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허미미, 아쉬운 판정에 金 놓쳤지만…韓 유도 자존심 살린 은메달
판정이 아쉬웠다. 허미미(21·경북체육회)의 2024 파리 올림픽 행보는 아쉽지 않았다. 빛났다.
세계랭킹 3위의 허미미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크리스타나 데구치(1위·캐나다)에게 반칙패를 당했다.
대회 전부터 오로지 ‘금메달’을 바랐던 허미미는 경기 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대회 한국 유도 대표팀의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8㎏급 정보경(은메달) 이후 올림픽에서 8년 만에 나온 여자 유도 메달이다.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오른 허미미는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었는데도 심판이 ‘위장 공격’으로 판정하면서 졌다. 반면 수비하기 바빴던 데구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데구치를 상대로 반칙승을 따낸 허미미는 두 달 만에 올림픽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반대의 상황을 맞았다.
데구치는 결승전 내내 뚜렷한 공격을 선보이지 않았다. 허미미는 안다리 후리기, 업어치기 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지만, 위장 공격을 했다며 지도 3개를 받았다. 정규 시간에 지도 2개를 받았고, 연장전 돌입해 1개를 더 받으면서 허망하게 금메달이 데구치에게 돌아갔다.
금메달을 따고 애국가를 부른다는 바람은 이루지 못했지만, 시상대에 태극기를 올린다는 다짐은 이뤘다. 허미미의 첫 올림픽 도전은 분명 가치가 있었다. 한국 유도가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 획득을 하지 못했는데, 허미미가 처음으로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재일교포 출신이다. 2002년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이중국적자라 한국에서 청소년 대표를 지낸 적이 있는데, 2022년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뽑혔다.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을 택했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이기도 하다. 허미미는 실업팀(경북체육회) 입단 과정에서 자신이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허석 선생의 내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간스포츠/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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