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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더위에 밍크 판다”…유통업계 뉴노멀 된 ‘역시즌’ 전략

[계절을 버린 패션]②
‘역시즌’ 마케팅 통해 재고 부담 줄이고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
선제적인 데이터 수집으로 고객 수요 및 취향 파악도 가능

롯데아울렛 서울역점에서 쇼핑하는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한여름에 패딩 점퍼 등 겨울 의류를 판매하는 이른바 ‘역(逆)시즌’ 전략이 유통업계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계절을 거스른 상품 편성으로 불황을 타개하고 매출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소비자는 시즌이 한창일 때보다 저렴한 가격에 미리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기업은 미리 생산한 상품을 조기에 소진하며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빨라지는 역시즌 행보, 홈쇼핑부터 백화점까지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매년 여름 단독 패션 브랜드의 겨울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역시즌 행사를 진행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7~8월 ‘역시 역시즌’ 행사를 통해 단독 패션 브랜드의 겨울 상품을 최대 40% 할인 판매했다.

롯데홈쇼핑 ‘역시 역시즌’. [사진 롯데홈쇼핑]
자사 브랜드인 ‘LBL’의 24 FW(가을·겨울) 신상품 캐시미어 후드 니트코트와 호주산 천연양모 재킷은 론칭 방송에서만 주문액 12억원을 달성했다. 29% 할인가로 선보인 ‘조르쥬레쉬’의 양모 조끼는 주문 건수가 4000건을 웃돌았다. 아울러 지난해 7월 재킷 주문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었으며, 니트·스웨터는 90% 이상 신장하는 등 고객 반응을 얻었다. 

CJ온스타일도 역시즌 상품 판매를 매년 6월 중순 이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재작년부터는 기후변화로 인해 5월부터 무더위가 찾아와 편성을 2주 앞당겼다. 지난 2023년 CJ온스타일은 디자이너 지춘희와 손잡고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 ‘지스튜디오’의 역시즌 물량을 전년 대비 75% 늘리며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도 했다.

GS샵 스튜디오에서 역시즌 상품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GS샵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TV 특별방송을 통해 밍크 퍼코트와 구스다운 점퍼 등을 선보였는데, 이는 전년도 첫 방송(6월 말)보다 한 달 빠른 편성이었다. 당시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역시즌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7% 올랐다. 전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됐던 27일 방송에서도 ‘SJ와니’의 핸드메이드 하프코트, ‘앤니튜드’의 니트 보머 재킷 등 이날 소개한 역시즌 아이템 총 7종이 1만4000벌 판매됐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지난해 6~8월의 경우 프리미엄 모피 의류 중심으로 호응을 얻었다. 특히 ‘유로컬렉션’ 판매 방송은 30억원 이상의 주문액을 기록했다. 올해도 최고급 캐시미어 브랜드 ‘고비’ 등의 상품을 편성할 계획이다.

홈쇼핑은 물론 백화점도 역시즌 마케팅이 활발하다. 신세계백화점이 재작년 5월 예년보다 앞당겨 실시한 아웃도어 겨울패딩 행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1.2%나 증가했다. 같은 시기 롯데백화점은 ‘메가다운위크’ 행사를 열어 겨울 외투를 70% 할인 판매했다. 현대백화점도 자사 온라인몰에서 ‘노스페이스 역시즌 특가전’을 진행하는 등 역시즌 전략에 힘썼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 ‘방긋’

이 같은 역시즌 판매는 소비자들에게 효용을 제공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2030세대는 브랜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역시즌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4050세대는 실용적인 소비 성향이 강해 고가의 겨울 의류를 미리 장만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요즘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고려해 시즌이 지나기 전 미리 구매하는 패턴이 정착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시즌 마케팅은 기업에도 여러 이점이 있다. 계절이 지나 남은 재고를 높은 할인율로 처분해 창고 부담을 덜 수 있고, 시즌 동안 판매해도 남을지 모르는 제품을 미리 판매해 재고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겨울옷의 경우 여름에 미리 생산하면, 공장 가동이 몰리는 성수기를 피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실제 같은 소재의 옷을 겨울에 구매하는 것보다 10~20%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각 패션 브랜드에서 그해 가을·겨울 패션 트렌드를 2~3월 발표하기에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한 상품을 미리 구입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홈쇼핑이 진행하는 '프리 패션쇼' 특집전. [사진 롯데홈쇼핑]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역시즌 전략은 불확실한 경기 속에서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최근부터는 단순히 재고 정리를 한다는 개념을 넘어, 시즌 중간에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에 더 관심을 가지는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빠르게 더위가 찾아올 것이 예상되고 지속적인 불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역시즌 마케팅의 진행 시기를 앞당기고, 직매입 겨울 의류를 파격 할인가에 선보이는 등 고객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매출 증가 영향까지 고려하면 역시즌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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