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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놀라게 한 사기와 성공의 차이점은? 성실·정직·도전 여부 [김한조의 바이오 뉴스 돋보기]

테라노스 창업자 사기죄로 11년3개월 징역형 선고 받아
일동제약 참여 코로나19 치료제 일본 정부 긴급사용승인

 
 
엘리자베스 홈즈 전 테라노스 CEO가 지난 10월 17일 미 캘리포니아 산호세 연방법원에 도착했다. 한 달 후 그는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11년 3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AP=연합뉴스]
지난 11월 18일, 혈액 한 방울로 많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11년 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 손해를 입힌 혐의입니다.
 
더 버지는 테라노스의 사기를 ‘2010년대 테크 분야의 실패작 3위’로 선정했습니다. 2022년에는 〈드롭아웃〉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을 중퇴하고 채혈에 대한 개인적인 공포 때문에 이 혈액 진단 업체를 설립했다는 홈스는 촉망받는 창업가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했습니다.
 

‘한때’ 유니콘 ‘테라노스’ 추락에서 배워야 할 것들  

2015년 이 회사 가치는 9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던 것을 보면, 그녀는 시장이 기다리던 영웅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차례의 재판을 통해 사람들이 이 허울좋은 이야기 뒤에 숨어 있던 어두운 단면을 모두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테라노스와 창업자는 단지 흥미로운 스토리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재현성입니다.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는 이유는, 그 실험을 다른 사람이 재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실험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자신의 연구 성과를 과학 커뮤니티와 나누는 것은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일입니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받아야 하는 훈련이 실험노트 작성법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젠 천재 과학자가 자신의 실험실에 틀어박혀 과학자들과 교류 없이 세상을 놀라게 하는 성과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융합의 시대로 나아갈수록 과학은 과학자의 언어로 소통을 해야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테라노스의 교훈은 생각보다 간단한 것입니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적어 나가는 실험 노트와, 그것을 기반으로 쓰여진 논문을 통한 교류를 하지 않는 과학자의 이야기는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화자의 권위에 의존하지 말고 데이터를 보고 논의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모든 과학자의 기본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11월 22일 일본 정부는 일동제약과 일본 시오노기 제약이 공동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을 했다. 사진은 일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 일동제약]
코로나19와 관련해 두 가지 좋은 소식이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11월 22일, 일본 정부가 일본 시오노기 제약과 일동제약이 공동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Xcovoa, ensitrelvir)’를 긴급사용승인을 한 것입니다. 조코바는 일본 제약사가 개발한 최초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입니다. 이로써 조코바는 지난 5월 일본에 긴급사용승인 제도가 도입된 이후 승인을 받은 첫 사례가 됐습니다.
 
두 번째는 11월 18일, 화이자(Pfizer)와 바이오엔테크(BioNTech)가 오미크론 변이 BA. 4/5를 대응해 개발한 코로나19 2가 백신이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에 대해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이에 따르면 BA. 4/5 2가 백신을 투여한 후 BA.4.6, BA.2.75.2, BQ.1.1, XBB.1에 대한 중화 항체(neutralizing antibodies)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과학 커뮤니티의 대응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해당 바이러스의 주요 단백질 구조가 빠르게 확인되고 2019년 4월에 공유됐습니다. 수많은 일반인들이 임상 시험에 자원했고, 다양한 종류의 임상시험이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전례가 없는 mRNA 백신이 허가를 받고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뇨병 치료제  ‘게임 체인저’ 테플리주맙, 이렇게 탄생했다  

기존 제1형 당뇨병 치료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에 대한 소식입니다. 11월 18일 면역억제제 ‘테플리주맙(teplizumab)’이 세계 최초 제1형 당뇨병 지연제로 FDA 판매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약물은 8세 이상 소아 및 성인 2기 1형 당뇨병 환자의 3기 1형 당뇨병 단계 진입을 약 2년 정도 지연시켜 주는 최초이자 유일한 면역조절제입니다.
 
‘프로벤션바이오(Provention Bio)’가 개발했으며, 사노피(Sanofi)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한 바이알 도매 가격이 1만3580 달러입니다. 한화로 1800만원 정도입니다. 보통의 환자가 14 바이알을 필요로 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치료에 필요한 비용이 19만3900 달러 (2억5600만원 정도)입니다. 원래 면역 세포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하지만, 제1형 당뇨병 환자의 면역체계는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의 주요 세포를 공격합니다. 인슐린은 신체가 에너지를 위해 필요한 포도당을 이용하는 과정을 돕는 중요한 물질인데, 지금까지 인슐린 대사 문제를 치료하는 것은 매일 혈당을 체크해 인슐린을 주사 혹은 주입하는 것 뿐입니다. 근본적으로 질환의 진행을 막는 방법은 없습니다.
 
테플리주맙의 승인이 특히 청년들에게 유의미합니다. 테플리주맙 치료를 받는 기간에는 매일 인슐린을 복용하거나 혈당을 집중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혈당을 정상 범위에서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기에 신장질환 및 안질환 등 당뇨병 관련 합병증의 위험으로부터 한동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약물은 매크로제닉스(MacroGenics)가 개발해 임상 2/3상을 진행하던 중 다국적제약사 릴리에 라이선스 아웃한 물질입니다.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자 릴리는 불과 4년만에 이 약물에 대한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UCSF의 제프리 블루스톤이라는 과학자가 실패한 임상의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임상 디자인을 제안했고, 이것을 받아들인 프로벤션바이오사에 의해 결국 승인 결정을 얻게 된 것입니다.
 
〈역사의 연구〉에서 아놀드 토인비가 제시한 ‘도전과 응전의 논리’는 과학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질병이라는 도전에 대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과학이 발전하고, 여러 단계에서의 다양한 실패를 통해 새로운 단초를 찾아내 성공의 문을 열게 됩니다.
 
인류는 끝없는 질병의 도전에 대해 응전을 해왔습니다. 앞서 언급한 제1형 당뇨병과 같은 복잡한 자가면역질환에서부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병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코로나19에 대한 응전은 전례 없이 빠른 것이었습니다. 사람과 물건이 이동하기 힘든 코로나 기간 동안에도 연구자들은 끊임없이 아이디어와 결과를 공유하면서 인류를 보호할 무기들을 빠르게 찾아냈으니까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집스럽게 신약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필자는 연세대학교 화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유기화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HK이노엔 신약연구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신약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2019년 AI 신약개발사 스탠다임에 합류해 현재 글로벌전략본부장 및 합성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실험실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경계에서 두 분야의 융합을 위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김한조 스탠다임 합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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