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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 켜는 STO 시장…국내도 속도 낼까

[개화 앞둔 STO]②
국내 STO 산업 성장 위해 좀 더 빠른 법제도화 필요성
해외, 관련 가이드라인 정비로 산업 탄력

강찬영 아트리노 대표와 에드 눠케디 레드스완 대표, 돈 오파라 레드스완 CTO, 윤환진 신영증권 본부장(왼쪽부터)이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KG하모니홀에서 열린 '이데일리 글로벌 STO(Security Token Offering) 써밋'에서 '한국 부동산의 글로벌 토큰증권화, 가능성은'이란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조각투자 방식의 신종증권의 장내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개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해외와 비교해 국내 STO 시장은 관련 법제도가 미비하는 등 과도기적 단계라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토큰증권(ST)시장은 오는 2024년 34조원에서 2030년 367조로 6년 사이 10배 이상 고속성장이 기대된다. 

그간 열릴 듯하면서도 막혀있던 STO 시장이 슬슬 개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조각투자방식의 신종증권이 내년 상반기 중 한국거래소를 통해 장내에서 거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금융위)가 이달 13일 정례회의를 열어 한국거래소(KRX)가 신청한 ‘KRX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 시장 개설’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다. 

이 서비스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내에 일반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미술품, 저작권, 부동산 등에 대한 자산이나 권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조각투자 방식의 신종증권 시장을 개설하는 것이다. 다만 토큰증권이 아닌 기존 전자증권 형태로 상장함으로써 거래소의 증권시장시스템을 활용한 매매거래, 상장, 공시, 청산결제 등이 가능해진다. 

신종증권의 장내거래는 한발 짝 나아갔지만 아직 토큰증권은 시장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토큰증권은 금융상품 또는 기타 자산을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암호화된 토큰형태로 디지털화한 증권이다. 

국내는 관련 법제도 역시 미비하다. 현재 STO 산업을 규율하는 제도는 자본시장법상의 투자계약증권 규정 및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이 유일하다. 국회에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나,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회기 내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금융위가 올해 2월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 시행을 위한 전자증권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발의)은 법안 심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STO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인 분산원장 정의와 규율 근거를 신설하고, 토큰증권 발행인이 직접 STO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제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투자계약증권 유통 규율 근거와 토큰증권 거래를 위한 장외거래중개업자 인가를 만드는 조항을 담았다.

업계에서는 명확한 법제도가 없어 토큰증권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준법운영을 진행하기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내에서도 ‘투자계약증권 1호’ 업체가 나왔지만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다수의 기업들이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승인에 난항을 겪어 왔다.

해외, STO 관련 법제도화 빠른 정비로 시장 탄력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한 샌드박스 역시 허들이 높아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토큰 증권 기업도 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이미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미국의 경우 2017년 미 SEC(증권거래위원회)가 STO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 빠르게 마련되면서 미국의 STO 시장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일본도 STO를 제도권에 편입시켜 규제 테두리 안에서의 육성을 택했다. 지난 2019년 5월, 2020년 5월 두 번에 걸쳐 관련 규제의 개정이 이루어졌으며 토큰의 성격에 따라 지급결제 토큰은 자금결제법, 증권토큰 발행은 금융상품거래법을 적용하여 제도권에 진입시켰다. 주식, 회사채 및 부동산 등의 STO가 실시됐다. 증권사 등이 IT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과 협력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STO 업계의 준비 모습과 닮았다는 평가다. 

싱가포르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17년 싱가포르 통화청 주도로 STO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마련했다. 이후 2020년 STO 플랫폼을 정식 인가한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오랜 시간과 절차가 요구되는 투자설명서를 면제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만들었는데, STO 시장이 성장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국내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국내 업계에서는 상품 발행 시 마다 매번 적지 않은 시간과 자금을 소요하는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현행 제도를 ‘간소화’해야 국내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품 발행시마다 필수적인 증권신고서는 분량이 수백페이지에 달하고, 인건비·판관비를 제외한 로펌, 감정평가 등 외부용역비로만 수천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며 “STO 상품 하나를 내는데 IPO에 준하는 작업과 비용이 필요한데 IPO는 한번으로 끝나는 반면 STO는 지속적으로 상품을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및 비용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상품의 수익률을 낮추고, STO 기업들의 적극적인 토큰증권 발행을 가로막는다”고 하소연했다. 

우선 투자계약증권 시장 통과를 준비하는 기업들도 향후 토큰증권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계약증권 1호가 일단 승인이 나면서 이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다시 한 번 열리게 됐다”며 “다만 앞으로 과제가 남아 있는 데 토큰증권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중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집중해 준비해왔고 앞으로는 유통 시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하는데 아직까지는 완벽하게 제도화된 유통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에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STO가 금융분야의 새로운 영역이 생기는 것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규모가 클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정부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심사하고 평가하고 제도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정부 입장에서 금융임에도 불구하고 꽤 빠르게 제도화하고 준비해서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맞춰서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것은 업체 몫"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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