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1년 맞는 비대면 진료…"제도가 발목 잡았다"
16일 조명희 의원실 좌담회 개최
법제화 사실상 좌초…"혁신 발판 만들어달라"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진료를 볼 수 있는 비대면 진료가 올해 6월 시범사업 시행 1년을 맞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동안 환자가 한 번쯤 경험해봤을 비대면 진료지만, 아직 제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의료기관에서 반년 이내 진료받은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고, 섬·벽지 거주자나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 격리 중인 감염병 확진 환자 등으로 사용 범위가 제한돼서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가 제도가 혁신의 발목을 잡은 사례라고 말한다.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현황 및 개선 방향 논의'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시대와 기술의 발달에 따른 결과를 규제할 순 없다"며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제출된 법안은 법리 측면의 하자도 없고, 입법 자체도 국민의 건강권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또한, 왕 교수는 "비대면 진료의 쟁점은 허용 의료 행위와 대상 의료기관, 대상 환자, 의사의 책임 등"이라며 "현재 제출된 법안은 이들 요소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했으며, 일부 단체에서 말하는 우려를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통신·장비의 오류 등으로 일어날 문제에 대해선 "비대면 진료로 일어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는 기술의 발달로 해결할 수 있는 데다, 통신·장비의 오류는 기술의 한계지, 비대면 진료 도입을 막을 이유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기술 발전의 결과를 환자(소비자)가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 시장은 의료진(공급자) 중심인 만큼, 비대면 진료가 환자의 이익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비급여 의약품을 사는 것과 관련해선 제도 측면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사무총장은 "급여 의약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을 통해 평가·판단 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비급여 의약품은 그렇지 못하다"며 "특히 비대면 진료 처방이 피부‧미용 의약품에 쏠려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운영하는 산업계에서는 기업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 마련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를 운영하는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는 "일각에선 기업들이 비대면 진료 시장을 떠나는 점을 지적한다"며 "이는 입법을 통해 기업이 사업을 추진할 바탕이 만들어져야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신약도 개발하는 상황에서 의료 서비스도 기술 발전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제도 안에서 기업들이 혁신 활동을 수행하도록 근거(법안)를 마련해달라"고 했다.
이날 좌담회에선 비대면 진료를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확대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조재용 연세대 의과대학(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암 환자는 서울 지역의 병원에서 치료받기 위해 여러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화면 접촉을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달해, 법적 받침만 있다면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비대면 진료를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확대하려면 병원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시범사업 형태론 투자 결정이 어려워, 제도가 제동을 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법안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입법에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감염병 위기단계가 낮아지며 현재는 사실상 좌초 상태다. 의사·약사 단체의 반대로 인해 사업 범위도 상당히 축소됐다. 비대면 진료를 받고서도, 의약품은 비대면으로 받지 못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종필 약사는 "약국에서도 택배로 의약품을 받는데, 환자에게 의약품을 배송하지 못할 이윤 없다"고 했다. 이어 "특정 약국으로 환자가 쏠리는 문제는 지역별 쿼터제 등 보완 방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약국의 업무가 늘어난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약국도 많다"고 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며, 여러 단체의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한다는 입장이다. 박준형 보건복지부(복지부) 의료정책과 서기관은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할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제도를 설계하고 추진하며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과 안전성은 물론 의료진의 진료 권한 등 여러 요소를 포괄적으로 담보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시범사업을 중간 점검하니,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20%가량 비대면 진료의 이용량이 늘었다"며 "점검 자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시범사업의 개선과 보완 방안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좌담회를 개최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서면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 체계를 지키는 데 기여한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되지 못한 채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1400만명의 국민이 쓰는 보편 의료 서비스지만, 여전히 법적 근거가 미비하단 점은 의료선진국으로서 아쉬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를 의료체계의 한 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술 진보와 플랫폼 서비스의 진화, 익숙한 비대면 문화에 힘입어 놀랍게 성장한 비대면 진료가 감염병 대유행 사태나 보건 위기 상황과 관계없이 국민의 일상을 편하게 만드는 중요한 인프라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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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가 제도가 혁신의 발목을 잡은 사례라고 말한다.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현황 및 개선 방향 논의'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시대와 기술의 발달에 따른 결과를 규제할 순 없다"며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제출된 법안은 법리 측면의 하자도 없고, 입법 자체도 국민의 건강권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또한, 왕 교수는 "비대면 진료의 쟁점은 허용 의료 행위와 대상 의료기관, 대상 환자, 의사의 책임 등"이라며 "현재 제출된 법안은 이들 요소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했으며, 일부 단체에서 말하는 우려를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통신·장비의 오류 등으로 일어날 문제에 대해선 "비대면 진료로 일어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는 기술의 발달로 해결할 수 있는 데다, 통신·장비의 오류는 기술의 한계지, 비대면 진료 도입을 막을 이유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기술 발전의 결과를 환자(소비자)가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 시장은 의료진(공급자) 중심인 만큼, 비대면 진료가 환자의 이익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비급여 의약품을 사는 것과 관련해선 제도 측면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사무총장은 "급여 의약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을 통해 평가·판단 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비급여 의약품은 그렇지 못하다"며 "특히 비대면 진료 처방이 피부‧미용 의약품에 쏠려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운영하는 산업계에서는 기업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 마련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를 운영하는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는 "일각에선 기업들이 비대면 진료 시장을 떠나는 점을 지적한다"며 "이는 입법을 통해 기업이 사업을 추진할 바탕이 만들어져야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신약도 개발하는 상황에서 의료 서비스도 기술 발전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제도 안에서 기업들이 혁신 활동을 수행하도록 근거(법안)를 마련해달라"고 했다.
이날 좌담회에선 비대면 진료를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확대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조재용 연세대 의과대학(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암 환자는 서울 지역의 병원에서 치료받기 위해 여러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화면 접촉을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달해, 법적 받침만 있다면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비대면 진료를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확대하려면 병원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시범사업 형태론 투자 결정이 어려워, 제도가 제동을 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법안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입법에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감염병 위기단계가 낮아지며 현재는 사실상 좌초 상태다. 의사·약사 단체의 반대로 인해 사업 범위도 상당히 축소됐다. 비대면 진료를 받고서도, 의약품은 비대면으로 받지 못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종필 약사는 "약국에서도 택배로 의약품을 받는데, 환자에게 의약품을 배송하지 못할 이윤 없다"고 했다. 이어 "특정 약국으로 환자가 쏠리는 문제는 지역별 쿼터제 등 보완 방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약국의 업무가 늘어난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약국도 많다"고 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며, 여러 단체의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한다는 입장이다. 박준형 보건복지부(복지부) 의료정책과 서기관은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할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제도를 설계하고 추진하며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과 안전성은 물론 의료진의 진료 권한 등 여러 요소를 포괄적으로 담보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시범사업을 중간 점검하니,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20%가량 비대면 진료의 이용량이 늘었다"며 "점검 자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시범사업의 개선과 보완 방안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좌담회를 개최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서면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 체계를 지키는 데 기여한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되지 못한 채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1400만명의 국민이 쓰는 보편 의료 서비스지만, 여전히 법적 근거가 미비하단 점은 의료선진국으로서 아쉬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를 의료체계의 한 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술 진보와 플랫폼 서비스의 진화, 익숙한 비대면 문화에 힘입어 놀랍게 성장한 비대면 진료가 감염병 대유행 사태나 보건 위기 상황과 관계없이 국민의 일상을 편하게 만드는 중요한 인프라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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