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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왜?” 실업급여 반복 수령하면 절반까지 깎기로

5년간 3회 이상 수급부터 감액
2020년 기준 9만4000여명 해당
노동계 “코로나 상황 고려 안 해”

 
 
지난 4월 서울 시내 한 고용센터에서 방문객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대기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앞으로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반복해서 받으면 수급액이 최대 절반까지 깎인다. 다시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늘어난다. 구직급여 반복 수급자가 많은 사업장의 사업주는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5년 동안 3회 이상 구직급여를 수급한 경우부터 횟수별로 지급액을 삭감한다. 5년간 3회 수급자는 일액(1일 구직급여액)의 10%, 4회 수급자는 25%, 5회 수급자는 40%, 6회 이상 수급자는 50%까지 지급액이 줄어든다. 구직급여 수급 자격 인정부터 수급까지 걸리는 대기시간도 길어진다. 5년간 3회 수급자는 2주, 5년간 4회 이상 수급자는 4주를 기다려야 한다.  
 
사업주에 대한 제재 방안도 포함했다. 구직급여 제도를 악용해 단기일자리를 계약하는 등의 관행을 막기 위해서다. 사업장별로 구직급여 수급자 중 12개월 미만 근속자 비율이 90%를 넘거나, 사업장에 3년간 부과한 구직급여 보험료보다 수급액 비율이 5배가 넘는 경우가 해당한다. 이때 사업주는 보험료를 40% 안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통상 실업급여로 불리는 구직급여는 실직자의 안정적인 생활과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지급하는 수당이다. 6개월(주휴일 포함 180일) 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비자발적 퇴사를 했을 경우 4개월간 받을 수 있다. 구직급여 하한액은 하루 6만120원, 월 181만원(주 40시간 근로 기준)으로 올해 월 최저임금 182만원과 비슷하다.  
 
이전까지는 근로자가 실직과 구직을 반복하더라도 이 요건을 충족하면 구직급여를 계속해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제도를 악용해 6개월만 일하고 4개월은 구직급여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사람들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관련법을 개정한 것이다.  
 
실제 구직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2020년 실업급여 반복수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받은 사람은 2016년과 2017년 7만7000명대를 기록한 이후, 2018년 8만3000명→2019년 8만7000명→9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이들에게 지급한 금액도 2016년 2180억원에서 2020년 48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폭증한 바 있다.  
 
구직급여 반복·부정 수급 등 문제와 함께 고용보험기금 재정도 악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문재인 정부 첫해였던 2017년 말에 10조원을 웃돌았고, 고용보험기금 수지도 6755억원 흑자였다. 하지만 2018년부터 적자 전환해 2019년에는 2조87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2조원 가까운 적자가 예상된다.  
 
고용부는 “구직급여를 받는 기간을 휴가로 인식, 단기간 취업을 반복하면서 적극적인 구직 활동 없이 취미 활동 등을 하는 행태를 개선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지출이 급증한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이번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반복수급 횟수는 ‘법 시행 이후’부터 집계된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의 내용을 적용받는 사람은 2025년부터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실업급여 확대해오더니 이제 와서?”

일각에서는 고용보험기금 지출 증가를 반복·부정 수급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불가피한 현상이었으며 그 전부터 정부가 실업급여 지급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최소 90일에서 120일로 늘렸고, 지급액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높였다. 이때 실업급여 월 하한액(주 40시간 근로 기준)도 18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월 최저임금(179만5310원)보다 증가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정부가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아, 오히려 반복 수급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단기 취업이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기업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정규직보다 임시직을 더 많이 고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임시근로자(489만3000명)는 전년 동월(455만3000명)보다 7.5%(34만명)나 증가했다. 반면 상용근로자(1500만1000명)는 지난해 같은 기간(1448만6000명)보다 3.6%(51만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당 근무시간이 36시간도 되지 않는 단기 일자리 취업자(624만6000명)도 11.7%(65만3000명) 증가했지만, 36시간 이상 취업자(2104만3000명)는 2%(41만2000명) 증가에 그쳤다. 사실상 단기 취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근로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8월 참여연대는 고용부 입법 예고에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는 “코로나19 시대에 고용보험 적자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인데도, 정부가 적자만을 이야기하며 고용안전망 강화를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외에서도 반복 수급을 제한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도 말했다.  
 
고용부는 의도치 않게 구직급여를 반복해서 받은 사람의 불이익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직이 잦은 단기예술인 등 일용근로자, 적극적인 재취업 노력이 있는 사람, 임금·보수가 적어 구직급여 기초 금액이 적은 사람 등에는 수급 횟수를 반영하지 않도록 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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