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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탈바꿈 네이버웹툰, 美 증시 상장 이후 변화는… [스페셜리스트 뷰]

네이버웹툰, ‘웹툰엔터테인먼트’로 나스닥 상장
‘규모의 경제’ 글로벌 시장 진출...수익 구조 고도화

미국 타임스퀘어에 네이버웹툰이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김정환 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휴먼ICT융합전공 교수] 올해 ‘6월 27일’은 웹툰 업계에서 의미 있는 날로 평가 받는다. 그 배경엔 네이버웹툰이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5월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한 달여 만인 지난 6월 27일 네이버웹툰은 웹툰엔터테인먼트라는 기업명으로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6월 27일’이 웹툰 업계에서 의미 있는 날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상장 첫날 주가는 개장 초 14%까지 급등했다. 공모가보다 9.5% 높은 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29억 달러(약 4조원)에 달했다. 

네이버웹툰은 기업공개를 준비하며 그간의 성과지표를 공개했다. 2024년 1분기 기준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억7000만명이다. 한국의 MAU 비중은 15% 수준이다.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Wattpad)의 MAU를 제외해도 국내 이용자 비중은 30% 선이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70% 이용자는 글로벌 시장에 있는 셈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2440만명의 창작자가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다. 5510만개의 콘텐츠, 12만4000개의 에피소드가 네이버웹툰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다.

국내 주요 웹툰 사업자들은 2014년을 전후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웹툰 서비스가 국내시장에 출시된 이래 사업자들이 약 20여 년의 업력을 가졌다면 절반 이상의 시간을 해외에 진출해 시장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웹툰의 미 증시 상장은 웹툰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는 생태계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웹툰 사업자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이용자 접점을 늘려왔다. 대부분 현지 사업자와의 제휴나 인수를 통해 글로벌 경험치를 쌓는 방식이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직접 서비스를 확장한 이후 유럽을 비롯한 영어권으로 시장을 넓혀왔다. 현지에서 발로 뛰며 창작자를,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10여 년의 고군분투를 통해 나스닥 상장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번 상장은 글로벌 사업의 결과라기보다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웹툰 플랫폼에는 N개의 취향이 공존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은 단순히 이용자 확보뿐 아니라 글로벌 창작자 확보와도 연결된다. 더 많은 창작자를 확보할수록 플랫폼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공존할 수 있다 네이버웹툰 입장에서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그동안 만들어온 창작자 중심 생태계를 스케일업(scale up)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상장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네이버웹툰의 철학은 기업공개를 위한 증권 신고서에도 잘 나와 있지만, 지난 2023년 여름 진행된 팀네이버 컨퍼런스 ‘DAN 23’에서도 엿볼 수 있다. 

네이버웹툰은 국내에서 검증한 창작 생태계 모델이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끊임없이 투자하고 인내하며 전 세계로 웹툰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창작자들의 작품이 더 다양한, 더 많은 이용자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무료 기반 서비스인 웹툰에 다양한 수익모델이 붙기 시작하면서 창작자들은 취미를 업(業)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며 이러한 수익구조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에서 공개한 수익원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2023년 기준 ▲콘텐츠 유료판매 80.2% ▲광고 11.3% ▲IP 확장을 통한 매출이 8.4%를 차지한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의 성과가 전체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라인망가 유료 콘텐츠 매출이 전체 유료 콘텐츠 수익 61.1% 증가에 기여했다. 라인망가의 광고 수익은 180% 성장했다. 

네이버 웹툰 아마추어 플랫폼 캔버스(CANVAS)에 작가들이 소개돼 있다. [사진 캔버스 캡처]

창작자 중심 IP 생태계의 확장 

최근 웹툰 콘텐츠는 드라마, 영화 산업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웹툰 플랫폼은 콘텐츠의 보고(寶庫)로 평가되고 있다. N개의 취향이 공존하다 보니 2차 저작이 가능한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툰 산업은 2017~2020년 동안 연평균 40.5%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중 에이전시 매출액은 2020년 전년 대비 111.6% 증가한 53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에이전시의 주요 역할이 웹툰 작가들의 IP를 관리하고 홍보하는 것이라고 봤을 때, 웹툰 IP의 성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웹툰의 IP는 다양한 형태로 확장 중이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는 영화, 드라마와 같은 영상 콘텐츠다. ▲D.P ▲지금 우리 학교는 ▲비질란테 등 웹툰 원작의 영상 콘텐츠는 글로벌 OTT 플랫폼의 가입자 증가를 견인할 정도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웹툰 원작 영상물의 탁월한 성과는 여러 통계로도 입증되고 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자사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글로벌 Top 10에 진입할 확률은 100%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출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네이버웹툰이 원작인 경우는 26%에 달했다. 웹툰 원작 드라마가 글로벌 플랫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47편의 네이버웹툰 작품을 대상으로 2차 저작 전후 90일간 매출 및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 각각에 대해 패널데이터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IP 확장이 원작의 매출액과 DAU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등 장르에 관계없이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2차 저작물과 웹툰 원작 간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며 콘텐츠 제작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네이버웹툰 수익구조의 성장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특히 영어권 시장에서의 2차 저작이 더 활발해지고 네이버웹툰의 에이전시 기능이 강화된다면 8.4%의 비중을 차지하는 IP 관련 매출 비중은 더욱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 영상 제작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왓패드 콘텐츠와의 연결성이 더 강화되고 2차 저작 시스템이 더 유기적으로 작동할 경우 관련 사업의 성장과 관련 투자 역시 기대해 볼 수 있다. 

