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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게임하면서 돈도 번다’…웹3.0 게임이 바꿀 미래 [스페셜리스트 뷰]

웹1.0과 웹2.0을 거쳐 웹3.0 시대 도래
“웹3.0, 디지털 경제를 이루는 철학과 인프라 근본적으로 재구성”

'워킹데드 올스타즈' 이미지 [사진 컴투스홀딩스]

[장종철 컴투스홀딩스 상무] ‘미래는 과거에서 온다. 그러나 직선으로 오지 않는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논할 때 사용되는 이 경구는 마치 웹3.0 시대에 좌충우돌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예견한 것 같다. 많은 노이즈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포함한 대부분의 산업은 웹3.0의 도래와 함께 또 한 번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웹1.0이 일방적인 생산-소비 구조에 그쳤다면 웹2.0부터는 쌍방향 네트워크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플랫폼에 종속된 구조였다. 웹3.0이란 이용자들의 데이터·개인정보 등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개인 소유이며, 이를 통해 데이터에 대한 주권이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형태의 웹을 의미한다. 핵심 키워드는 ‘탈중앙화’와 ‘데이터 주권 회복’ 등이다.
 
웹3.0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정보의 인터넷'을 '권리의 인터넷'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물결은 생각보다 빨리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의 양상을 게임 산업을 통해 조명해 보고자 한다. 게임은 기술환경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산업이며, 웹3.0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장 빠르게 흡수해 변화하는 첨단 정보통신(IT) 산업이다. 

웹3.0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은 세계를 바꾼 10대 발명품 중 2위를 차지했다. 3위가 개인용 컴퓨터이기 때문에 사실상 웹과 웹을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즉, IT기술이 순위를 차지한 셈이다. 참고로 1위는 ‘냉장고’가 차지했는데, 먹는 문제 다음이 웹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웹의 발전은 우리 삶을 혁신했다. 금융 투자를 예로 들어보자. 밀레니엄 이전, 웹1.0 시대에 투자자는 뉴스로 정보를 얻고, 증권사 객장을 방문해 종이에 원하는 종목과 주식 수를 써서 창구 직원에게 전달했다. 직원은 증권사 객장의 업무용 컴퓨터로 주식을 매매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통보했다. 
 
투자 시장에서 웹2.0은 2000년대 초반에 도래했다. 당시 앞서가는 투자자는 PC에 ‘영웅문’ 같은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설치해 주식을 매매했다. 2010년대부터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한 번의 변화를 더 거쳤다. 홈 트레이딩 시스템이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으로 진화하며 터치 한 번이면 주식 매매를 할 수 있었다. 테헤란, 여의도, 종로 골목마다 즐비했던 증권사 객장 간판도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그동안 투자의 범위도 크게 달라졌다. 웹1.0 시대의 투자는 대체로 국내 주식시장에 한정돼 있었지만, 웹2.0 시대의 투자는 국경을 넘어 언제든 전 세계 온갖 상품을 포괄하게 됐다.
 
이제 바야흐로 웹3.0 시대다. 가상자산 지갑과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물론, 각종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수많은 가상자산을 매매할 수 있게 됐다. 
 
금융 투자에서 웹3.0 시대의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2009년을 지목할 수도 있겠지만, 국내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가 설립된 2013년, 혹은 2016년의 활황장, 혹은 하루 거래량이 20조 원을 돌파하며 최초로 코스피 거래량을 넘어선 2021년 9월이나, 미국에서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된 올해 1월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른 모든 역사적 구분이 그렇듯, 웹의 시기도 정확히 분절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웹3.0이 생각보다 갑자기, 거대한 존재감으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다. 

워킹데드 엑스플라 연계 시스템 [사진 컴투스홀딩스]

웹3.0 이전의 게임 

웹의 발전은 금융뿐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를 뒤바꿨다. 뱅킹, 쇼핑, 모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등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웹 이전 시기, 게임은 ‘전자오락’이라고 불렸다. 플레이어들은 아케이드 기기나 게임 콘솔, PC 등 다양한 기기를 활용해 게임을 즐겼다.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은 ‘테트리스’와 ‘갤러그’로 시작해 ‘스트리트 파이터’로 중흥기를 맞았다. 8비트, 16비트 게임 팩에 쌓인 먼지를 후후 불어 콘솔 슬롯에 꽂아 넣고 즐기던 ‘소닉’이나 ‘슈퍼 마리오’는 별세계였다. 1990년대 후반에는 PC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며 용산 전자상가가 대호황을 누렸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와 대항해시대를 구매하기 위해 천원, 만원짜리 쌈짓돈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미로 같은 상가 골목을 헤매 다녔다. 
 
