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이촌동 ‘르엘 이촌’ 성공할까[재재 인사이트]
한파 맞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최근 재건축 여론 높아져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재건축 규제완화 흐름에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주춤하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밀집된 ‘이촌동 공원라인’ 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공원라인에서 가장 사업속도가 빠른 ‘이촌동 현대아파트(르엘 이촌)’의 성패여부가 아직 초기인 인근 단지의 리모델링 사업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6일 이촌동 현대아파트 조합 및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21년 이주 후 착공한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현재 약 5% 공정률로 철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입주는 2026년 초로 예정돼 있으나 ‘골든타임 분양제’를 적용해 완공 전 적절한 시점에 일반분양(97가구)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이촌 현대아파트는 653가구에서 750가구 새 아파트로 재탄생한다.
2000년대 초 처음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 지 20년이 된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이제 조합설립 후 시공사 선정을 마친 한가람아파트, 코오롱아파트, 강촌아파트 등 주변 리모델링 초기 단지들보다 앞서 있다. 이에 따라 지역 부동산 시장에선 해당 리모델링 사업진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종의 ‘리모델링 시범단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촌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촌동에 새 아파트가 부족해 주민들이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리모델링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으나 최근 재건축 규제완화와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더욱 강력한 사업 동력이 필요해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촌 현대아파트 리모델링이 잘 되면 주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탄력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규제완화에 ‘리모델링 반대파’도 생겨
최근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국내 리모델링 사업이 한파를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 간 용산공원에 인접한 이촌동 아파트는 부동산 상승기와 함께 온 신축 아파트 선호 흐름을 타고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 흐름에 차선책으로 사업 속도가 빠른 리모델링을 선택한 것이다.
이중 가장 대단지인 한가람아파트는 1998년 준공돼 안전진단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 했을 뿐 아니라 이미 기존 용적률이 법적 허용 용적률인 300%(제3종 일반주거지역)를 훌쩍 넘어 재건축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정권교체 후 주택공급을 위한 정비사업 규제완화 정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여러 단지에서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2단지에선 기존 리모델링 조합과 재건축을 주장하는 반대파의 갈등이 심화하며 해당 리모델링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결국 지난해 시공권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엔 이촌동 한가람아파트에서도 리모델링 반대파가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제안서를 집집마다 돌린 바 있다.
때문에 향후 이촌동 현대아파트의 분양결과와 완공 후 입주민 만족도가 주변 단지에 끼치는 영향은 더욱 클 전망이다. 실제로 주변 단지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현대아파트의 리모델링 결과를 보고 리모델링 사업을 할 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이앤드 아파트’로 리모델링 인식 바꿀 것
일각에선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이 주변 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촌동 현대아파트는 리모델링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아파트는 벽식 구조로 지어진 데 비해 이촌동 현대아파트는 1974년 당시 기둥식 구조로 지어졌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기본 골조를 살리는 상태에서 증축 및 수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흔한 벽식 구조는 내력벽을 제거하지 못해 최신식 평면을 구성하는데 다소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기둥식 구조는 기둥과 보가 하중을 지탱하는 형태라 기존 평면을 바꾸기가 자유로운 편이다. 일반적으로 기둥식이 벽식보다 층고가 더 높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프리미엄 아파트’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이다. 2020년 해당 단지 시공권을 확보한 롯데건설은 리모델링 단지 최초로 자사 하이앤드 브랜드 ‘르엘(LE EL)’을 적용해 단지명을 ‘르엘 이촌’으로 제안했다. 이밖에 용산공원 조망이 가능한 스카이라운지를 비롯해 실내수영장, 옥상정원, 게스트룸 등이 입주민 공용시설로 조성된다.
이촌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이촌동은 물론 서울시에서 이렇게 대단지 아파트가 리모델링 된 사례가 아직 없다”면서 “일반 주민들은 리모델링에 대해 건물을 수리하고 주차장을 만드는 정도의 대수선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가까운 작업이기에 우리 아파트가 완공 된 이후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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