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여성 전투부대 창설한 러시아 여군의 삶을 따라가다 [E-BOOK]
신간 ‘야시카 농민, 유형자, 군인의 삶’
‘야시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마리야 보차카료바 삶 조명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내 가슴은 펄펄 끓는 전쟁이라는 솥 안에 있기를, 전쟁의 불길로 세례를 받고 전쟁의 용암에 그을리기를 갈망했다. 내 나라가 나를 불렀다.”(야시카 농민, 유형자, 군인의 삶 중에서)
한쪽에서는 반혁명 분자로, 다른 한쪽에서는 러시아의 ‘잔 다르크’로 불렸던 러시아의 여성 군인 ‘마리야 보차카료바’(1889~1920)의 자서전이 출간됐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여성 군인이지만, 반혁명 운동에 가담했다가 1920년 총살된 여군의 삶이 세상 바깥으로 나올 수 있던 것은 러시아 출신 미국인 아이작 돈 레빈이 그녀의 구술을 기록했던 덕분이다.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와 남편의 폭력에 고통받던 보치카료바가 남성의 영역이던 러시아 제국군에 자원입대했다. 당시 제1차 세계 대전의 한복판에서 독일군과 싸웠고, 여러 차례 공을 세워 전쟁 영웅이 됐다. 하지만 세계 대전 중에 러시아 2월 혁명이 일어나면서 전쟁 종식을 바라던 병사들이 전투를 거부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보치카료바는 여성결사대 창설을 주도했지만 1971년 볼셰비키혁명의 여파로 결사대가 해체됐다. 그는 반혁명 운동에 가담하다 체포되어 1920년 총살됐다.
그가 한편에서 반혁명 분자로, 또 다른 한편에서 러시아의 잔다르크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관습에 맞서고 새로운 세계를 만든 여성인 동시에 시대 흐름을 거스르면서 몰락한 역사의 패배자이기도 하다. 그가 농부의 딸이라는 민중 출신이지만 전쟁 국면에서 지배계급의 가치관을 받아들인 문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성 전투부대라는 실험은 그가 젠더 질서 속에서 어떤 평가를 받아야 했는지 엿볼 수 있다. 러시아 여성결사대는 태생적으로 이율배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여성 전투부대는 혁신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전통적인 젠더 질서에 복무하려 한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부대는 여성에게 금지됐던 영역에 도전하려는 러시아 여성들의 욕망을 분출하려는 장이었고, 국가가 여성의 군사 참여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여성 군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전환기의 러시아, 1차 세계 대전 과정에서 벌어진 러시아혁명의 생생한 현장을 목도한다. 러시아 민중과 전쟁을 치르는 병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러시아에서 여성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성 군인의 모순적인 삶을 조망하는 자서전이자 역동의 러시아 시대 면면을 담은 기록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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