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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수익’ 고민 없어야 훌륭한 이야기 탄생”…네이버웹툰, 작품에 숨 불어넣다 [이코노 인터뷰]

[웹툰 IP 전성시대]④ 노승연 네이버웹툰 글로벌 IP 사업 실장
“이야기의 끊임없는 전개, 작가가 돈 버는 구조가 조건…IP 확장한 이유”
“작품 이해가 콘텐츠 흥행 결정…해외서 창작된 웹툰도 영상화 다수 진행”

노승연 네이버웹툰 글로벌 IP 사업 실장. [사진 네이버웹툰]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작가도 감독도 아니다. 그의 업은 엄밀히 말해 ‘창작의 범주’ 속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하는 일을 서술하자면 ‘웹툰에 숨을 불어넣는 것’보다 적합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창작자는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창작’과 맞닿아 있다. 화면 속 캐릭터가 현실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불가능한 일’이 그의 손을 거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곤 한다.

노승연 네이버웹툰 글로벌 IP 사업 실장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전개되려면 돈을 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는 웹툰·웹소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 드라마·영화·게임·굿즈(MD)·도서·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그와 그가 속한 팀의 역할이다.

노 실장은 이야기에 ‘진심’이다. 웹툰 업계에 종사하면서 생긴 갈망은 ‘이야기가 세상에 더 오래 남는 것’이라고 한다. ‘경제적 가치 창출’은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웹툰·웹소설 IP 활용은 단순한 사업이라기보다 일종의 경험을 확장케 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창작자가 독자를 더 다양한 방법으로 만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동시에, 독자 입장에선 새로운 형태로 이야기를 다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가 얻는 수익이 높아진다면 이는 ‘더 좋은 이야기’로 연결되리라 믿는다.”

네이버웹툰은 자사 플랫폼 통해 작가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야 ‘이야기의 영속성’이 담보될 수 있고 봤다. 지난 2013년 창작자가 원고료 외에 추가 수익을 창출할 방안을 만들기 위해 웹툰 비즈니스 모델 패키지(Partners Profit Share·PPS)를 도입한 이유다. 창작이란 업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가 충분히 해결돼야 좋은 콘텐츠가 발굴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플랫폼보다 작가 혹은 창작자 집단이 돈을 더 많이 버는’ 네이버웹툰의 상생 구조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그와의 대화에서 일면 느껴졌다. PPS로 창출된 누적 수익 규모는 2022년 2조255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웹툰·웹소설 IP에 영상·게임·애니메이션과 같은 ‘새로운 옷’을 입힌 접근은 PPS 일환으로 추진됐다. 노 실장은 “작가의 추가 수익을 지원하기 위해 작품을 영상·게임 등 확장성이 큰 형태로 가공하는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노 실장의 진심이 통해서일까. 네이버웹툰 작품을 원작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은 현재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이는 ‘2차 창작물 흥행-원작의 재주목-플랫폼 유입’이란 선순환 구조로도 이어졌다.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등장은 이를 가속하게 하는 요인이다. 노 실장은 “2019년 네이버웹툰 IP 기반 영상 작품은 5편이었지만, 지난해는 25편이 공개됐다. 올해에도 약 30편 정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노 실장은 웹툰 IP를 활용한 영상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비결을 묻는 말에 ‘매력도’를 꼽았다.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외연을 확장해 온 네이버의 웹툰·웹소설 생태계엔 이를 충족하는 작품이 많이 누적돼 있다. 인기·작품성 검증을 사전에 진행할 수 있는 구조도 강점이 됐다. 또 웹툰은 이미 시각적으로 완성된 작품이라, 영상 콘티로도 활용할 수 점도 매력적이다. 영상 기획 단계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을 형태적으로도 갖추고 있단 의미다. 매체·장르 간 변화가 일반화되면서 ‘재경험’의 소비자 요구가 높아졌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됐다. 소재 다양성·캐릭터 입체성을 지닌 웹툰에 대한 제작사 관심은 글로벌 OTT 등장으로 더욱 거세졌고, 지금은 영상화를 위한 ‘스토리 창고’ 역할을 맡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다음은 노 실장과 진행한 인터뷰의 일문일답.

노승연 네이버웹툰 글로벌 IP 사업 실장. [사진 네이버웹툰]


Q. 2차 창작물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네이버웹툰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영상화를 추진하는 제작사가 원작자의 작품 기획 의도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소통 과정을 밟는다는 점을 꼽고 싶다. 2차 창작물의 파급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함께 설정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원작이 기록한 서비스·사업 지표를 함께 검토하며 실현할 수 있는 목표와 방향성을 논의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에 따라 2차 창작 콘텐츠의 성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기획 과정에선 각색 방향이 작품 초기 의도와 달라지는 요인이 있는지 치밀하게 검토할 수 있는 역량을 내부적으로 쌓았다. 제작 단계에선 ‘콘텐츠가 시장에 전달되는 방법’과 같은 유통·마케팅 전략을 함께 고민한다. 웹툰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이 같은 접근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됐다.

