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기로만 출퇴근 가능"…달라진 볼보 XC60 PHEV
배터리 용량 11.6kWh→18.8kWh로 늘어
순수 전기로 약 80% 향상된 57㎞ 주행 가능
300억원 투자해 만든 한국 특화 서비스 탑재
무섭게 치솟은 기름값에 주유하기 두려운 요즘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돌아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물론 집 주변에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럴 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 가솔린+전기 모델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최근 상품성이 대폭 강화된 중형 SUV XC60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T8'을 국내 선보였다. 이번 상품성 개선의 핵심은 '전기 모드'다. 새로운 볼보 XC60 T8은 배터리 용량을 11.6kWh에서 18.8kWh로 늘린 직렬형 배터리 모듈 3개와 고전압 배터리 전체 셀 102개로 구성된다. 여기에 약 65% 향상된 리어 휠 출력을 제공하는 후면 전기 모터가 특징인 롱레인지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를 통해 기존 모델(33km)보다 약 80% 증가한 57km를 순수 전기로 달릴 수 있다. 서울시 거주자의 일평균 차량 주행 거리(출퇴근 기준)는 약 29km라는 통계가 있다. 볼보 XC60 T8과 함께한다면 서울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말 순수 전기 모드로 서울 시내를 누빌 수 있을까.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서울 도봉구의 한 야영장까지 왕복 약 50km 구간을 2시간 동안 주행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한 명씩 총 두 명이 탑승했고, 주행 모드는 '퓨어'(전기 모드)만 활용했다.
주행에 앞서 달라진 점은 없는지 살폈다. 외관은 2021년 출시된 신형 모델과 동일하게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헤드라이트를 유지한다. 90 클러스터에 적용됐던 3D 형태의 아이언 마크를 통합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적용, 새로운 범퍼와 에어 인테이크 디자인 그리고 넓은 차체를 강조하는 크롬바가 추가된 것도 눈에 띈다. 이그조스트 테일 파이프를 가리는 새로운 리어 범퍼 디자인도 시선을 끈다.
볼보자동차의 철학인 '인간중심'이 반영된 실내 디자인도 그대로다. 천연 소재가 적절하게 더해져 포근한 느낌을 주며, 직관적인 설계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티맵이 제공하는 주행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성능 및 차량 상태 정보를 제공하는 12.3인치 운전자 정보 디스플레이의 그래픽은 기존보다 좀 더 개선된 모습이다.
실내에서는 아쉬운 점이 조금 보인다. 바로 공간이다. 볼보 XC60 T8의 경우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배치돼 2열 센터 터널 공간이 다소 제한된다. 2열 시트에 성인 세 명이 타기는 어려워 보인다. 배터리 배치로 인해 2열에는 중앙 송풍구도 없다. 이 부분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한국 시장만을 위한 특화 서비스가 아쉬움을 달랜다. 지난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총 300억원을 투자해 티맵모빌리티와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내비게이션 티맵과 AI플랫폼 누구(NUGU), 취향 기반 음악 플랫폼 플로(FLO) 등을 통합한 개인 맞춤형 커넥티비티 서비스다. 차 안에서 '아리아'를 부르면 실내 온도 조절부터 열선 시트, 전화, 문자, 음악 추천, 날씨, 뉴스, 정보 검색까지 다양한 기능을 음성 명령으로 제어할 수 있다. LTE 데이터가 5년간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데이터 요금 걱정도 당분간 할 필요가 없다.
안전 운행에 필수적인 첨단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된 것도 이 차의 경쟁력 중 하나다. 볼보 XC60 T8에는 ▶긴급 제동 및 충돌 방지 보조 기능인 '시티 세이프티'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차선 중앙에 맞춰 조향을 보조하는 '파일럿 어시스트'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등 첨단 안전 기술이 기본 적용된다. 후진 시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제동하는 '리어 액티브 브레이크'는 새로 추가됐다.
안전하고 편안한 주행을 돕는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은 기존보다 더 매끄러워진 모습이다. 이 기능을 실행하면 차선 중앙을 잘 잡아주며, 앞차와의 간격도 운전자 설정값에 맞게 잘 유지해준다. 이는 정확한 정보 처리를 위해 기존 장치들을 재배치했기 때문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에 따르면 신형 볼보 XC60의 경우 기존 윈드실드 상단에 위치했던 레이다와 카메라 통합 모듈이 분리됐다. 레이다는 전면 그릴의 아이언 마크 뒤로 재배치됐다. 데이터를 분석해 처리하는 ASDM(Active Safety Domain Master)은 차량 후면부로 이동했다.
차량의 움직임은 기대 이상이다. 볼보자동차를 떠올리면 부드럽고 얌전한 주행감을 떠올리게 되는데, XC60 T8은 조금 다르다. 출력이 대폭 향상된 e-모터가 제법 괜찮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기존 모델보다 50마력 향상된 출력을 제공하는 e-모터는 최고출력 455마력(엔진: 312마력, 전기모터: 143마력), 최대토크 72.3 kg∙m의 힘을 낸다. 제로백(시속 0km부터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4.8초다.
새로 추가된 원 페달 드라이브(One Pedal Drive) 기능도 기존과 다른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가속 페달로 가·감속을 모두 제어할 수 있어 부드럽고 직관적인 운전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에 시승한 볼보 XC60 T8의 가격은 8570만원이다. 기존보다 늘어난 전기 모드 주행 거리와 첨단 안전 및 편의 기능, 5년 또는 10만km 무상 보증 기간, 소모품 교환 서비스 기본 제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판단된다.
이지완 기자 lee.ji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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