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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을 견디게 하는 힘, ‘도시의 숲’ [김현아의 시티라이브]

도심 공원, 지표면 온도·시민 체온 낮춰
녹지 많은 나라 시민 행복도↑…공원조성, 복지 차원서 접근해야

서울 성동구 소재 서울숲을 방문한 시민들 모습. [사진 서울의공원(촬영자 갈승민)]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 요즘 폭염주의를 알리는 문자가 자주 온다. 새벽 5시쯤 떠오른 해는 아침 7시가 넘으면 급격하게 더워진다. 야외에서 농사 등 노동을 해야 한다면 아침 9시를 넘겨 일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 시간에는 날씨가 더운 정도가 아니라 뜨거워진다. 

올 여름이 사상 최고의 폭염이라는 기사는 이제는 새롭지 않다. 매년 새로운 기록이 갱신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올해는 전기요금까지 인상된 터라 폭염이 더 걱정이다. 아직은 해가 지고나면 더위가 식어 다행이지만, 문제는 밤까지 폭염이 지속되는 열대야 현상이다. 올해는 이 열대야 현상이 언제부터 얼마나 지속될지 걱정이다. 전력공급은 충분할지, 설사 전력에 문제가 없더라도 전기료 폭탄을 맞지는 않을지, 경제도 어려운데 폭염까지 시민들의 걱정을 더하고 있다. 

타오르는 여름철, 도시 식히는 숲과 공원

내 집만 에어콘으로 시원하게 더위를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폭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이제 내가 살고 있는 ‘나의 집’을 넘어 ‘도시’를 식히고 ‘지구’를 식히는 차원으로 확대돼야 한다.

도시를 식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도시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주변 하천이나 산을 활용하면 도시 숲은 거대한 에어컨이 된다. 허허벌판 여의도광장을 여의도공원으로 전환시켜 조성한 여의도 숲은 주변지역의 지표면 온도를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다. 공원이 조성되기 전인 1996년 여의도광장의 기온은 주변보다 평균 2.5도 높았으나, 2015년 여의도 숲은 주변보다 평균 0.9도 낮았다. 뚝섬 근처의 서울숲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둘은 한강 주변에 위치한 평지형 도시림으로서 한강의 찬바람을 유지하고 주변 기온은 낮추는 효과가 있다. 

도심 열 재해를 감소시키려면 이처럼 한 줄 가로수보다는 여러 줄의 ‘터널형 가로숲 길’을 조성해야 하고, 이를 도심 주변 산지나 수변과 연결해 찬바람이 유입되고 저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땡볕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나무높이가 10m 정도인 숲 그늘에서 약 15분간 있을 경우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도시 숲이 1㎡ 증가할 경우 선풍기 5대를 운영하는 것과 맞먹는 시원한 효과가 있다고 하니, 내 집과 도시를 식히기 위해서는 산과 강을 연결한 도시의 숲 조성이 제일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원=복지’, 녹지면적이 행복도 결정해

실제로 국가 및 국민의 경제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경제력보다 도심 내 녹지의 면적이 시민들의 행복도를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2021년 6월 발표한 ‘녹지와 시민 행복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은 유럽우주국(ESA)의 인공위성 ‘센티넬2’를 활용해 각국의 녹지 면적을 조사한 후, 국제연합(UN)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 속 순위를 비교·분석한 자료이다.

그래서일까. 일명 ‘숲세권’, ‘공세권’에 있는 건물이나 주택은 선호도가 높다. 특히 도심일수록 주변에 양호한 도시공원이나 숲이 있는 지역의 건물과 주택은 가격이 비싸다.

우리나라 복지예산은 매년 늘어난다. 사회가 양극화되고 고령인구가 늘어날수록 복지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가 빼놓지 말아야 할 복지가 있다. 바로 공원이나 도로 등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공간복지’다.

아무리 대규모 공원이나 숲이 조성된다고 해도 걸어서 접근이 어렵다면 무용지물이다. 1기 신도시중 일산은 아파트 단지와 단지 사이, 주요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이 가로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계획용어로 표현하면 녹지축을 연결하고 완성한 것인데, 출퇴근 시간 역까지 걸어가는 길이 참 즐겁고 안전하고 쾌적하다. 

센트럴파크로 유명한 뉴욕은 시가지에 고르게 다양한 규모의 공원이 공급되어 있는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든 뉴욕시민이 공원에서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도시답다. 뉴욕시는 도시공원의 조성과 접근성을 ‘복지’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도시공원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뉴욕 센트럴파크의 설계자 프레드릭로 옴스테드는 ‘센트럴파크 설명문’(Description of the Central Park)에서 “공원의 주요 목적은 건강한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도시에 사는 모든 계층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공원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젊은이와 노인, 포악한 사람과 고결한 사람 모두에게 건강한 오락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복지를 위한 공원의 사회적 가치를 설명하고, 동시에 이를 구현하는 일이 얼마나 절실하게 도시생활에 필수적인가를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아름답고 접근성 높은 녹지공간을 이용하는데 차별과 격차를 두어서는 안 된다.

올해도 머지않아 피할 수 없는 열대야의 계절이 오고 있다. 크고 넓은 집은 없지만, 에어컨을 마음 놓고 펑펑 틀 수는 없지만,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공원이 바로 집근처에 있다면 조금은 폭염의 계절을 견디기가 쉽지 않을까. 바야흐로 지금 우리는 ‘도시 에어컨’이 절실한 폭염시대에 살고 있다.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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