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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평균수명 ‘90세’ 넘었다…보험사들 새 먹거리는 ‘요양사업’

[보험사, 초고령사회 대비하라] ①
내년 65세 이상 인구 20% 예상…요양 수요 점차 증가
보험사들 요양 시설 확충 나서…토지 규제·이해 상충 등 난관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여성 평균수명이 90세를 넘는 시대를 대비해 보험업계가 신사업으로 요양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일부 보험사들은 토지를 매입해 요양시설을 지었으며, 앞으로도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토지·건물 임차’ 규제와 기존 요양시설 사업자에 대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어려운 현실이다.

보험개발원이 올해 초 발표한 제10회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평균수명은 남성 86.3세, 여성 90.7세로 5년 전(9회)보다 각각 2.8세, 2.2세 늘어났다. 여성 평균수명이 90세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험생명표는 보험개발원이 생명보험 가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하는 성별·연령별 사망률 표다. 단, 경험생명표는 생명보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통계청이 발표하는 평균수명보다는 길다.

이처럼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한국은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뒀다. 초고령사회는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경우를 말하는데,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앞으로 만 65세 이상 인구는 2034년께 30%, 2045년께 40%를 돌파하며, 2060년에는 5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싸라기 땅’에 속속 요양시설 짓는 보험사들

가속하는 노인인구 증가에 요양 시장이 주목받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실제 국내 시니어케어(요양 서비스) 시장은 2018년 8조원에서 2022년 14조5000억원로 성장했으며, 연평균 15.6%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103만6000명에서 167만3000명으로 연평균 12.7%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문제는 고령자 증가로 요양 서비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공급이 질적으로 뒤받쳐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요양사업 운영 주체는 70~80%가량이 영세한 개인사업자 위주로 형성돼 있다. 영세 사업자는 자본 부족으로 시설 투자가 힘들고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서비스 질을 개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점차 건설·제약·교육 등 여러 분야의 민간 기업이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요양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보험사들의 진출이다. 보험업법 11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부수업무 및 자회사 설립 형태로 장기요양 서비스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실버타운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 카운티’ 조감도. [사진 KB라이프생명]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곳은 KB라이프생명이다. KB라이프생명은 요양사업 전문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두고 지난 2016년부터 사업을 영위 중이다. 현재 KB골든라이프케어는 서울 및 수도권 등 소위 ‘금싸라기 땅’에 요양원 3곳, 케어센터 2곳, 실버타운 1곳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까지는 시설을 늘려 총 11개의 요양시설 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다.

신한라이프도 올해 1월 요양사업 전담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하며 본격적인 운영 계획을 밝혔다. 신한라이프케어는 이미 내년 경기 하남 미사 노인요양시설 오픈을 목표로 부지 매입을 마무리했다. 또 2027년 설립을 목표로 서울 은평구에 실버타운 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삼성생명은 삼성생명 공익재단을 통해 경기 용인에 있는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를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지주도 하나금융공익재단이 운영하는 경기 남양주 소재 요양 시설인 ‘하나케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NH농협생명도 지난해 2월부터 요양사업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토지·건물 임차’ 규제는 숙제…‘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그러나 보험사들의 요양사업 진출이 순탄치만은 않다. ‘토지·건물 임차’ 규제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시설 사업자가 10인 이상의 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부지를 임차해야 한다. 요양시설 난립을 막고 잦은 개·폐업으로 인한 입소 노인의 주거 불안을 막는다는 취지에서다. 이 때문에 현재 대다수 보험사가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토지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런 어려운 현실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족한 요양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토지·건물 임차’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영세 요양시설 난립과 돌봄 공공성 저해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기존 개인 영세사업자들 또한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하며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장기요양 시장화 포문 여는 요양시설 임대허용정책 관련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 요청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계획에는 장기요양 질 제고·공공성 강화·재정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며 “시설 불안전성에 따른 노인 요양의 안정성 부실화, 과도한 시설화, 요양 분야에 금융자본 진입 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시각은 다르다. 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요양사업 진출은 본업(보험상품)을 강화하기 위한 것인데 시설 및 요양 서비스를 부실하게 만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기존 사업자들에 대해서도 보험사가 그들을 배척하자는 게 아니라 함께 논의를 통해 건설적인 산업을 만들고자 함인데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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