모뎀으로 PC 통신을 사용하던 지금 40대, 50대들은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같은 PC 통신 동호회 게시판에서 출처 불명의 인디게임을 다운로드 해 즐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시 모니터 뒤편에서 인디게임을 제작하던 무명의 청년들이 지금은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게임, IT업계의 거인으로 성장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초고속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이후 게임판에도 웹2.0의 바람이 불어왔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넥슨의 ‘바람의 나라’ 등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등장하며 게임판의 변혁을 이끌었다. 대중들에게 온라인게임이 익숙해진 것도 그즈음이다. 서서히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사회와 산업의 일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게임사들이 이 트렌드에 편승하지 못했다. 속도·인증·결제 등 게임 다운로드를 위한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구축하지 못했고, 여전히 패키지 게임을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했다. 이것이 불법 복제 등 문화 지체 현상과 맞물리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 시절을 목도한 업계 관계자들은 변화가 한 편으로 도태를 수반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이미지 [사진 컴투스]

다시, 웹2.0 게임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또 한 번의 전기를 맞는다. 웹2.0 게임이 본격적인 게임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도 그 시기다. ‘2G’, ‘와이파이’ 등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가능하게 하는 통신 기술이 판을 깔았고, 아이폰과 갤럭시가 대중적인 포터블 게임기 역할을 담당했다. 새 시대에 걸맞은 게임 유통 창구로는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양대 마켓이 자리매김했다. 온라인 ‘페이 투 플레이’(Pay to Play) 방식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게이머들은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어디에서든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게 됐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컴투스 그룹은 이 시기에 ‘에어펭귄’, ‘제노니아’, ‘게임빌프로야구’, ‘컴투스프로야구’, ‘서머너즈 워’ 등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IP를 연이어 선보이며 모바일게임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모바일게임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한 ‘2022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전체 게임 이용률은 74.4%에 달한다. 이 중 모바일게임 플레이어 비중은 57.9%다. 모바일게임의 소비자 지출도 2014년 2021년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그만큼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고 시장 경쟁도 치열해졌다. 

게임사들은 웹2.0에 걸맞은 새로운 소비자 접근 전략을 펼쳤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콘텐츠의 상당 부분에 액세스할 수 있는 ‘프리 투 플레이’(Free to Play) 방식이 그것이다. 게이머가 ‘서비스 이용자’라는 의미의 ‘유저’(User)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웹1.0 시절, 게임 콘텐츠는 책과 같아서 엔딩을 보고 나면 책꽂이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웹2.0 시대의 게임은 생물이 진화하듯 끊임없이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며 유저와 함께 성장해 나간다. 게임사는 상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게이머와 상호 관계를 맺으며 게임 콘텐츠의 유지 및 보수, 업데이트에 많은 역량을 할애하게 됐다. 이 시기를 지나며 ‘운영’은 게임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사업적 가치가 됐다. 
 
웹3.0 게임, 소외당한 유저의 소유권을 주장하다 

웹3.0은 게임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본격적인 설명을 위해서는 웹3.0의 시작을 알린 ‘비트코인’의 탄생을 먼저 다루는 편이 좋겠다.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Genesis Block)은 2009년 1월 3일 저녁 7시 15분 5초에 생성됐다. 세계가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던 시기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리먼 브라더스 파산의 여파는 중앙집권적인 금융 시스템과 글로벌 금융회사에 대한 불신에 불을 지폈다.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비트코인의 첫 생성 블록에 이렇게 적었다. ‘2009년 1월 3일 더타임스, 은행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앞둔 영국 재무장관’이라고 남겼다. 전통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조롱을 담은 것이다. 
 