N개의 취향이 공존하려면 수요도 중요하지만 공급도 중요하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창작자 저변을 확대하고 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네이버웹툰은 국내 사업을 통해 창작자 확보와 건강한 창작자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특히 작가의 인지도와 관계없이 누구나 팬과 직접 연결돼 소통할 수 있다. 네이버웹툰운 지난 2023년 9월 ‘작가 홈’ 공간을 통해 창작자와 독자의 소통이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출시 두 달 만에 1800여 명의 작가가 작가 홈을 개설했다. 작가 홈의 월간 이용자 수는 240만 명, 페이지뷰(PV)는 4600만 건을 넘었다. 영어권 작가 홈 포스트 수도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다양한 수익원(PPS: Page Profit Share)을 만들어준 덕분일까. 지난 3년간 네이버웹툰 플랫폼(한국 및 영어권 국가)에 연재 중인 창작자들의 리텐션(retention)은 100%였다. 즉, 창작자 스스로 작품을 게시 중단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작가들을 육성하고 창작자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하기 위한 네이버웹툰의 철학은 영어권 웹툰 서비스에도 반영되어 있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캔버스(CANVAS)를 운영하고 있으며, 창작자 교육을 위해 웹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54명의 네이버웹툰 연재 작가들을 대상으로 플랫폼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의 작가들은 자아실현과 경제활동이 연계된 데에 만족감을 보였다. 또한 플랫폼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평균 6.41점(7점 만점)으로 높은 점수로 답했다. 

이들 중 96.3%의 창작자는 네이버웹툰의 수익체계가 투명하고 정확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70.4%의 창작자는 작품의 확장성(IP 확장) 측면에서 네이버웹툰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글로벌 팬들의 연락을 신기해하면서도 뿌듯해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설치된 대형 웹툰 광고판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느슨하지만 강하게 연결된 글로벌 네트워크 

네이버웹툰은 기업공개를 위해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인공지능(AI) 등의 ▲미래 기술 투자 ▲IP 투자 ▲글로벌 사업 성장 가속화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 몇 가지 전망으로는 창작자들이 효율적으로 창작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돕는 창작자 친화적인 맞춤형 AI 모델 개발이 진행될 수도 있다. AI를 활용한 불법 유통 탐지 기술 고도화 역시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상장 전과 비교해 글로벌 IP 기반 콘텐츠 확대에 대한 투자, 글로벌 제작사와의 협력 등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또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북미 시장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의 서비스 확대, 광고 비즈니스의 확대 등도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선 웹툰 광고 상품이 여타 광고 상품 대비 더 효율적인 광고 매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다양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 더 복잡해진 창작자와 이용자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계 및 연구기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체계적 데이터 구축도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라인과의 관계, 지분구조 등이 단기간에 경영권을 흔들 정도로 영향력 있는 요소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국내에서 일군 디지털 서비스가 미국에 상장한 실질적 첫 사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이들이 세계적 인지도를 갖춘 기술 기반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CANVAS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이 영화로 제작돼 전 세계에서 개봉되거나, 동남아 웹툰 작가의 작품이 드라마로 제작돼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상상도 가능하다. 국경 없이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가 ‘웹소설-웹툰-영상 콘텐츠’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스닥 상장은 이러한 방향성을 알리는 하나의 상징적 이벤트로 평가할 수 있다. 

이밖에도 IP는 주변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동시에 공간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단순히 캐릭터 중심 IP가 아닌 스토리 기반 IP를 무기로 LA에 웹툰엔터테인먼트 테마파크가 완공될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 창작자들의 이야기가 공간에 담기고 우리 아이들이 그 공간을 뛰노는 시간을 기다려 본다. 

김정환 박사는_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휴먼ICT융합전공 교수다. 임용 전 IT 업계에서 근무하며 플랫폼 산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는 자연스레 웹툰 창작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관심과 연구로 이어졌다.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다. 플랫폼 생태계, AI와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와 이슈에 대해 고민하는 연구자이자 교육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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