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마켓 결제 정책 두고, 기업의 동상이몽[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여파②]
원래 고율 수수료 내던 게임‧스타트업 업계는 입장 달라
수수료 부담 고객에 떠넘기고 구글 막을 법 집행만 기대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의 인앱결제를 사실상 강제하면서 모바일 앱 생태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구글 인앱결제 정책을 따를 경우, 앱 개발사가 구글에 내는 수수료율이 매출의 최대 3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 이용요금에 반영하면서 서비스 이용료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구글의 횡포를 막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시행 중이다.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이 법의 골자다. ‘구글 갑질 방지법’,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란 별칭이 붙기도 했다.
그런데 구글이 인앱결제 내 제3자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되, 최대 26%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택하도록 하면서 법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선택지를 줬기에 위법이 아니라는 거다.
다만 앱 개발사 입장에선 선택지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결제 시스템 구축과 운용, 카드결제 수수료 등을 더하면 최대 30%인 인앱결제 수수료율보다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됐음에도 구글이 아웃링크 결제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인앱결제 정책을 당당히 실행할 수 있는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앱마켓을 대상으로 법안 위반과 관련해 실태조사에 나섰는데도 구글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의 후폭풍
그럼에도 구글이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했을 때 국회는 환호했지만 업계는 구글이 어떤 방식으로든 결제 정책을 고수하고 법망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면서 “글로벌 기업이 전 세계에 적용하는 정책을 국내법으로 규제하는 게 쉽지 않고, 같은 목소리를 내서 구글에 맞서야 할 앱 개발사도 모두 제각각의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 반대”만 외치는 미디어·콘텐트 업계와 달리 모바일 앱 생태계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생태계 내 가장 큰 매출처로 꼽히는 게임업계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구글이 그간 게임 앱을 두고는 인앱결제를 강제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방침을 다른 앱으로 확대하면서 논란이 됐던 건데, 그간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꾸준히 낸 게임업계는 문제의식을 느끼기 어렵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이어온 관행인데다 플레이스토어의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와 고도화한 결제 시스템의 편의를 누리고 내는 대가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워낙 고율이기에 몸집이 작은 게임업체는 흑자로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로 앱마켓 결제 수수료를 꼽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의 규모(매출 기준)는 10조8311억원으로 집계됐다. 애플은 애초부터 모든 콘텐트를 두고 30%의 수수료를 받아왔던 만큼, 단순계산으로 따지면 3조원이 넘는 돈이 구글과 애플 같은 대형 앱마켓 사업자에 흘러들어 간 셈이다.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스타트업 업계 역시 구글의 인앱결제를 써왔다. 콘텐트 구독 서비스를 전개하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자체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결제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이 고객 편의 측면에서 장점이 많아 인앱결제를 선택했다”면서 “이번 구글의 결제 정책 변경으로 매출이 100만 달러 미만일 경우 수수료가 깎이면서 오히려 수혜를 입은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타트업은 결제 기능의 완성도를 가장 민감하게 본다. 고객의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환불이 정상적으로 수행됐는지를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금세 시장의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따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까다로운 본인인증 등을 거치지 않아도 안전하게 결제를 유도하는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은 이제 막 사업을 전개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적합한 선택지였다.
수수료가 올랐음에도 요금 인상을 관망 중인 서비스도 있다. 음원 플랫폼업계에선 지니뮤직과 NHN벅스가 아직 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카카오톡은 아예 이모티콘 구독 결제창에 웹 결제가 가능한 아웃링크를 걸어놓았다. 구글이 아웃링크를 연결하면 앱을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한다고 엄포를 놨음에도 카카오는 아웃링크 안내를 이어오고 있다.
글로벌 OTT 시장 1위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애초부터 앱 안에서 이용권을 팔지 않았다. 웹에서 결제하게 했고, 모바일 앱에선 콘텐트만 볼 수 있게 해왔기에 인앱결제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넷플릭스가 탄탄한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앱 생태계에 속한 이들의 셈법이 제각각이다 보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횡포를 여론에 호소하는 것도 앱 개발사가 아닌 콘텐트를 제작하는 창작업계와 소비자들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앱 개발사들은 구글의 정책 변화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게 쉽지 않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선 으레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유통의 판을 벌여주고 시장을 장악한 뒤, 수익화를 꾀하면서 생태계에 있는 다른 업체와 갈등을 빚어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수익화 발톱 드러내는 건 플랫폼 비즈니스의 기본”
토종 앱마켓의 성장을 근본적인 대안으로 보긴 어려운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지금은 원스토어가 경쟁 앱마켓 대비 착한 수수료를 내세우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다. 나중엔 공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야 흑자 전환을 꾀할 수 있다. 이번 사태와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2020년 구글 측은 “한국에서 유통하는 앱의 99%는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을 제정할 만큼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다만 이 주장은 현재 설득력을 잃었다. OTT나 음원 플랫폼, 웹툰·웹소설 같은 고객이 특히 많이 찾는 앱이 정책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들 앱 역시 큰 고민 없이 추가 수수료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 결국 플랫폼 생태계의 지리멸렬한 갈등에 소비자 부담만 커지게 생겼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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