웹3.0이 기존 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감에 기인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이견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웹3.0이 자산의 소유에 대해 확실한 보장을 원하는 팔로워들에 의해 성장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웹3.0은 게임 산업에 ‘소유권’이라는 화두를 몰고 왔다. 웹1.0, 웹2.0을 거치며 게이머는 객체에서 주체로 변화했다. 가령, MMORPG에서 게이머는 플레이어를 넘어 콘텐츠 그 자체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그 중요성만큼 게임의 주인공으로 대우받지는 못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MMORPG 유저는 수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던전을 누비며 몬스터를 쳐부수고, 길드에 소속돼 유저들과 협동과 경쟁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호작용을 펼친다. 특히 플레이어 간 전투(PvP)를 넘어 진영과 진영이 대립하는(RvR) 콘텐츠에서 살아남아 게임 서버를 주름잡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실제로 손에 쥐는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게임 내에서 획득한 아이템뿐 아니라 유료로 구입한 아이템조차 소유권은 게임사에 있다. 유저는 게임사가 제공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의 ‘사용권’만을 구매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도 구매한 아이템은 ‘사유 재산’이 아니라 단지 ‘디지털 정보’에 해당한다. 
 
실제로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면 유저의 시간과 자본과 정성이 들어간 캐릭터도 영구 소멸한다. 만약, 게임 서비스는 계속되는 동안 현실의 유저가 소멸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게임 아이템은 남은 이들에게 ‘상속’조차 되지 않는다. 이처럼 게임의 주체가 주체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아이러니는 게이머들에게 소외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게임 산업이 빠르게 웹3.0을 수용하는 촉매제가 됐다.

미니게임천국 이미지 [사진 컴투스]

‘엑시 인피니티’가 게임 산업에 던진 파문
 
현재 시점에서 ‘웹3.0 게임’을 거칠게 정의하자면 ‘유저가 게임 내 자산을 실제로 소유할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 내 자산을 실제로 소유하게 된다’는 것은 게임 자산이 곧 ‘금융 자산’화 된다는 의미다. 이것을 게임과 탈중앙형 금융(DeFi)이 결합했다는 의미를 담아 ‘게임 파이’(Game-Fi)라고 부른다. 
 
게임 파이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한 것은 2018년이다. 베트남의 스타트업 회사 스카이마비스(Sky Mavis)가 개발한 모바일 수집형 RPG, ‘엑시 인피니티’는 최초의 대중적 웹3.0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엑시’라는 가상의 동물을 전략적으로 편성해 상대방의 엑시와 대전을 즐기는 단순한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다. 이 게임의 특별한 점은 ‘엑시’ 3마리를 가상화폐를 통해 구입해야만 웹3.0 콘텐츠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엑시는 대체불가능 토큰(NFT)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엑시는 게임 외부의 개인 지갑에 저장할 수 있으며, 다른 이더리움 주소로 전송할 수 있다. 또한 NFT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와 거래도 가능하다. 엑시를 활용해 타 플레이어와 전투에서 승리하게 되면 ‘스무스러브포션’(SLP)과 ‘AXS’라는 블록체인 가상화폐를 획득할 수 있다. 이는 브리딩 시스템을 통해 새 엑시를 탄생시키거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다. 
 
이 게임은 그리 뛰어나지 않는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대성공을 거뒀다. 2021년 엑시 인피니티의 인기가 최고에 이르렀을 때는 일일 활성 사용자 수(이하 DAU)가 270만 명을 돌파했고, 더불어 스카이 마비스의 기업 가치는 약 30억 달러에 육박했다. 
 
엑시 인피니티의 성공 원인은 단순하다. 기술적으로 유저에게 게임 내 자산을 소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엑시 인피니티에서 활용되는 ‘SLP’와 같은 가상화폐는 분산원장기술(DLT)을 기반으로 데이터의 블록 안에서 나의 소유를 증명할 수 있다. 분산원장이란 은행 시스템과 같이 중앙에서 관리되는 중앙집중원장과 반대로 중앙 관리자의 제어 없이 분산화된 네트워크의 각 노드(개인)들이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더해진다. 누군가 생성한 블록과 블록은 해시함수(Hash Function)를 이용해 하나의 체인을 이루게 된다. 실제 체인에서 중간의 고리가 빠졌을 때 전체 구조가 성립하지 않듯, 블록체인은 각 고리들이 논리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게 된다. 결국, 블록체인으로 생성된 게임 아이템은 명확하게 소유를 인정받을 수 있다.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이후의 웹3.0 게임 

