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저승사자’ 칼끝 김범수로 향했다…SM엔터 인수 ‘수난사’
서울남부지검, 김범수 창업자 구속영장 청구…사법 리스크 ‘최고조’
하이브 SM 인수 방해 혐의…변호인단 “불법적 행위 지시·용인 없어”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검찰의 칼끝이 결국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으로 향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인수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카카오는 몇 번의 공방 끝에 SM엔터를 품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SM엔터 인수 주체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주가를 조작했고, 김 창업자가 이에 가담했다고 본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는 17일 김 창업자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영장실질심사는 22일 진행된다.
서울남부지검은 이에 앞서 지난 9일 김 창업자를 소환해 약 20시간 넘는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검찰은 김 창업자가 지난해 2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조종하는 데 가담했다고 본다. 김 창업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울남부지검은 금융·증권범죄중점청으로 지정돼 일명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다.
하이브는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 중이던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10일부터 28일까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SM엔터 지분 25%를 추가 확보하겠단 취지였다. 갤럭시아에스엠의 양도 지분(0.98%)을 제외하면 당시 공개매수에 참여한 물량은 단 4주에 그쳤다. 당시 SM엔터 주가가 하이브 공개매수 나흘째부터 12만원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인 지난해 2월 28일 SM엔터 주식 38만7400주를 주당 12만6200원에, 카카오는 66만6941주를 주당 12만1325원에 샀다. 카카오는 추가 매매를 진행했고, 양사는 SM엔터 지분 4.9%에 해당하는 116만7400주를 확보하기도 했다. 또 카카오·카카오엔터는 약 1조2500억원을 들여 주당 15만원에 SM엔터 주식의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와의 경쟁 가열되자 SM엔터 인수를 포기했다. 되레 카카오 측이 진행한 공개매수에 참여, SM엔터 지분율을 8.93%까지 낮춘 바 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일부터 17일까지, 또 같은 달 27일부터 28일까지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했다고 본다. 총 55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했다는 게 검찰 측 시각이다. SM엔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어긴 혐의도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10월 SM엔터 인수를 이끈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해 투자전략실장·카카오엔터 전략투자부문장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바 있다. 당시 카카오·카카오엔터 등 법인 2곳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창업자 역시 비슷한 시기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에 출석한 바 있다. 검찰은 배 전 대표와 카카오 법인을 먼저 재판에 넘겼다. 배 전 대표는 구속됐다가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는 중이다.
김 창업자 변호인단은 “김 창업자는 SM엔터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용인한 바가 없다.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며 “그럼에도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향후 영장 심문 과정에서 이를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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