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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해외 시장 공략하는 통신사들…성공 가능성은?

[막 오른 통신 3사 AI대전]②
통신 3사 전문 분야 특화된 LLM 개발 집중

김영섭(오른쪽 네번째) KT 대표와 피트 보다라믹(왼쪽 네번째) 태국 자스민그룹 회장을 비롯한 양사 주요 임원들이 2023년 10월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KT]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한국의 통신 3사가 인공지능(AI)을 무기 삼아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몇 년 전부터 ‘통신사’라는 꼬리표를 떼고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는 통신 분야에서 비중이 큰 이동 통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수익 창출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통신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라는 점에서 해외 진출 역시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최근 ‘챗GPT’ 열풍으로 대표되는 AI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아울러 AI를 무기 삼아 해외 시장 공략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통신사들은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개발 중인 범용 거대언어모델(LLM)보다는 전문 분야에 특화된 LLM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범용 LLM 경쟁보다는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범용 LLM 대신 특화 LLM으로 해외 시장 공략

SKT는 지난 10월 독일 이동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 한국어·영어·독일어 등을 지원하는 통신사 특화 LLM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영상 SKT 유영상 사장과 정석근 글로벌·AI 테크 사업부장,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 등 주요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협약식에서 양사는 공동 개발 의향서에 서명하고 통신사 특화 글로벌 생성형 AI 사업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식은 지난 7월 서울 워커힐에서 도이치텔레콤을 비롯해 e&·싱텔 등 글로벌 최대 통신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의 첫 번째 결과물로, 통신사 동맹의 글로벌 AI 사업을 위한 실질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영상 사장은 “글로벌 최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양사의 AI 기술력과 플랫폼과 인프라 등을 폭넓게 활용해 전 세계 고객들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앤트로픽, 메타 등 AI 업체들과 협업해 독일어·영어·한국어 등 통신사 특화 다국어 거대언어모델을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양사는 통신사 특화 LLM을 2024년 1분기 안에 공개할 예정이다.

통신사 특화 LLM은 범용 LLM보다 통신 서비스 관련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용자 의도도 잘 이해할 수 있어 AI 콜센터와 같은 고객 서비스 등에 적합하다. 이를 기반으로 유럽·아시아·중동 등 전 세계 통신사들이 각국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AI 에이전트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개발 취지다. 

통신사들은 통신사 특화형 LLM으로 거대 플랫폼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으며, AI 혁신을 통해 전통적인 통신사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새로운 사업 기회와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양사는 통신사들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 기술도 공동으로 개발해 개발기간과 비용을 단축하도록 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최근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폭증하고 있는 이통사들의 AI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특정 산업이나 도메인에 최적화된 생성형 AI의 성공적 도입을 통해 글로벌 AI 생태계의 확장을 촉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KT도 지난 10월 태국 대표 정보통신 기업인 자스민 그룹과 함께 KT 초거대 AI ‘믿음’을 활용한 Thai-LLM(태국어 대형언어모델) 구축 및 동남아시아 공동 사업화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사는 이번 협력으로 ▲태국어 전용 LLM 및 사업 모델 구축 ▲동남아 시장 분석 및 마케팅 전략 수립 ▲LLM 구축 기술 및 노하우 전수 ▲동남아 시장의 AI 규제 대응 방안 공동 수립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KT는 LLM 구축에 필요한 기술 및 노하우를 전수하고, 자스민 그룹은 동남아 시장 분석과 모델 개발의 기반이 되는 GPU 팜(Farm, 컴퓨터 서버와 운영시설을 모여 놓은 곳) 구축에 힘을 쏟는다.

동남아 시장 공략하는 KT

KT와 자스민 그룹은 2024년 상반기에 자스민 그룹의 100% 자회사인 자스텔(Jastel Co. Ltd)이 추진하는 신규 IDC에 GPU 팜을 구축한 뒤, 하반기부터 태국어 전용 LLM을 구축하며 단계적 협업에 나선다. 이어 태국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글로벌 LLM 사업 모델을 공동 발굴하고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 시장으로 공동 사업화에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섭 KT 대표는 “대규모 인프라 확보를 위한 GPU 팜 구축과 LLM 개발 및 사업화 경험이 있는 KT가 자스민 그룹과 AI 사업에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협력을 계기로 자스민 그룹과 함께 태국의 AI 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고, 나아가 동남아시아 AI 시장 공동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의 생성형 AI 시장은 2030년까지 7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데이터이쿠의 IDC 보고서는 동남아시아의 AI 솔루션 지출이 2022년 1억7400만 달러에서 2026년 6억4600만 달러로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KT는 이번 성과를 국가나 기업들이 빅테크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온전한 데이터 주권을 갖기 위해 국가별 자체 LLM을 구축하려는 이른바 ‘소버린 AI’ 움직임을 파고든 기회로 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초거대 AI인 GPT-3의 경우 학습 데이터의 영어 데이터가 92.6%, 한국어가 0.016%, 태국어가 0.013%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비영어권 국가 언어의 학습 데이터가 적다 보니, 해당 국가의 정치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KT는 앞으로 자스민 그룹이 태국어 전용 LLM 구축을 통해 AI 주권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고, 나아가 초거대 AI 수요가 있는 대다수 글로벌 국가로 ‘믿음’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KT는 초거대 AI 사업화를 위해 AI 인프라와 모델, 응용 서비스 영역을 아우르는 ‘AI 풀스택’ 전략을 추진해 왔다.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역량과 모레의 AI 반도체 구동 SW를 융합해 인프라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교육 전문 콴다에 200억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는 등 모델과 응용 서비스 영역까지 AI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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