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넘은 아고다, ‘국적 항공사’ 둔갑 ‘코드쉐어’ 항공권 판매
아고다, 존재 않는 ‘19시 55분 KE5065편’ 판매…애꿎은 대한항공 어리둥절
“소비자 위약금 없이 취소 및 전액 환불 받을 권리 있어”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해외여행 예약 플랫폼 아고다가 ‘대한항공 코드쉐어(Code-share·공동 운항)’ 항공권으로 표기된 항공권을 판매했으나, 실제로는 진에어가 단독으로 운항하는 항공편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의 항공권은 오는 4월30일 인천(ICN)에서 방콕(BKK)으로 향하는 19시 55분 KE5065편이다. 제보자 A 씨는 아고다 플랫폼에서 해당 편을 대한항공 코드쉐어 항공권으로 안내받고 구매했다.
코드쉐어는 두 개 이상의 항공사가 하나의 항공편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즉, 한 항공사가 실제로 운항하는 항공편을 다른 항공사도 자사 항공편 번호(편명)를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항공권 선택 폭 확대 ▲마일리지 적립 가능 ▲수하물 규정 및 서비스 일관성 등의 장점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KE5065 항공편은 ICN-BKK 노선에서 코드쉐어 운항편으로 사용되는 편명이다. KE5065 항공편은 일반적으로 대한항공이 코드쉐어로 활용하는 네 자리 항공편 형식을 따르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세 자리 항공편(KExxx)은 자사 운항 항공편, 네 자리 항공편(KExxxx)은 코드쉐어 항공편으로 운영되는 식이다.
앞서 A 씨는 지난 1월 동일한 편명을 가진 코드쉐어 항공편을 이용해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 및 위탁 수하물 혜택을 받은 바 있다. 즉, A 씨가 해당 항공편이 코드쉐어 운항편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A 씨가 아고다에서 구매한 19시 55분 출발 KE5065편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항공편이었다. A 씨가 직접 해당 편을 확인한 결과, 19시 45분 KE659편 외에 19시 55분 KE5065편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예매 내역에서도 항공기 참조 번호를 검색해도 확인되지 않았다.
아고다 측에서 판매한 19시 55분 KE5065편이 실제 존재하는 코드쉐어 항공편이었다면 대한항공에서도 확인이 가능해야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공식 사이트에서 해당 편명을 조회하지 못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A 씨는 대한항공 측에 직접 문의했다. 대한항공은 19시 55분 KE5065편이 코드쉐어 항공편이 아니며 대한항공이 공식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항공권이라고 답변했다. 진에어 측에서도 해당 항공편은 코드쉐어 항공편이 아니라 진에어 단독 운항 항공편이라고 확인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즉각 아고다 측에 항의했으나, 아고다 측은 “우리는 판매 플랫폼일 뿐이며, 판매자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환불을 원할 경우 취소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A 씨는 “코드쉐어 항공권이라 믿고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적립 및 위탁 수하물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예매했다”며 “만약 진에어 단독 운항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대한항공 코드쉐어 항공편의 경우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 ▲대한항공 수하물 규정 적용 ▲대한항공 고객 혜택 유지 등의 장점이 있지만, 진에어 단독 운항 항공편의 경우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코드쉐어’로 잘못 안내된 항공권을 판매했다면 이는 소비자 기만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항공편 표시가 사실과 다르다면, 이는 허위 표시로 간주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플랫폼 측에서는 단순 중개 역할을 할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해당 표시를 제공한 이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예약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원하는 항공편이 제공되지 않았다면, 이는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볼 수 있다”며 “이러면 소비자는 위약금 없이 취소 및 전액 환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글로벌 여행 플랫폼사(OTA)는 가격 비교 편의성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항공사와 제휴를 맺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항공권 변경 환불 등 처리 또한 구매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항공권은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아고다는 소비자의 문제 제기 후 플랫폼에서 해당 항공편을 삭제한 상태다. 하지만 A 씨가 문제의 항공권을 구매한 날짜 이후 약 5일간 아고다 플랫폼에서 해당 항공권이 지속적으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일한 항공편을 같은 방식으로 구매한 피해자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아고다 싱가포르 본사 측에 ▲KE5065 편명이 잘못 안내된 경위 ▲이와 관련한 책임 소재 ▲항공편 정보 검증 절차 존재 여부 ▲관련 피해자 규모 파악 ▲추후 대응 계획 등을 질문했다. 하지만 아고다 본사는 “위 사안에 대해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아고다 한국지사도 본지의 질의에 답변하지 못했다. 아고다 한국지사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본사와 연결해서 알아봐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입장을 드리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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