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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 블랙박스’ 관심 커지는데…설치 의무화는 ‘미지수’

국회,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 대표 발의
국토부, 필요성은 공감…설치 의무화는 우려
시청역 사고 이후 페달 블랙박스 관심도 급증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최근 자동차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페달 블랙박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국회가 나서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11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를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자동차관리법 제 29조에 4를 신설해 자동차 제작 및 판매자 등이 차종·용도·승차 인원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페달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법 시행 시기는 페달 블랙박스 기술개발 기간을 고려해 법령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적용 대상은 신규 제작 차량이다.

페달 블랙박스가 설치가 의무화 될 경우 ‘급발진’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박스를 설치한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멈추지 않은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이는 차량 결함의 핵심적인 증거가 된다.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여부도 밝혀낼 수 있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조작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이를 통해 ‘급발진 의혹’에서 벗어나 운전자의 실수를 증명할 수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페달 블랙박스’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다. 다만, 제조사에게 설치를 의무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박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개인적으로 제 차에 페달 블랙박스를 달려고 한다”며 “제조사에 강제할 것이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 차원에서 여러 규제의 문제가 있기에 자발적으로 유도해 나가는 게 우선 옳은 것 같다”며 “강제로 의무화하면 무역 마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토부는 국내외 완성차 제조사에 출고 시 페달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방안을 ‘권고’할 계획이다. 아울러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자동차 보험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급가속 의심 사고 페달 블랙박스 영상 캡처. [자료=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더 커지는 ‘페달 블랙박스’ 관심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해 영상이 공개된 사례는 존재한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교통안전연구원은 올해 2월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주관 기술 분과회의에서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했던 사고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사고는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용산구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당시 주행 중이던 전기 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에서 운전자의 페달 조작 장면이 담겼다. 당시 그는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브레이크를 수차례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영상 속 내용은 달랐다. 운전자는 담벼락에 충돌하기 전까지 약 8초가량의 시간 동안 119m를 주행하면서 단 한 번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페달 블랙박스에 녹화된 운전자는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6회에 걸쳐 밟았다. 

이 같은 영상이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페달 블랙박스’를 사이에 둔 국회와 국토부가 평행선을 달리자 ‘페달 블랙박스’를 직접 설치하기 위해 블랙박스 업체에 관련 문의를 남기는 사람은 급증하는 추세다. 

검색량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구글 트렌드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 직전 페달 블랙박스의 관심도는 0이었다. 시청역 사고 당일인 지난 1일의 관심도 지수는 12로 늘어났다. 지난 11일의 경우 최대 지수인 100을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블랙박스 판매업체의 온라인 판매사이트에는 ‘요즘 원인 미상의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페달 블랙박스 설치 후 조금 안심이 된다’,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우선이지만 설치하니 마음이 편하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예외일 순 없으니 하나 장만 했다’ 등의 페달 블랙박스 설치와 관련된 후기가 빗발쳤다. 

페달 블랙박스 업체 관계자는 “이번 시청역 사고 이후 페달 블랙박스 문의하시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며 “명확한 사고 원인이 쉽사리 나오지 않으니,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영상을 증거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많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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