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보다 무서운 습도…통풍시트에 열광하는 한국
현대차·기아가 대중화…수입차도 한국 맞춤 확대
수만 개의 부품이 모여, 하나의 차량이 완성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작은 부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작고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 어느 하나 대체될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부품들이 차를 움직이고·길을 만들고·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지금부터, 미처 보지 못했던 부품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 하이브리드 2열 리클라이닝 및 통풍 시트 전시물. [사진 현대자동차]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이면 어김없이 '역대급 폭염'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들고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가 일상이 됐다. 여기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여름은 단순히 덥기보다 '버티기 힘든 계절'로 변하고 있다.
자동차 안은 더욱 혹독하다. 햇볕 아래 세워둔 차량은 잠시만 지나도 찜통이 된다. 에어컨을 켜도 얼굴과 팔은 금세 시원해지지만, 등과 엉덩이에 밴 열기와 습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때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기능이 바로 통풍시트다.
열선시트가 겨울의 필수품이라면, 통풍시트는 한국의 여름을 견디게 하는 '생존 옵션'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능의 시작이 한국이 아니라 유럽이라는 사실이다.
통풍시트를 승용차에 처음 적용한 곳은 스웨덴 방산·항공기업 사브(Saab)다. 사브는 1997년 출시한 '9-5'에 통풍 앞좌석을 적용했다. 시트 내부 팬이 몸과 시트 사이의 열기와 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이후 '9-5 에어로' 등에도 확대 적용됐다.
통풍시트가 처음 등장한 유럽이지만, 이 기능은 한국만큼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이는 기후와 소비자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주행 성능뿐 아니라 실내 쾌적성과 편의사양을 중요하게 여긴다. ▲열선시트와 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2열 공조 ▲전동식 선블라인드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통풍시트를 위해 상위 트림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통풍시트를 빠르게 대중화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프리미엄 브랜드나 고급 세단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중형차는 물론 준중형차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고급차의 편의사양이 대중차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도 한국 시장의 통풍시트 선호는 뚜렷하게 체감된다. 같은 글로벌 모델이라도 국가별 인기 옵션은 다르다. 어떤 시장은 고출력 엔진을, 어떤 시장은 연비와 가격을 중시하지만 한국에서는 여름철 체감 만족도를 높이는 통풍시트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한국만큼 통풍시트 수요가 크지 않았다"며 "여름이 덥더라도 상대적으로 건조한 지역이 많지만, 한국은 습도가 높아 차량 내부의 쾌적함을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입차 업계 관계자도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통풍시트를 선호하는 시장"이라며 "에어컨만으로는 등과 엉덩이의 습기를 제거하기 어려워 통풍시트가 작동해야 비로소 쾌적하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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