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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발 반도체 수요에도…삼성·SK 쌓여있는 재고

[넘치는 반도체 재고] ①
엔비디아 ‘깜짝 실적’에 국내 업계 ‘청신호
DDR4 감산에도 여전히 수요 대비 재고多
“내년 상반기 재고 자산 안정화 예상”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엔비디아발 고대역폭메모리(HBM) 호재에도 불구하고 재고 대부분이 구형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인 탓에 양사의 재고가 빠르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기준 재고자산은 55조5048억원으로 지난해 말 52조1878억원 대비 6.3%(3조317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같은 기간 15조6647억원에서 16조4200억원으로 4.6% 늘어났다.

엔비디아發 호실적에 국내 메모리 업계 ‘청신호’

최근 국내 메모리 업계는 엔비디아발(發) 인공지능(AI) 반도체 훈풍이 풀고 있다. AI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챗 GPT 등 생성형 AI가 큰 인기를 끌며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늘어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현재 글로벌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분기 135억1000만 달러(한화 약 18조225억원)의 매출과 주당순이익 2.70달러(한화 약 3604원)를 기록했다고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429% 늘어난 수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시작됐다”며 “전 세계 기업들이 가속 컴퓨팅과 생성 AI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에 국내 메모리 업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생성형 AI 시장의 성장으로 GPU에 탑재되는 고성능 메모리 HBM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호실적에 힘입어 내년부터 AI용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량을 최대 4배까지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HBM은 AI 분야에서 쓰이는 GPU에 대거 탑재된다. 여러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부품이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HBM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HBM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올해 HBM 시장에서 각각 46∼49%의 점유율을, 내년에는 47∼49%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양사의 HBM 시장 점유율 전망치를 합하면 95% 수준이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높은 수준의 재고 유지할 전망”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대부분이 구형인 DDR4 D램이라는 점이다. 최근 메모리 업체들은 공급과잉 우려가 큰 DDR4의 생산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중에는 수요 대비 재고가 많은 상황이다. 엔비디아발 호재가 양사의 재고자산 해소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생성형 AI 열풍에 따라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결국 일반 PC 수요가 살아나야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체적인 업황의 반등을 위해서는 AI나 슈퍼컴퓨터 외에도 다각도의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12월 2.21달러에서 지난 8월 1.3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7월(1.34달러)보다 2.99% 하락한 수치다. D램 가격은 상반기 크게 하락했지만 하반기 들어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 다만 수요 회복이 부진한 만큼 명확한 반등 신호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증권가에선 4분기 D램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증권은 4분기 D램과 낸드의 고정거래가격이 동시에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과 PC 업체들의 반도체 재고 조정이 마무리 과정에 있고, 감산에 따른 공급 축소를 고려하면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고부가 D램 생산 비중 확대로 기존 D램 생산능력 축소가 맞물려 3분기부터 상승 전환하고, 낸드도 가격 저점 인식 확산과 재고 감소 효과로 4분기부터 상승 전환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4분기 말부터 수급 정상화 국면에 진입해 2024년부터 반도체 상승 사이클의 기울기가 가파르게 전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DDR4의 수요 회복이 부진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당분간 높은 수준의 재고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다수의 재고물량이 구형 제품인 DDR4인 상황이라 HBM과 DDR5 등 신제품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평가3실 실장은 “감산효과와 IT 수요 반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나 돼야 재고 자산이 안정화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재고도 문제지만 아마존 등 빅테크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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