찬란한 성공 뒤, 그림자가 드리웠다. 엑시 인피니티의 닫힌 게임 구조가 영원할 수 없다는 전망과 함께 SLP, AXS 코인의 시세가 낮아졌고 유저들이 보유한 게임 자산의 평가 가치도 폭락했다. 게임 자체의 사행성이 강하다는 언론의 평가가 기름을 부었고, 수익성이 저하되며 신규 플레이어 유입이 감소하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했다. 

엑시 인피니티는 짧은 시간 동안 흥망성쇠를 거쳤다. 하지만, 이 게임이 제시한 비즈니스 모델인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정확히 표현하면, ‘페이 투 플레이 투 언’(P2P2E, Pay-to-Play-to-Earn) 비즈니스 모델은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계와 유저들에게 해일과도 같은 파문을 던졌다. 
 
게임사가 아닌 유저가 주체가 되는 게임 경제, 그것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게임사들은 이런 화두를 품고 페이 투 플레이 투 언 모델을 넘어 프리 투 플레이(Free-to-Play)와 플레이 투 언(Play-to-Earn)이 결합된 ‘F2P2E’(Free-to-Play-to-Earn)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모델은 웹2.0 모바일게임처럼 마켓에서 무료로 게임을 다운로드 해 즐기며(Free-to-Play), 무엇인가 가치를 창출(Play-to-Earn)할 수 있다. 또한 보다 오픈된 웹3.0 생태계를 구축하기에 용이하다. 
 
2020년 무렵부터 수집형 RPG, MMORPG 등 여러 가지 장르에 이러한 토크노믹스(Tokenomics, Token+Economics)가 적용됐고 유의미한 성공 사례들이 도출되기 시작했다. 2022년 컴투스홀딩스에서 출시한 ‘워킹데드: 올스타즈’가 대표적이다. 워킹데드는 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스카이바운드 엔터테인먼트의 ‘워킹데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수집형 RPG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의 생존을 주제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전개해 2022년 구글 플레이 ‘베스트 오브 어워즈’에서 ‘베스트 스토리’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워킹데드는 웹2.0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모바일게임의 생애주기와 맞물려 론칭 2년 차 성과일 지표는 출시 시기에 비해 떨어졌다. 하지만 이 게임에 토크노믹스를 적용하자 일일 광고 수익이 42% 증가했으며 일일 신규 사용자(DNU)는 40% 상승했다. 일일 활성 사용자(DAU)도 20% 높아졌다. 
  
왜 이런 결과가 발생했을까?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유효과’의 힘이다. 소유효과는 ‘동일한 물건이라도 자신이 소유한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습성’을 의미한다.
 
이 게임의 경제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자. 워킹데드에 결합한 토크노믹스는 광고 수익 기반 바이백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선순환 구조의 열린 시스템이다. 스마트 콘트랙트를 이용해 유저가 게임 내에서 광고를 시청해 얻는 수익만큼 엑스플라 게임스(XPLA GAMES)의 콘버트 풀(Convert Pool)을 통해 엑스플라(XPLA)가 게임에 공급됨으로써 게임 수익이 유저에게 환원된다. 
 
한편, 유저는 게임 내에서 게임 재화를 모아 ‘키’를 제작하고, 그것으로 ‘금고’를 열어 ‘미지의 재화’를 획득할 수 있다. 미지의 재화는 게임 내 교환소에서 유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이템이나 캐릭터로 교환하거나 거버넌스 코인인 ‘XPLA’로 교환할 수 있다. 물론 XPLA는 여러 글로벌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을 유저의 소유권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지닌 ‘P2O’(Play to Own)라는 용어로 정의한다. 웹3.0의 핵심인 ‘소유’ 개념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데이터 주권을 갖지 않고, 구성원 모두 참여하고 소유할 수 있는 공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P2O의 방향이다. 
[사진 컴투스홀딩스]

