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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도 없다…여전한 ‘외딴 섬’ 임대주택 차별

‘서울시 3대혁신’ 추진 8개월…“차별문제 개선은 아직 미흡”
전문가 “주거취약계층 공간 확보, 대중 의식 개선 힘써야”

 
 
올해 초 서울시가 임대주택 혁신방안을 추진하는 등 주거환경 개선에 나섰음에도 임대주택 차별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 현장 모습. [연합뉴스]
올해 초 서울시가 임대주택 혁신방안을 추진하는 등 환경 개선에 나섰음에도 임대주택 차별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주택을 향한 혐오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의식 변화를 이끌어낼 가시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주거복지포럼이 국내 주거복지 정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달 13일 서울 페럼타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노후화된 임대주택 재건축,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이 토론회에서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향후 공공임대주택이 더 발전하고 사회 취약계층의 보호망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차별과 혐오 등의 문제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대주택을 향한 일방적 거리두기는 오래전부터 이어진 고질적인 문제다.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양지대림2차’, 강남구 ‘디에이치아널힐즈’ 등은 임대동만 다른 색의 벽면을 구성해, 강한 분리감을 조성한다며 비판받았다. 또 단지 내 분양세대를 공급하고 남은 세대에 임대주택을 배치하거나 별동에 따로 두는 등의 양상도 부지기수다.
 
‘눈에 보이는 차별’ 이외에도 공공연한 차별 의식이 뿌리박혀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인천 지역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해 논란이 된 ‘휴거’ ‘엘사’는 인천 검단신도시의 공공분양 아파트 입주자를 낮춰 부르는 말로, ‘휴먼시아에 사는 거지’ ‘LH에 사는 사람’의 줄임말이다.  
 
지난 6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임대주택에 못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신질환자가 많이 나온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시는 이러한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양적 공급에 치우쳤던 공공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주거복지 우선주의'로 전환하는 내용의 ‘서울 임대주택 3대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차별·소외를 차단하는 ‘완전한 소셜믹스’ ▶쾌적한 주거공간을 위한 ‘품질 개선’ ▶노후단지 단계적 재정비가 주요 골자다.
 
당시 서울시는 동·호수 차별이 없도록 공공·분양주택 세대가 동시에 참여하는 공개추첨제를 시행하고, 혼합주택 실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공공주택과 관계자는 “공개추첨제는 ‘소셜믹스(사회적 혼합)’를 위해 기획된 사업의 일환”이라며 “임대주택 품질 강화를 위해 정비사업 단계에서부터 점검해 차별 요소를 살피겠다는 방침에서 출발했으며 최근 공공임대주택 입주민과 분양주택 입주민 간 불협화음 완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임대주택 사용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을 건의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주거안심지원팀 관계자는 “혼합주택단지 공동대표 회의를 구성해서 국토교통부에 법령 개정 건의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공공 혼합 주택 단지는 임대 전용 주택과 달리 소유주와 임차인 양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의 조정이 쉽진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택 내 차별 문제 및 갈등은 여전하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될 전망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9월 공급한 서울리츠 행복주택 아파트 임대동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주택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자본금을 출자해 부동산 투자 회사인 ‘리츠’(REITs)를 설립한 뒤, 민간의 투자를 받아서 임대주택을 짓고 입주자를 모집하는 민관협력형 임대주택 사업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이며, 청년·신혼부부·대학생·고령자 등 주거 취약계층이 공급 대상이다.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패널조사 결과 소셜믹스단지가 다수인 국민임대 및 장기전세주택 입주민의 경우 주택 내·외부상태, 주거환경 만족도 등이 타 유형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특히 단지내 공동시설에서 차별을 경험한 비중이 각각 35.6%, 45.9%로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다.
 
전문가는 주거 취약층의 주거공간이 축소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대중의 의식을 개선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주택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임대주택을 향한 국민의 의식 변화를 견인하기 위해 충분한 교육, 홍보가 이뤄져야 함에도 이와 관련한 국가적 방안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은 아파트 관리의 투명화를 비롯한 주민 의견 반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는 것이 옳다”며 “평형 주거공간 확대의 경우 일정 규모의 돈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주거 취약계층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예산 자체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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