬리와 오아시스의 점유율은 각각 1% 미만으로 추정된다.
이에 이커머스 업체들은 상장으로 대규모 자본을 수혈,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고 기업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첫 주자는 오아시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유통, 물류 사업을 영위하던 오아시스는 2018년부터 온라인 새벽 배송 시장에 진출, 경쟁사인 마켓컬리와 SSG닷컴과 달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 매출액은 2386억원, 영업이익은 97억원이다. 현재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상장 후 전망도 밝다. 오아시스는 지난 7월 글로벌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해 7600억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새벽 배송 일수를 주 6회에서 7회로 늘렸고, 호남권을 제외한 전국권 새벽 배송도 준비하고 있다”며 “4분기부터 매출액 성장률의 기울기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 코로나 19 종식 후에도 변함없는 성장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 적자 폭 늘어 기업가치는 “글쎄”
두 번째 상장 주자는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쓱(SSG) 닷컴으로 점쳐진다. SSG닷컴은 지난 13일 KB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 요청서를 발송했다. SSG닷컴의 지난해 매출액 1조2941억원, 영업손실 259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53% 증가했고, 적자 폭은 350억원가량 줄었다.
시장에선 SSG닷컴의 상장 후 기업가치를 최대 10조원으로 추정한다. 앞서 경쟁사인 쿠팡이 거래액 대비 2.5배 수준의 시가총액을 기록한 것 반영한 수치다. 다만 SSG닷컴의 상장 후 주가는 향후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 창출 여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20조원으로 SSG닷컴(약 4조원)과 합치면 쿠팡(약 2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미국 상장을 포기하고 국내 증시 입성으로 눈을 돌린 마켓컬리는 아직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서지 못했다. 다만 내년 상반기 상장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액 9531억원, 영업손실 116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123.7%나 성장했지만, 적자 폭도 150억원 늘었다.
마켓컬리는 지난 7월 9일 2254억원 규모의 투자금(시리즈F)을 유치하면서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새벽 배송 1위’ 업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상장 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이 늘긴 했으나 영업손실도 큰 폭으로 늘었다”며 “적자 폭이 줄어들지 않으면 상장을 추진한다고 해도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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