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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3번째 물결’ 만든 네이버웹툰…성공 비결은 단연 ‘상생’ [기승전-플랫폼]

네이버웹툰 MAU 1억8000만…글로벌 인기 구가
합리적 수수료, 투명한 수익 정산…경쟁력 근간
현지 작가 발굴-양질 콘텐츠 수급-이용자 증가…‘선순환 구조’ 안착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네이버웹툰이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어메이징 페스티벌’에 마련한 부스 전경. [사진 네이버웹툰]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한국에서 탄생한 웹툰은 ‘3번째 물결’로 비유되는 K-컬처 열풍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웹툰의 글로벌 인기를 기술할 때 네이버는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이다. 네이버는 2000년대 초반 일찍이 웹툰 시장에 진출한 뒤, 그 외연을 꾸준히 해외로 확장해 왔다. 업계에선 네이버웹툰의 성공 비결로 ‘작가와의 상생 생태계’를 앞에 두곤 한다.

과거엔 한류로 불렸고, 지금은 K-콘텐츠로 통칭하는 ‘한국 문화의 글로벌 열풍’의 전개 과정을 학계에선 크게 3단계로 구분한다.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를 ‘한류 1.0’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K-팝(POP)이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이름을 알린 시기를 ‘한류 2.0’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비교적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던 K-콘텐츠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하고, 분야도 영상·음악·뷰티·웹툰 등 일상 곳곳으로 넓어진 시기를 ‘한류 3.0’으로 분류한다.

웹툰은 한류 3.0을 만든 콘텐츠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반 국내서 세계 처음으로 탄생한 뒤 지속해서 그 외연을 확장해 왔기 때문이다. 웹툰의 가장 큰 특징으론 만화의 컷 전개가 가로형에서 ‘세로형’으로, 유통 수단이 출판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한 점이 꼽힌다. 만화의 ‘세로형 온라인’ 변화는 콘텐츠 확산이 가속화되는 직접적 요인이 됐다.

2004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20년간 웹툰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사업을 해외로 확장, 현재는 명실상부 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 됐다. 네이버웹툰의 성과는 특히 콘텐츠와 플랫폼이 동시에 해외 시장에 안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영상·음악 등의 K-콘텐츠는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이를 해외 소비자가 접하는 플랫폼은 대부분 넷플릭스·유튜브와 같이 빅테크가 구축한 서비스”라며 “해당 콘텐츠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웹툰은 플랫폼과 콘텐츠가 함께 해외 진출에 성공해 업계에서도 독보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며 “해외 성과의 배경으론 작가와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수급하는 구조를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이 주도한 웹툰 산업의 성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만화(웹툰과 출판물) 수출액 규모는 2020년 6271만 달러에서 2021년 8198만 달러로 성장했다. 2022년엔 전년 대비 30.7% 증가, 1억714만 달러를 기록하며 ‘1억불 돌파’란 성과를 쓰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거래액 역시 2017년 약 2400억원에서 2022년에는 약 1조600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구체적으로 2022년 ▲1분기 3207억원 ▲2분기 4096억원 ▲3분기 4592억원 ▲4071억원으로 우상향 기조를 보였다. 2023년 역시 ▲1분기 4236억원 ▲2분기 4448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에서 웹툰 ‘고래별’을 연재한 나윤희 작가, ‘문유’ 조석, ‘연의 편지’ 조현아 작가가 뉴욕 록펠러 센터에서 지난 7월 열린 한국 작가 12인 기획전에 참여했다. 나윤희·조석·조현아 작가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했던 웹툰의 명장면을 재해석해 선보였다. [사진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 경쟁력 만든 ‘상생 생태계’

네이버웹툰은 사업 초기 만화 시장을 지배하던 출판사와 직접 경쟁을 벌였다. 만화 형태를 막론하고 이 시장의 경쟁력은 ‘누가 무엇을 그리느냐’에 달려있다. 회사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당시 출판 만화 시장에서 통용됐던 신진 작가 수익 분배 비율은 9대 1(작가)이었다. 웹툰 플랫폼 기업은 출판사의 아성을 깨기 위해 7(작가)대 3의 수익 분배 모델을 적용한다. 이는 작가의 대거 모집으로 이어졌고 네이버·카카오는 만화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플랫폼 경쟁력 확대를 위해 도입한 수익 분배 모델은 지금에 이르러선 ‘상생 생태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웹툰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은 지금에도 상생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회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최근 디지털경제포럼-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BK21가 공동으로 개최한 ‘창작자가 바라보는 웹툰 플랫폼의 역할과 가치’ 세미나를 통해 네이버웹툰의 경쟁력으로 ‘합리적인 수수료율’과 ‘투명한 수익 정산 방식’을 꼽았다.

