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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결제 수수료, 이제 ‘인하’ 아닌 ‘개편’ 필요할 때 [스페셜리스트 뷰]
- 18년 간 14차례 개정된 카드 결제 수수료율
카드사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구조...지급결제 구조 변화 필요해
정부에 따르면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국민이 부담을 덜게 된 금액은 상당하다. 2012년 말 개편으로 3300억원, 2015년 6700억원, 2018년 1조4000억원, 2021년 6900억원, 2024년 말 개편으로도 3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부담 경감은 결국 카드사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카드 결제 중개 사업’은 이미 적자를 보고 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카드론(현금 대출)으로 수익을 메워왔지만, 대출은 확대할수록 연체와 부실 위험이 커진다. 최근 카드사들이 카드론 규모를 줄이는 이유다.
“카드 수수료 법으로 정하는 나라, 한국뿐”
문제는 카드 수수료율을 법으로 직접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법에 명시한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차라리 제도를 폐지하거나, 어려우면 상한선만 두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카드 수수료를 '적격비용'이라는 이름으로 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이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승인·정산비용 ▲마케팅비용 등을 더해 계산하는 구조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 늘어도 수수료율에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도 증가하지만, 상한제가 있어 수수료에 반영하기 어렵다. 연체율이 오르거나 부실 위험이 커져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카드사가 부담하는 승인·정산비용 역시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카드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결제 승인과 정산을 중개하는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에게 상당한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결제 비중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 비용 역시 이미 상당 수준까지 인하된 상태다. 즉, 카드사 입장에서 승인·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줄일 수 있을 만큼 이미 충분히 줄였고, 구조적으로 더 낮추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도달해 있다.
일반관리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은 수년간 이어진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그 결과 지점 통폐합, 인력 감축, 조직 슬림화 등을 통해 인건비와 영업비용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 카드업계 전반에 걸쳐 비용 절감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일반관리비용 절감은 서비스 질 저하나 추가적인 인력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현실적인 여력이 크지 않다.
마케팅비용도 크게 줄어든 영역이다. 과거 카드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할인 서비스나 포인트 적립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카드사들은 이러한 마케팅 지출을 급격히 축소하고 있다. 그 결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예전처럼 카드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추가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케팅비용은 단순히 광고비가 아니라, 사실상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가는 혜택으로 쓰이는 돈이다 보니, 이 부분의 축소는 곧 소비자 권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각종 비용을 모두 감안해 원가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2024년 기준 카드사가 감당할 수 있는 최저 카드수수료율은 약 1.92% 수준으로 추정된다. 즉, 카드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최소한의 수수료가 이미 현재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의미다. 특히 소비자 혜택에 해당하는 마케팅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카드사의 비용 구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이다. 카드사는 예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여서 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영향을 받으며, 연체율이나 경기 침체가 심화될수록 대손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진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 역시 더 이상 카드 수수료를 낮출 곳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카드 수수료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 주기를 6년으로 늘렸다. 이는 단기간 내 추가적인 인하 여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수수료를 산정할 때 단순한 연도별 통계가 아니라 ‘장기평균부도율’과 같은 지표를 활용해 경기 변동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계산 구조가 바뀌었다. 이는 일시적인 경기 악화나 금융 위기 상황에서도 카드사가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완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드사에만 불리한 규제
세제 측면에서도 카드 수수료 제도는 폐지하거나 상한선만 두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가맹점 입장에서 보면 카드 단말기를 설치한다고 해서 반드시 비용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제도’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신용카드나 전자결제수단으로 대금을 받거나 현금영수증(연 매출 10억원 이하)을 발급한 경우, 2026년 12월 31일까지 연간 1000만원 한도 내에서 결제금액의 1.3%를 세금으로 환급받는다.
다시 말해 연매출 10억원 수준까지의 가맹점은 카드 수수료로 낸 돈보다 세액공제로 돌려받는 금액이 더 많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정부 역시 공식 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다. 또한 이를 ‘우대 수수료’라고 부르기도 애매한데,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드 거래가 늘어날수록 정부의 세금 환급 규모도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카드 사용 비중이 특히 높은 나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50%, 최종 소비지출의 78%가 카드 결제로 이뤄지고 있어 세금 환급 규모 또한 매우 크다.
빅테크의 페이서비스와 비교해 보더라도 카드 수수료 제도는 폐지 또는 상한제가 필요하다. 현재 페이서비스에는 별도의 수수료 규제가 없어, 카드사와의 형평성이 맞지 않으며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구조다.
카드사는 금융회사로서 각종 금융 규제를 받지만, 페이서비스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 동일한 결제 서비스라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빅테크 페이서비스를 카드사와 같은 수준으로 규제하거나, 반대로 카드 수수료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
만약 페이서비스 규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카드 수수료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페이서비스는 단순 결제뿐 아니라 주문 관리, 배송, 교환 등 다양한 기능을 함께 제공하므로 수수료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신용카드 역시 결제 중개에 대한 수수료일 뿐, 본질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는 아니다. 실제로 페이서비스 수수료는 카드 수수료보다 2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높지만, 규제가 없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단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지급결제 환경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데 이어, 소비자 편의를 이유로 다른 카드사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 기업이 시장에 들어올 때가 아니라, 오히려 국내 금융회사가 높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유럽·일본에서는 카드 거래액의 0.15%를 애플에 지급하고, 중국은 0.03~0.07%, 영국은 0.02~0.03%를 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카드사들이 카드 수수료 외에도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단말기 설치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더 나아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통화 주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다면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체인 카드사가 발행과 유통을 담당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일반 기업에 맡길 경우 자금 이탈(코인런), 보안 문제, 신뢰 붕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운영하더라도 결국 수수료 문제는 피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지급결제 시장의 변화는 국내 카드사에게 해외 진출의 기회이기도 하다. ▲비자 ▲마스터카드 ▲아멕스 ▲JCB ▲유니온페이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사가 이미 존재하지만, 국내 카드사는 아직 세계적인 결제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환경 변화에 따라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카드사는 글로벌 유통망과 연계한 카드 상품을 출시할 수 있고, 은행 계열 카드사는 국내 브랜드를 앞세운 K-카드 모델로 진출할 여지도 있다. 애플페이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 들어온다는 것은, 역으로 우리 카드사들도 해외 시장으로 나갈 기회가 열린다는 의미다. 카드사는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서도 기술 경쟁력이 높은 업종이다. 따라서 브랜드사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과정에서도 가맹점 수수료는 중요한 수익원이 된다. 결국 현재와 같은 카드 수수료 구조는 유지되기 어렵고, 폐지하거나 상한선만 두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필자는 금융·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시스템을 연구해 온 금융경제 전문가다. 지난 2009년부터 한성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카드산업·핀테크·중앙은행 정책과 금융규제 개편을 주요 연구 주제로 다뤄왔다. 금융시장 구조와 소비자 보호 이슈에 대해 활발히 언론 기고와 정책 제언을 해왔으며, 현재는 한국신용카드학회 부회장 겸 편집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화폐금융론」,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위한 인공지능이론」, 「신용카드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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