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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 한풀 꺾였는데...유통업계, 건기식 시장 왜 노리나

[건기식 6조 전쟁]②
헬시플레저·저속노화 등 건강 관심 지속
다이소·편의점 등 유통망 다각화 긍정적

CU 명동역점 건강 특화존 진열대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의 정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는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진다. 다양한 연령층이 활용하는 유통망인 균일가 생활용품점과 편의점이 건기식 취급을 본격화하면서다. 기존 건기식 제조사 역시 관련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추세다.

건기식 시장 문 두드리는 기업들

요즘 건기식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다이소다. 다이소 운영사 아성다이소는 지난달 말부터 200여개 점포에서 루테인·오메가3·비타민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건기식 30여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다이소는 대웅제약·일양약품·종근당건강 등의 제약사와 협업했다.

특히 다이소는 기존 가격 정책인 ‘최고 판매 가격 5000원’을 고수하며 ‘가성비 건기식’이라는 틈새 시장을 공략해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을 이끌었다. 이곳에서 유통되는 건기식의 가격은 3000원, 5000원이다. 가격 상한선으로 인해 제품 성분·함량이 일반 제품보다 부족하지만 일부 제품의 초도 물량은 순식간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였다.

물론 부침도 있었다. 다이소의 가성비 건기식이 시장에 나온 뒤 대한약사회와의 갈등이 불거졌고, 이 과정에서 일양약품이 납품 중단을 결정했다. 다른 제약사도 다이소 납품을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 조사에 나서면서 상황이 수습되는 모양새다. 현재는 다이소와 또 다른 제약사들이 납품을 위한 협의 중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두바이초콜릿, 수건케이크 등 소비 트렌드를 발 빠르게 추적해 선보이는 편의점도 최근 건기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편의점 업계에서 가장 먼저 건기식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특화 점포로 오픈한 명동역점에서 피로회복·면역케어·다이어트 등 건기식을 포함해 30여종의 관련 상품을 판매하며 건기식 실수요 모니터링에 나선 바 있다.

CU는 올해 상반기 중 직영점을 중심으로 건기식 테스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주요 제약사들과 차별화 제품 출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CU는 상품 라인업을 확정한 뒤 내년 상반기 전국 가맹점을 대상으로 관련 상품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편의점 업계의 건기식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CU 외에도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와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 등이 건기식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기식을 직접 만드는 제조사도 관련 시장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휴온스그룹과 한독, 신신제약 등은 사업부 분리·합병, 법인 목적 변경 등을 통해 건기식 사업 진출 및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자사 대표 상품인 윌의 개선 제품인 윌 작약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2000년 출시돼 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윌의 첫 번째 건기식이자, 국내 최초 위 건강 이중제형(알약+액상) 제품이다. hy는 최근 리뉴얼한 건기식 브랜드 ‘브이푸드’를 앞세워 월간 정기 배송형 서비스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성장 둔화·경쟁 치열...그래도 도전하는 이유

현재 건기식 시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성장세가 한풀 꺾였고, 일부 기업은 자체브랜드(PB) 상품 판매 중단 등 사업 재검토에 나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건기식 PB 사업을 재검토 중인 대표적인 기업은 이마트, 컬리 등이다. 이마트는 현재 건기식 자체브랜드(PB)인 바이오퍼블릭, 이펙트의 재고물량만 소진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부분의 재고가 소진된 상태”라며 “리뉴얼 후 재출시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컬리도 약 2년간 운영하던 건기식 자체브랜드(PB) 엔도스의 제품 판매를 지난해 하반기 중단했다. 회사의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한 탓이다. 현재 컬리는 관련 상품 재판매 계획이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임에도 올해 다시 기업들이 건기식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건기식 시장이 오는 2030년 2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지속됨에 따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한국이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는 것도 기대 요인 중 하나다.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건기식 섭취 경험률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건기식 섭취 경험률(건기식협회 집계 기준)은 2022년 75%, 2023년 76.2%, 2024년 77.8%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이 소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관련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전히 건기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지겠지만, 저속 노화 등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올해도 높아지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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