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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쏜 포탄, 세계 경제를 수렁에 빠트렸다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에너지·식료품 공급망 타격, 물가 급등 자극
가난한 국가들의 흉작·기아 고통으로 이어져
세계경제 생태계 위협하는 연쇄 부작용 커져

 
 
4월 21일 우크라이나 체르니히프에 파괴돼 거리에 버려진 러시아 전차.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는 깊고도 넓다. 각국의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물가와 에너지와 식량 확보, 기후변화 대응 연기, 기아와 기상재해에 시달리는 가난한 나라의 고통 등으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성장률 수정치 발표는 신호탄일 뿐이다. IMF는 4월 1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 전망치를 지난 1월 25일 발표 때보다 크게 낮췄다. 세계 전체의 성장률의 경우 지난 1월 4.4%로 전망됐으나 4월엔 3.6%로 0.8%포인트 떨어뜨렸다. 6개월 전인 2021년 10월에 올해 성장률을 4.9%로 예측한 것과 비교하면 1.3%포인트나 떨어졌다.  
 
선진국은 3.9%에서 3.3%로, 신흥국은 4.8%에서 3.8%로 각각 낮췄다. 미국은 4.0%에서 3.7%로 0.3%포인트 낮췄지만, 유로존은 3.9%에서 2.8%로 1.1%포인트나 떨어뜨렸다. 아시아 국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은 3.0%에서 2.5%로, 일본은 3.3%에서 2.4%로, 중국은 4.8%에서 4.4%로 각각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마찬가지로 낮췄다. 세계 전체의 성장률은 3.8%에서 3.6%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은 2.6%에서 2.4%로, 신흥국이 4.7%에서 4.4%로 각각 낮췄다. 미국은 2.6%에서 2.3%로 0.3%포인트가, 유로존은 2.5%에서 2.3%로 0.2%포인트가 각각 하향 조정했다. 
 
아시아권의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그대로 유지됐다. 일본은 1.8%에서 2.3%로 상향 조정됐지만, 중국은 5.2%에서 5.1%로 낮췄다. IMF는 2023년 이후 세계 전체의 성장률이 중기적으로 약 3.3%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1월 추산보다 소폭 오른 6.1%로 수정해 추산곡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올랐지만,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떨어졌다. IMF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제시했던 것보다 큰 폭으로 내린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한 악재에서 서서히 벗어나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올해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락이 이번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IMF는 이번 예측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크라이나에 국한된다’는 전제를 적용하고, 지난 3월까지 발표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의 영향만 반영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의 보건‧경제적 영향이 올해에는 줄어들 것을 전제로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크라이나 넘어 확전하거나 다른 분쟁이 추가되거나, 서방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새로운 변이의 발생과 확산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확대되거나 지속할 경우에는 전망치는 더욱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월 28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 내걸린 미국 달러와 유로 환율이 표시된 환전소 화면. [AP=연합뉴스]
 

대러시아 제재 확대될수록 유로존 경제성장에도 악영향  

IMF의 경제성장 전망치 조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로존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9%에서 2.8%로 1.1%포인트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로존은 내년 성장률도 2.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유럽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게다가 서유럽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전하거나, 대러시아 제재가 확대될 경우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서유럽은 지리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데다 그동안 러시아 가스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의존해왔다는 점에서 전쟁과 대러시아 제재의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AP통신은 “유럽은 러시아에 에너지를 크게 의존해 이번 전쟁의 여파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올해 –8.5%,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35%의 마이너스 성장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IMF의 수정 전망치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이 주도하고 있는 대러시아 제재의 효과를 보여준다. 러시아의 성장 전망치는 지난 1월과 비교해 올해는 11.3%포인트, 내년은 4.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제시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4.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가 수정 제시한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도 충격적이다.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전망보다 1.8%포인트 오른 5.7%로 제시됐다. 신흥국은 2.8%포인트 올려 8.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0.9%포인트 올려 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가 성장이 둔화하는데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올해 2%대 저성장에 4%대 물가인상률을 겪을 전망이다. 경기 부양책을 쓰면서도 물가 상승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살얼음판 상황을 맞게 될 전망이다.  
 
전쟁은 당장 곡물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밀‧보리‧콩‧옥수수 등 전 세계 곡물 수출의 7~1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값싸고 품질 좋은 우크라이나산 곡물은 한국의 마트에도 들어와 있다.  
 
우크라이나는 한반도의 약 세 배 정도인 60만3628㎢에 이르는 국토의 약 70%인 42만2000㎢가 경작 가능한 지역이다. 토지의 대부분이 암모니아와 인산‧인이 결합해 형성된 검은 부식토인 초르노젬(흑토)으로 이뤄져 농업 생산성이 좋다.  
 
미국과 캐나다에 펼쳐진 대평원(그레이트플레인즈)과 우크라이나‧러시아‧발칸 지역에 걸친 유라시아 스텝 지역이 초르노젬으로 덮인 농업 지역이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올해 밀 2530t을 포함해 6500만t의 곡물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쟁으로 자국민이 먹을 곡물이라도 수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봄철에 전쟁이 진행돼 곡물 파종면적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상당수 국토가 전쟁터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농지의 최대 30%가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게 유엔의 추정이다.  
 