Q. 2차 창작물 제작이 결정되는 원작들은 어떤 특징을 지니는가.

기본적으로 흥행 수치를 고려한다. 대중의 검증을 받은 작품은 이미 재미·작품성을 갖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비스 지표나 인지도가 영상 작품의 흥행 수치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인기 순위가 낮더라도 이야기 구조가 영상 제작이나 게임 구현에 적합해 채택되는 경우도 많다. 인기·소재·캐릭터·스토리·각색 용이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Q. 네이버웹툰의 경쟁력 중 하나로 ‘상생’이 꼽히곤 한다. 2차 창작물 제작에 따른 작가 수익 분배, 어떻게 이뤄지나.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는 모든 작품의 저작권은 모두 창작자가 지니고 있다. 그래서 2차 창작물 제작은 필수적으로 원작자의 동의하에 이뤄진다. 창작자는 IP 판권료와 계약에 따라 2차 창작물의 흥행에 따른 저작권 사용료(로열티)를 받기기도 한다.

네이버웹툰은 작가가 창작에만 집중해도 부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전방위에서 지원한다. PPS 초기엔 별도 수익 모델이 9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그 수가 21개로 늘었다. 캐릭터 상품·단행본 정도에 그쳤지만, 지금은 영상·게임·브랜드 협업 상품·공연·음원 등으로 범위가 확장됐다.

창작자가 직접 이 같은 사업을 협업 기업과 진행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 필요한 시간·노력이 상당하다. 결국 창작에 투입되는 시간의 감소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네이버웹툰 내 전문가들이 작가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유다.

Q, 원작을 2차 창작물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성패를 결정짓는 구간은 어디인지 궁금하다.

딱 하나의 지점을 꼽기가 어렵다. 2차 창작물 제작은 영상·게임 등 형태에 국한하지 않고 ▲시장에 대한 분석 ▲IP 선정 ▲협업 기업 연결 ▲IP에 대한 해석과 개발 ▲시장에 유통하는 방식 등을 거치는 데, 어느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영상 제작사나 게임 개발사 모두 각각 모두 다른 특성을 갖는다. IP 역시 각각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IP와 성격이 맞는 협업 기업을 선정하는 것부터가 콘텐츠 흥행을 결정한다. 또 현재 시장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네이버웹툰은 IP가 어떻게 플랫폼에서 소비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지니고 있다. 제작사가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솔루션 제공이 가능한 구조다. 협업 기업이 트렌트를 반영해 제작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Q. 네이버웹툰의 해외 진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현지에서 발굴된 작품이 영상으로 제작된 사례도 소개해 달라.

미국 제작사 짐 헨슨 컴퍼니는 영어 웹툰 ‘로어 올림푸스’를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있다. 영어 웹툰 ‘그레모리 랜드’도 미국 제작사 버티고 엔터테인먼트가 영화로 제작 중이다. 일본 웹툰 ‘선배는 남자아이’의 경우 제작사 애니플렉스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대만·인도네시아·태국 웹툰 역시 영상화 제작이 확정된 다수의 작품이 있다.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에서는 1500개 이상의 이야기가 단행본·영화·TV 시리즈 등으로 만들어졌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300개 이상의 영상화 프로젝트를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다.


Q. ‘만화 강국’ 일본이 한국보다 실사화 영상 제작 부분에선 뒤처진 모습이다.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는가.

원작 IP의 인기·인지도가 흥행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IP의 영상화 적합성을 가늠할 능력은 물론이고 이야기를 해석한 후에 이를 소화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기준이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의 눈을 만족시킬 수 있다. 국내 시장은 이 지점이 잘 구축한 상태다. 또 웹툰 기업이 직접 영상을 제작하면서 양쪽 분야에 모두 이해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Q. 현재 공을 들이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향후 계획도 궁금하다.

웹소설·웹툰 IP가 완결 후에도 계속 수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최근까지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억대 판매고를 올린 팝업스토어’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굿즈 파업스토어는 온라인으로 소비되는 웹툰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험의 확장 측면은 물론 팬들 간 소통의 창구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굿즈를 통한 플랫폼 유입도 기대 요소다. 이와 함께 글로벌 톱티어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도 제작 협력 문의가 많아지고 있어 이 분야에서의 성과도 기대하고 있다.

K-콘텐츠 열풍의 주역으로 떠오른 웹툰·웹소설 IP의 경쟁력 근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힘을 창작에 쏟고 있는 작가다. 창작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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