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밸런싱의 시간]②
연기금 리밸런싱·外人 차익실현 시 수급 부담 확대
外人 같은 방향이 변수…시장 충격은 수급이 결정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리밸런싱이 7월부터 본격화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얼마를 팔 것인가'에서 '시장이 얼마나 받아낼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대 수십조원 규모의 비중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시장 충격은 총매도 규모보다 집행 속도와 외국인 수급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민연금의 매도는 예정된 자산배분 절차인 반면, 외국인까지 같은 시기에 공급자로 전환될 경우 수급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장기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국내주식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국내주식 자산배분 유예조치가 종료되면서 이달부터 정상 리밸런싱이 시작됐다. 최근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국내주식 평가액이 목표 비중을 웃돌자 기계적인 비중 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미 리밸런싱이 일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기금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어선 이후 순매도 규모를 빠르게 확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9000선을 처음 돌파한 6월 18일 연기금은 3921억원을 순매도했고, 다음 거래일인 19일에는 5267억원을 팔았다. 이어 22일에도 1801억원을 순매도하며 사흘 동안 모두 1조999억원어치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는 최근 한 달 연기금 순매도 규모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증권가는 이를 단순한 차익실현보다 리밸런싱의 초기 집행 과정으로 해석한다. 코스피 상승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 범위를 넘어선 만큼 국민연금이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비중 조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시장 전망에 따라 매매한 것이 아니라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유지하기 위한 기계적인 운용이라는 의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순매도가 늘었다고 해서 이를 모두 시장을 부정적으로 본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국민연금은 목표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만큼 시장 전망과 리밸런싱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폭탄 매도'보다 수급 균형이 관건
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국민연금과 외국인이 동시에 공급자로 전환하는 상황이다. 올해 코스피 상승은 외국인 순매수가 견인했다. 반대로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시기에 국민연금 리밸런싱 물량까지 겹치면 단기적으로 수급 공백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러한 장면은 최근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한 뒤 조정에 들어간 6월 26일 외국인은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섰고 연기금도 순매도를 이어갔다. 기관과 외국인이 동시에 공급자로 돌아서면서 코스피는 하루 만에 5% 넘게 하락했고, 개인투자자는 8조1710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시장에서는 당시 급락을 외국인과 연기금 매도가 같은 방향으로 맞물릴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수급 부담의 사례로 보고 있다.
다만 이를 곧바로 '폭탄 매도'로 연결짓기는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연금이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비중을 조정하더라도 대규모 물량을 단기간에 모두 처분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에 물량을 내놓을 경우 거래 충격으로 매도 단가가 낮아져 기금 수익률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십조원 규모의 리밸런싱 물량을 단기간에 처분하는 것은 운용 측면에서도 현실성이 낮다"며 "일별 매도 규모를 조절하면서 상당 기간 분산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총매도 규모가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하루에 얼마나 공급되느냐"며 "외국인 순매수와 기관 자금, ETF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경우 상당 부분 흡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민연금 매도 물량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외국인 매도와 같은 시기에 공급 물량이 늘어날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며 "반대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진다면 리밸런싱 부담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7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리밸런싱이 시작되더라도 '폭탄 매도'가 될 가능성은 제로"라며 "자산배분은 한쪽이 무거워졌다고 한꺼번에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인 만큼 단기간에 대규모 매도가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단기 시황에 따라 매매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의 성장에 함께하는 '유니버설 오너(보편적 소유자)'로서 국민의 노후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기관"이라며 "주가가 올랐다고 곧바로 팔고, 떨어졌다고 바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변수로 국민연금의 총매도 규모보다 외국인 수급과 리밸런싱 집행 속도를 꼽는다. 국민연금의 비중 조정은 이미 예정된 절차인 만큼 시장이 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ETF를 중심으로 한 패시브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경우 리밸런싱에 따른 충격은 제한될 수 있지만, 외국인과 국민연금이 동시에 매도 우위에 설 경우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경계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자체보다 외국인과 연기금이 같은 시기에 공급자로 전환하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패시브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다면 국민연금 매도 물량은 상당 부분 시장에서 소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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