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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닌 한국 선택한 美...MRO 역량 살펴보니

[끓어오르는 韓 조선 MRO] ②
MRO 분야서 앞서 나가는 韓
가시적인 성과 쌓는 韓 조선업

함정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한 ‘월리 쉬라’호 [사진 한화오션]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미국의 구애에 한국이 웃는다. 특히 한국 조선업계의 미소가 밝다. 한국 조선업은 선박 건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지·정비·보수(MRO) 시장에서도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이 손에 쥔 무기는, 미국이 필요한 무기다. 미국이 한국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높은 품질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MRO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경쟁상대인 일본은 정밀 유지보수 및 고효율 엔진 개조 기술 등을 통해 영향력을 뽐내고 있지만, 한국은 디지털 유지보수 기술과 친환경 개조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장인 정신’ MRO

​일본 조선업계의 MRO 산업은 오랜 역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미 해군 7함대가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주둔하고 있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MRO 용역을 일본 조선사들이 주로 담당해 왔다. ​

일본의 MRO 기술력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정밀 유지보수 및 고효율 엔진 개조 기술 ▲자동화 유지보수 기술 ▲친환경 개조 기술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정밀한 유지보수 기술을 활용해 선박의 수명을 연장하고 연비를 향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먼저 미쓰비시중공업(MHI)다. 일본조선공업협회(JSIF)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의터보차저 개량 기술은 기존 선박 엔진의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고 배출가스를 저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세계적인 선박 엔진 및 터보차저 기술 보유을 보유하고 있는데, MET 터보차저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며 친환경 성능을 개선 중이다.

자동화 유지보수 기술도 눈길을 끈다. 자동화 유지보수 기술은 로봇을 활용한 정비로, 선체 검사 및 용접 공정을 자동화하여 정밀성과 효율성을 개선한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자율 로봇을 활용한 선박 유지보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마바리조선도 인공지능(AI) 기반 자동 용접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선박 주요 부품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한다. 스마트 센서 기반 진단 시스템 덕이다. 해당 시스템은 AI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예측 정비를 수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센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엔진 및 추진 시스템의 이상 상태를 조기에 감지하는 것이 특징인데, 일본우선은 AI 기반 스마트 유지보수 시스템을, 미쓰이 O.S.K. 라인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엔진 진단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LNG 추진 개조 기술도 연마 중이다. 이는 기존 디젤 선박을 LNG 추진 방식으로 개조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인데, 가와사키중공업이 LNG 추진 선박의 설계 및 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트윈 기술 활용한 HD현대중공업의 가상 조선소. [사진 HD현대중공업]

‘더 똑똑한’ 한국의 MRO

한국의 MRO 기술은 똑똑하다. 과거 단순한 정비와 수리에 그쳤던 MRO 기술은 이제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유지보수 ▲디지털 트윈 ▲친환경 개조 기술을 통해 한층 스마트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러한 ‘똑똑한’ MRO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AI와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한 예측 유지보수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기존의 정비 방식은 문제가 발생한 후 수리하는 사후 유지보수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박 내 센서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고장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화오션은 엔진과 추진기, 연료 시스템 등 핵심 설비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AI 예측 유지보수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통해 불필요한 정비를 줄이고, 선박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클라우드 기반의 스마트 유지보수 시스템을 구축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선박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원격으로 유지보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AI 기반 유지보수는 예상치 못한 선박 결함 및 고장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정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다음은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실제 선박과 동일한 가상 모델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선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이다. 선박에 예상되는 문제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선박 운영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 선박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실제 장비 형상 정보를 기반으로 제작된 3D 모델과 실선 데이터 연동을 통해 정확한 모니터링과 시뮬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HD현대중공업은 미래 첨단 조선소(FO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조선소 ‘트윈포스’(TWIN FOS)를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실제 조선소를 3D 모델로 구현한 것이 특징인데, 이를 통해 작업자는 건조 공정의 상황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기 시간 절감과 중복 업무 감소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똑똑한 MRO 기술을 보유한 만큼, 다양한 성과도 이루고 있다. 지난해 8월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의 4만톤급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함’의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해군 7함대에 속한 3만 톤급 급유함 ‘유콘’의 정기 수리 사업을 추가로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도 같은해 미국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미국 해군 함정의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3건의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 내 조선소 투자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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