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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찮게 나오는 계약 중단…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 난항

키에지, 후보물질 발굴 실패…티움바이오와 계약 종료
노바티스·플라이언트도 임상 중단…벽 높은 신약 개발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는 우리나라 신약 개발 기업 티움바이오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NCE401 프로그램'의 기술 이전 계약 해지와 권리 반환을 통보했다. [챗GPT]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해외 기업에 기술 이전한 우리 기업들이 잇따라 계약 중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연구개발(R&D)의 어려움이 기술 반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는 우리나라 신약 개발 기업 티움바이오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NCE401 프로그램'의 특허 사용 권리를 반환하기로 했다. 티움바이오로부터 이를 기술 도입한 이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쓸만한 후보물질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티움바이오는 세포의 증식, 분화, 이동, 사멸 등을 조절하는 형질전환성장인자(TGF)-베타(β)의 기능을 억제하는 화합물(컴파운드)의 3차원(3D) 구조체(스캐폴드)와 관련한 특허를 'NCE401 프로그램'으로 엮어 키에지에 기술 이전했다.

티움바이오는 이번 기술 반환으로 인해 키에지가 NCE401 프로그램으로 실제 신약을 개발한다면 받았을 7000만달러(약 1021억원) 이상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포기하게 됐다. 다만, 티움바이오는 키에지가 기술 도입과 특허 사용으로 각각 지급한 계약금 100만달러(약 14억원)와 마일스톤 50만달러(약 7억원)는 반환하지 않는다. 앞서 티움바이오는 키에지와 NCE401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100만달러(약10억원)를 계약금으로 받았다.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진입 등 R&D 단계가 진척되면, 7300만달러(약 1065억원)의 마일스톤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개발 난항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가 굳는 희귀질환이다. 환자에게 오페브(성분명 닌테다닙)와 에스브리에트(성분명 퍼페니돈) 등 이미 출시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도 있지만, 이 치료제는 폐의 섬유화를 지연시킬 뿐 이를 멈추지는 못한다. 환자에게 투약할 경우 생존 기간은 3~5년 정도로 알려져있다. 이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치료제를 향한 수요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신약 개발 장벽의 높이가 만만치않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핵심 인자를 잘 골라내고, 기능을 억제해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다른 기업들도 R&D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의 신약 개발 기업이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유명했던 플라이언트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PLN-74809의 개발을 올해 초 중단했다. 플라이언트가 PLN-74809를 개발하기 위해 선택한 표적(타겟)이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를 샀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도 지난해 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LTP001의 개발을 중단했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우리나라 기업이 기술 반환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업계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주요 발표(메인 세션)를 진행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앞서 다국적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인 BBT-877을 기술 반환받았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BBT-877을 폐기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해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티움바이오는 현재 개발 중인 다양한 후보물질의 R&D에 집중하면서, NCE401 프로그램의 활용 방안을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티움바이오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쓸만한 저분자 화합물(스몰 몰레큘) 형태의 약물을 발굴하고 있는데, 이 파이프라인에 키에지가 계약 중단을 통보한 특허가 사용됐다. 다만, 티움바이오는 키에지와 달리 TGF-β 외 다른 타겟을 추가해 특발성 폐섬유증에 더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티움바이오는 TGF-β와 혈관내피생성인자(VEGF)를 함께 억제하는 면역항암제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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