4월 21일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 캐시룸에서 기자회견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옐런 의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2022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에너지 공급 차질 가격 급등

농사지을 사람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60세 이하의 성인 남성은 현역이나 예비군으로 징집되고, 노인과 여성은 해외로 피란길에 오르거나 국내 실향민이 되고 있어 농사를 지을 인력이 태부족하다. 농기계를 움직일 연료도 전쟁 물자로 징발될 수밖에 없다.  
 
물류도 문제다. 우크라이나가 수출하는 밀의 60%가 오데사 등 흑해 연안 항구를 통해 운반됐는데, 흑해는 사실상 러시아 해군에 의해 봉쇄된 상태다. 오데사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장악하고 있지만, 곡물을 운반하는 화물선이 우크라이나에서 출발해 흑해를 안전하게 지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는 국경을 맞댄 이웃 폴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몰도바 등과 도로와 철도로 연결되지만, 현재는 피란민을 실어나르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결국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발 곡물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공급이 중단되거나 줄어들어도 전 세계가 식량난에 시달릴지는 의문이지만, 물류와 가격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곡물값이 뛰면 식료품은 물론 전체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가스 수출이 제한을 받으면서 전체 에너지 가격도 뛰고 있다. 상품 거래 정보 사이트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4월 21일 1MMBtu(백만BTU 에너지 단위)에 6.8050달러로 지난 한 달 새 31.52%가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48.15%의 상승 폭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경우 4월 21일 103.63달러에 거래돼 1년 전과 비교해 67.69%가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날인 2월 23일 배럴당 92.10달러에 거래됐지만, 개전 1주일 뒤 1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가솔린 가격은 4월 21일 갤런당 3.3164달러로 1년 새 67.41%가 뛰었다.  
 
심지어 석탄도 1t당 326.35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248.11%가 인상됐다. 지난해 10월 31일~11월 23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에 모인 각국 대표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 사용 제한을 결의한 게 무색할 정도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파동은 ‘탄소 제로’라는 환경 목표의 달성 시기를 상당히 뒤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당장 에너지와 식량 등을 확보하는 것이 환경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더 높은 우선순위를 점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유럽으로선 뼈아픈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러시아 국가 재정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국영 에너지 회사의 가스 수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유럽이 추진해온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조량이나 바람 등 기상 조건에 생산량이 영향 받는 신재생 에너지 체제를 유지하려면 같은 용량의 백업 발전소를 오염이 적은 가스를 이용해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모습과 인장. [AFP=연합뉴스]
 

러시아 침공, 세계경제·환경문제 악화 빈국 고통으로 이어져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은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글로벌 환경 정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7)를 새롭게 열어서 환경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성도 대두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쏘아 올린 침략의 포탄이 글로벌 경제와 환경 문제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오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로 피해를 보면서 식량 생산에 영향을 받아온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 등이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선 다시 국제 인도주의기구에 대한 각국의 지원도 늘려야 한다.  
 
기아는 분쟁과 상호 작용하며 서로 증폭된다. 기아의 60%가 분쟁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유엔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기아를 전쟁 무기화하는 지역도 많다. 특히 사하라 사막의 바로 남쪽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차드·말리·니제르 등 사헬 지역의 정쟁이 불안하다. 사헬 지역은 기후변화에 따른 사막화와 자연재해가 빈발해 경제와 사회가 불안정해 기후 난민이 다량으로 발생해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사헬 지역에서만 식량과 생계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700만 명을 넘는다. 특히 사하라 사막 남쪽인 사헬 지역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에선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조직의 폭력에 가뭄과 굶주림이 겹쳐 국내 이주민이 다수 발생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대부분은 국제 인도주의 단체의 구호로 연명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기아 인구가 3.5% 이상인 나라는 11개국이다. 아프리카에선 민주콩고공화국(1인당 GDP 588달러)‧콩고(2505달러)‧중앙아프리카공화국(552달러)‧르완다(821달러)‧소말리아(347달러)‧마다가스카르(521달러)‧라이베리아(700달러) 등이다. 중동의 예멘(764달러)‧이라크(5730달러)와 동아시아의 북한(소득 통계 없음)도 있다.  
 
기아 인구가 2.5% 이상~3.5% 미만인 나라로 차드(741달러)‧시에라리온(542달러)‧탄자니아(1104)‧모잠비크(425달러)‧보츠와나(7817)‧아프가니스탄(592달러)‧베네수엘라(1542달러) 등 7개국이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와 흉작, 기아를 겪는 가난한 국가는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하고 분쟁과 갈등도 많다는 사실이다. 201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벌어진 쿠데타와 쿠데타 기도는 기후변화와 흉작‧기아를 겪는 나라에서 더 자주 발생했다. 2010년 이후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차드·차드·말리·마다가스카르‧기니비사우‧수단‧민주콩고공화국‧감비아‧부룬디 등이 쿠데타나 쿠데타 기도를 겪었는데 모두 기후변화와 기아를 겪는 가난한 나라다.  
 
세계은행(WB)은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2050년까지 기후난민이 최대 1억4000만 명까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8240만 명의 난민과 국내 이주민이 존재한다. WB의 경고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과 기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그 1.7배에 이르는 난민과 국내 이주민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국제사회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서로 영향을 주는 글로벌 시대에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전 세계 곳곳에 이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은 이 전쟁을 조기에 끝낼 방법도 현재로썬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 세계는 러시아가 행여나 핵을 사용하지 않을까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자존심을 살리는 것이 전쟁의 숨은 목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은 이래저래 전 세계가 고통스러운 한 해가 될 전망이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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