웹3.0 게임의 기본, 토크노믹스와 확장성

토크노믹스는 개별 게임의 장르와 특성에 맞게 설계된다. 이것은 게임 내 외부의 경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 작업이다. 게임 중심의 글로벌 메인넷 ‘XPLA’와 컴투스 그룹은 지난 20년 이상 웹2 게임의 서비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하며 참여자 친화적인 기본 토크노믹스 모델을 구축했다. ‘GGR’(Gated Gameplay Rewards)은 유저의 실제 게임 플레이 여부를 확인하고 토큰 교환 재화를 제공해 왜곡을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다이나믹 리워드 얼로케이션 시스템(DRAS)은 인게임 유저의 플레이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다이나믹 토큰 콘버전 시스템’(DTCS)은 유동적인 토큰 비율을 설정해 인게임 경제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인게임 재화 가치의 급격한 변화를 막아주는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토크노믹스만으로 웹3.0 게임이 성공할 수는 없다. 단일 메인넷 생태계를 벗어나 다른 웹3.0 생태계와 폭 넓은 호환성도 갖춰야 한다. 마치 대운하를 건설하듯 바다와 바다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최대 블록체인 디앱(DApp) 생태계를 갖춘 이더리움과의 호환성은 매우 중요하다. 

XPLA는 이를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기술을 탑재해 해결했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인 ‘web3.js’와 이더리움 생태계의 다양한 응용프그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XPLA 생태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이더리움의 고유 프로그래밍 언어인 ‘솔리디티’를 기반으로 개발된 수많은 디앱을 XPLA 메인넷에서 구동할 수 있게 됐다. 확장성은 XPLA 뿐만 아니라,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내재해야 할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무엇을 바꿀 것인가? 

아직도 “블록체인으로 뭘 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이미 웹3.0은 웹2.0이 그랬듯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젖어 들어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조폐공사가 발주한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 구축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 카드형 운전면허증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진 국가 신분증으로 공공기관, 은행, 편의점 등에서 본인확인 시 활용할 수 있으며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에서도 운전 자격을 증명할 수 있다. 탈중앙화 신원 증명 기술(DID)이 적용돼 신분증 사용 이력은 본인만 확인할 수 있도록 개인의 스마트폰에 저장되며, 중앙 서버에는 저장되지 않는다.
 
팬데믹 시기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증명서 발급 서비스 '쿠브'는 우리 건강을 지키는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 또한 국내 스타트업 블록체인랩스로부터 기부받은 기술을 적용했다. 질병관리청 측은 “DID를 접목해 증명서 위변조 가능성을 차단하고 최소 개인정보를 활용해 코로나19 접종 사실을 인증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아발란체와 함께 재난지원금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지원금 접수 절차부터 지급까지의 과정을 간소화하고 심사 지연이나 서류 제출 문제를 사전 방지할 수 있다. 모든 지원금의 흐름이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투명하게 확인되는 것도 장점이다. 이 외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온체인 투표 시스템은 본격적인 직접 민주주의 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웹3.0은 디지털 경제를 이루는 철학과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IT·콘텐츠의 첨단에 자리잡은 게임 산업은 이 변화의 격류를 다른 어느 곳 보다 뜨겁게 체감하고 있다. 이 변화가 만들어 갈 미래에 게임 유저는 소비 객체에서 게임 생태계 형성의 주체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어갈 미래가 게임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 그리고 그 너머의 모든 참여자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성장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필자는 이 새로운 웹 패러다임이 열어갈 미래가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공정할 것으로 믿고 있다. 
장종철 컴투스홀딩스 상무 [사진 컴투스홀딩스]

장종철 컴투스홀딩스 상무는_2003년부터 창세기전 IP로 유명한 소프트맥스에서 게임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1년 (주)플루토게임즈에서 부사장을, 2013년 (주)크리콘에서 CEO로 재임했다. 이후 2015년부터 컴투스홀딩스에서 게임제작본부장을 거쳐 현재 블록체인 부문에서 부문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 상무는 컴투스 그룹이 2022년 웹2.0과 웹3.0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블록체인 메인넷 엑스플라(XPLA)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24년 상반기에는 XPLA 이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The Next XPLA’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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