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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요, 앞으로”…‘확’ 달라진 주총, 경영진 총출동해 ‘소통’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주주와의 대화’ 첫 시행
DS·DX 사업 수장, 비전 직접 설명…“반도체 1위 탈환할 것”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하트’가 클래식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는요, 앞으로…”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 색다른 방식을 도입했다. 안건 표결 이후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별도로 마련한 것. 이런 방식으로 주총이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이 직접 주주들과 소통에 나섰다. 이들은 각 사업 부문별 경영전략을 설명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기술책임자(CTO)는 물론 각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도 단상에 직접 올라 주주들의 질문에 답했다. 경영진이 총출동해 구체적인 사업 현황과 전략 설명에 나선 셈이다.

한 부회장은 의장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반도체 산업의 업황 둔화로 경영 여건이 어려웠지만, 지속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과 선제적 시설투자를 강화하는 등 제품 경쟁력과 기술 리더십 제고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며 “이러한 노력 속에 2023년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인터브랜드 평가 기준 914억 달러로 글로벌 톱 5의 위상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도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차세대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성장사를 돌아보면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전자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기 대응함으로써 새롭게 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선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주주환원 정책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2023년 기준으로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주주 중시 경영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미래 핵심 키워드론 인공지능(AI)·고객 경험·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꼽았다. 그는 “다양한 신제품·신사업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조직과 추진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주주와의 대화 외에도 주총장에 현재 진행 중인 사회공헌·상생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도 준비했다. 현장에 오지 않더라도 주총을 볼 수 있도록 사전 신청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중계도 이뤄졌다.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총에선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처음으로 시행됐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가 삼성전자 경영진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반도체 ‘적자 탈출’ 무기는?

삼성전자 DS부문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한다. 이 부문장인 경 사장은 사업전략 발표를 통해 “앞으로 2~3년 이내에 세계 반도체 1위를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또 “2024년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로,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23년에 매출 66조59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2.4% 감소한 수치다. 14조8795억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올렸다.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DS 부문은 영업이익 23조8158억원을 기록하며 전체의 54.9%를 담당했다.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던 반도체 사업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전체 실적도 부진했다.

경 사장은 R&D를 통해 사업 반등을 이루겠다고 했다. 그는 “기존 사업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1등을 유지할 수 없다”며 “R&D 투자를 통해 얻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투자와 체질 개선 활동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경 사장은 실적 반등을 위한 새로운 반도체 칩 개발 소식도 내놨다. 대규모언어모델(LLM)용 AI 칩 ‘마하 1’ 개발을 공식화했다. 그는 “현존하는 AI 시스템은 메모리 병목으로 인해 성능 저하와 파워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범용인공지능(AGI) 컴퓨팅랩을 신설하고 AI 아키텍처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마하 1에 대해선 “메모리 처리량을 8분의 1로 줄이고, 8배의 파워 효율을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개발 중”이라며 “저전력(LP) 메모리로도 LLM의 추론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마하 1에 대한 기술 검증을 마치고 현재 시스템온칩(SoC)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 초에는 칩으로 구성된 시스템 마련을 목표로 R&D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중 주력인 메모리 분야 시장이 올해 반등을 이루리라고 봤다. 회사 측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크게 성장한 6300억불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DS부문 매출도 2022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회사는 12나노급 32Gb(기가비트) DDR5 D램을 활용한 128GB(기가바이트) 대용량 모듈 개발로 시장을 선도하고, 12단 적층 고대역폭메모리(HBM) 선행을 통해 HBM3·HBM3E 시장의 주도권을 찾을 계획도 공개했다. 이와 함께 D1c D램·9세대 V낸드·HBM4 등과 같은 신공정을 적극 개발, 다시 업계를 선도하고 첨단공정 비중 확대 및 제조 능력 극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기흥 R&D 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다. 또 반도체연구소를 양적·질적 측면에서 두 배로 키울 계획이다. 연구 인력과 R&D 웨이퍼 투입을 지속적으로 늘려 첨단 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하겠단 취지다.

“AI로 고객 경험 혁신”

스마트폰·가전·TV·PC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에선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DX 부문은 한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한 부회장은 “스마트폰·폴더블·액세서리·확장현실(XR) 등 모바일 제품 전반에 AI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며 “차세대 스크린 경험을 위해 AI 기반 화질·음질 고도화, 한 차원 높은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등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통해 일반 가전제품을 지능형 홈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모든 디바이스에 AI를 본격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고객에게 생성형 AI와 온 디바이스 AI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단 취지다. 온 디바이스 AI는 서버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회사 측은 “홈·모바일·오피스를 망라한 삼성의 다양한 디바이스는 많이 연결하고 자주 사용할수록 더욱 똑똑해지고 고객을 잘 이해해 더 큰 가치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집안에서는 갤럭시폰이 리모컨이 돼 모든 기기를 편리하게 제어하고 ▲스마트 가전 및 IoT 솔루션을 통해 최적의 수면 환경을 제공하며 ▲기기 사용 패턴 및 알림을 통해 가족의 응급 상황도 손쉽게 확인하고 ▲기기 안의 AI로 절약과 절전 모드를 최적화해 최대 20%까지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식의 생태계를 꾸리겠단 포부다.

삼성전자는 주주 소통과 함께 ESG 전략에 대한 전시도 진행했다. 주총장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통해 제조 및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은 중소기업 12개 사의 제품 전시 및 판매를 위한 '상생마켓'이 들어섰다. 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운영 중인 C랩이 육성한 스타트업 7개 사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도 선보였다. 이외에도 청년들의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지원하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와 자립 준비 청년들의 홀로서기를 돕는 ‘희망디딤돌’ 등 삼성전자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부스도 마련됐다.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의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 사외이사 선임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이 상정됐다.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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