곽 교수는 최근 3년 이내 국내 웹툰 플랫폼에 한 편 이상의 작품을 연재한 웹툰 창작자 360명(아마추어 작가 202명, 전문 작가 1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웹툰 플랫폼 이용 경험과 서비스 평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웹툰 플랫폼에 대한 창작자들의 인식을 다각도에서 분석했다.
네이버 계열 웹툰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작가 만족도 조사 결과. [제공 네이버웹툰]

조사에 참여한 웹툰 작가들은 웹툰 플랫폼 연재 가장 큰 장점으로 ‘합리적인 수수료율’과 ‘투명한 수익 정산 방식’을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64%(중복 응답)가 합리적인 수수료율을 웹툰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장 큰 이점으로 꼽았다. ▲투명한 수익 정산(59%) ▲업계 내 평판 및 주변 사람들의 인정(46%) ▲플랫폼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모션 혜택(36%) 등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웹툰 플랫폼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는 네이버웹툰과 네이버시리즈 등 네이버 계열 플랫폼(74.7%),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 등 카카오 계열 플랫폼(16.7%)으로 나타났다. 기타는 5.8%, 레진코믹스는 2.8%를 기록했다. 특히 아마추어 창작자들의 네이버 계열 플랫폼 선호도는 84.2%로 타 플랫폼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작자들의 웹툰 플랫폼 선호도 조사 결과. [제공 네이버웹툰]

네이버 계열 선호 창작자들은 ▲수익 관리 및 정산 ▲창작 활동 지원 ▲아마추어 작가 지원 ▲글로벌 진출 지원 ▲마케팅 및 홍보 활동 ▲저작권 보호 ▲지식재산권(IP) 활용 ▲수익 다각화 ▲작품 제작에 대한 선투자 등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 항목별 만족도 조사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곽 교수는 “웹툰 플랫폼과 창작자의 관계를 단순히 갑을 관계로 바라보기보다는 웹툰 플랫폼과 작가가 협력하며 웹툰 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시켜 온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창작자들이 실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웹툰 플랫폼의 기능, 가치, 서비스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플랫폼별 대응 전략을 마련해 K-웹툰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고 건설적인 웹툰 산업 발전 방향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웹툰 시장은 창작자와 웹툰 플랫폼이 같이 성장시킨 것”이라며 “사업자들은 이런 창작자 조사 결과 참고해서 사업 전략을 더 잘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고 정책적으로는 단순히 사회적 약자 프레임으로 특정 주체의 목소리만 대변하지 말고, 정말 개입이 필요한 영역을 잘 판단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창작자가 네이버 웹툰 플랫폼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한 조사 자료. ▲이용자 규모 ▲업계 내 평판 및 주변 사람들의 인정 ▲합리적인 수수료율 등이 선호 이유로 꼽혔다. [제공 네이버웹툰]

해외에도 고스란히 접목한 가치

네이버웹툰은 ‘합리적인 수수료율’과 ‘투명한 수익 정산 방식’ 등 상생 기조가 사업 확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스란히 해외 시장에도 접목했다. 이를 기반으로 숱한 창작자를 모집했다. 2023년 기준 네이버웹툰 창작 플랫폼(스토리테크)에서 활동 중인 프로·아마추어 작가 수는 약 600만명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수급되는 콘텐츠가 이용자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됐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8000만명이다. 이 중 80% 이상이 해외 이용자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자사의 역할은 세계 창작자들에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며 “현지 생태계 조성을 통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웹툰 측은 2006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도전만화’ 시스템을 해외에 접목, 각 국가에서 생태계를 꾸렸다는 점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도전만화는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자기 작품을 독자들에게 쉽게 선보이고, 독자들의 피드백을 즉각 받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서양권에선 ‘캔버스’(CANVAS)를, 일본에선 ‘인디즈’(indies)를 운영하며 아마추어 작가의 등단을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서양권 아마추어 작가 연재 플랫폼 ‘캔버스’ 홈페이지. [사진 캔버스 캡]

2023년 1월 기준 캔버스 출신 해외 정식 연재 작가 비중은 인도네시아 82%, 태국 67%, 프랑스 59%, 영미권 54%로 주요 글로벌 플랫폼의 정식 연재 작가 중 평균 50% 이상이 네이버웹툰의 캔버스를 통해 데뷔한 작가다.

네이버웹툰은 현지 창작자 육성을 위해 각 지역에서 ▲창작 리워드 ▲광고 수익 공유 ▲교육 등 다양한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캔버스와 인디즈에서는 정식 연재를 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성과 달성 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언어 서비스별로 다양한 창작지원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태국에서는 한국의 프로 작가들과 함께 현지 창작자들에게 연출·작화·채색 등 웹툰 창작 관련 노하우를 교육하는 ‘트레이닝 캠프’도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2014년 7월 영어 서비스를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진출한 미국의 경우, 같은 해 11월 캔버스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일찍이 창작 생태계를 구축했다. 북미는 웹툰 정식 연재 중인 작가 절반이 캔버스 출신이다. 2020년 이후 영어권 작가들이 네이버웹툰의 영어 플랫폼을 통해 거둔 수익은 총 2700만 달러에 달한다. 북미에서 수익 모델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2019년 대비 2021년 영어권 웹툰 작가 수익은 75% 증가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웹툰 사업의 성패는 양질의 콘텐츠 수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상생 생태계를 통해 역량 있는 작가가 보다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도록 지속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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