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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ITDA가 뭔가요?” 투자자 홀리는 ‘숫자의 마법’ [한세희 테크&라이프]

매출·이익이 기업 실력 드러내는 지표 아니지만…
스타트업 제시하는 화려한 숫자만 추종해선 낭패

 
 
우버는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조정 EBITDA를 강조한다.[AP=연합뉴스]
 
온디맨드 차량 호출의 대표주자는 우버다. 기업가치 평가액 기준 세계 최대 스타트업이었고, 상장한 지도 이제 2년이 넘었다. 하지만 우버의 분기 실적 발표는 여전히 암호문 같다. 매출과 손익을 발표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이 회사는 조정(adjusted) EBITDA를 발표한다.  
 
“2021년 3분기 조정 EBITDA 기준, 상장 이후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 적자라는 건가, 아니면 흑자라는 건가.  
 
EBITDA는 ‘법인세와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말한다. 순전히 기업의 영업 활동만으로 벌어들인 현금의 규모를 볼 수 있어, 사업의 실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스톡옵션처럼 기업의 핵심 영업 활동과 관계없는 비용을 빼고 실제 사업의 현금 창출 능력만 보는 것이다. EBITDA가 좋으면 현재 손실을 보는 기업이라도 성장 잠재력은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조정 EBITDA는 한 걸음 더 나아가 EBITDA에서 각 기업 상황에 맞게 여러 요소를 더하거나 뺀 지표다. 가감되는 요소는 기업이 정한다. 우버 말고도 리프트, 옐프, 핀터레스트 등의 실리콘밸리 기업이 조정 EBITDA 실적으로 소통한다. 많은 사용자와 널리 쓰이는 서비스를 갖고 있지만, 수익성은 아직 그리 좋지 않은 회사들이다.  
 

스타트업 성장 잠재력 이해할 핵심 수치 찾아야

투자자에게 기업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를 제시하려는 것이지만, 불리한 사실을 감추고 긍정적 이미지만 비춰 투자자를 호도할 소지도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회사 버크셔헤서웨이의 찰리 멍거 부회장은 실적 발표에 EBITDA를 활용하는 것을 두고 “EBITDA 실적은 ‘x소리’이며, 지적으로 부정직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기업 상황을 잘 보여줄 지표를 제시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기업의 미래 잠재력은 시장 흐름에 부합하는 성장 스토리를 구체적 숫자의 지표로 뒷받침해 보여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회계 장부의 매출과 손익만이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특히 성장이 빠른 스타트업은 더욱더 그렇다. 매출 및 사용자 증가율, 체류시간, 방문자 수 등도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나 중개 플랫폼 기업이라면 그 서비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액을 말하는 총판매액(GMV, Gross Merchandise Volume)이 플랫폼의 활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페이스북(메타)은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의 비율을 핵심 지표로 삼았다. 우버는 실적 발표 때 자사 플랫폼 내 총 승차 및 음식 주문 규모를 밝힌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꾸준히 모여야 하는 소셜미디어나 많은 주문이 이뤄져야 하는 모빌리티 및 음식 배달 플랫폼의 특성에 꼭 맞는 지표다. 더불어 지표가 꾸준히 좋아져 회사 입장에서 외부에 알리기 좋은 숫자이기도 하다.  
 
트위터는 2019년 초 실적 발표에서 MAU 대신 DAU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당시 트위터는 MAU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페이스북은 말할 것도 없고, 스냅챗에도 밀린다는 의구심을 사고 있었다. 반면 내부적으로 DAU는 여전히 상승세였다. 사용자 기반이 커지지는 않더라도 충성 사용자층은 늘고 있다는 신호였다. 트위터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더 좋은 DAU 성장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또 트위터는 단순 DAU가 아니라 ‘수익화 가능한 DAU (mDAU, monetizable DAU)’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mDAU는 광고에 노출되는 실제 사용자 수를 말한다. 트위터는 이즈음 스팸 계정과 봇 계정을 대거 정리하면서 사용자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빚었는데, mDAU라는 지표를 제시함으로써 갑자기 사용자 기반이 ‘알짜’인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스냅챗에 비해 DAU가 적다는 인식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었다. 스냅챗 사용자 중에는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내기만 하는, 즉 스냅챗 서비스 중 광고가 있는 영역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지표는 트위터의 비즈니스가 더 ‘긍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트위터의 사용자 기반이 경쟁사보다 작다는 근본적 사실에서 눈을 돌리게 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더 좋은 지표 vs 더 좋아 보이는 지표 구분할 안목 필요

눈 밝은 투자자라면 트위터의 특이한 mDAU 데이터에서 트위터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버의 조정 EBITDA와 총 예약 건수의 추이 등을 살피며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자칫 기업들이 제시하는 숫자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지표를 만들어내는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주 활용되는 데이터도 필요에 따라 약간의 손길이 들어가거나, 발표하는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모호하게 표현하는 일은 흔하다.  
 
한때 넥슨 같은 게임회사가 가끔 썼던 온라인 게임의 최대 동시접속자 수 갱신 홍보도 그런 예다. 많은 회원을 보유했으나 시간이 지나 인기가 약간 사그라든 게임이 방학이나 연말을 맞아 화끈한 보상을 걸고 한시적 이벤트를 진행하면 사람이 몰린다.  
 
이렇게 동시접속자가 늘어나면 이 수치로 다시 ‘동시접속자가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는 홍보를 한다. 동시접속자 수는 온라인게임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지만, 이렇게 거품을 일으켜 착시를 유도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의 비율을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요즘엔 전자상거래 분야 새 버티컬 강자로 떠오르는 패션 플랫폼 기업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같이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집중적 프로모션을 해 거래액을 부풀린 후 전년 대비 대폭 성장, 역대 최대 등의 표현을 써 발표한다. 또는 몇 년 간의 누적 거래액으로 GMV를 발표해 전체 규모가 큰 것처럼 발표하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에이블리의 거래액 1조원은 3년 누적, 지그재그 거래액 3조원은 6년 누적 수치다. 머스트잇의 10년 누적 거래액 9000억원 돌파는 ‘거래액 1조 눈앞’으로 1조원이 강조된다.  
 
이런 수치는 패션 플랫폼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그러나 집계 기준이나 시점이 제각각이라 헤드라인만 보고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으로 기준을 맞춰 따져보면 1조2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무신사와 다른 기업의 격차가 아직 커 보인다.  
 
스타트업이 무섭게 성장하며 전통적 기업평가 기준으로 설명하기 힘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투자를 하거나 시장을 이해하며 사업이나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기업에게는 시장과 기업의 흐름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여줄 창의적 지표를 제시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당연히 우리에겐 숫자에 속지 않을 혜안이 필요하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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