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쌓이는 노후 주택과 빈집]①
전남 주택 7채 중 1채가 빈집…서울은 3.4%
지자체에만 맡겼던 빈집 관리, 정부가 나서기로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전국에 빈집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처리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일수록 이런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전국 2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조사 결과 전국의 빈집은 13만4009호(도시 5만 5914호, 농어촌 7만 8095호)로 집계됐다. 이 중 활용가능한 집은 8만7689호, 철거가 필요하다고 결론난 집은 4만6320호로 파악됐다. 시·도별로는 전남 2만6호, 전북 1만8300호, 경남 1만5796호, 경북 1만5502호, 부산 1만1471호 순으로 많았다.
전국 빈집 가운데 42.7%인 5만7223호가 89개 인구감소지역에 있었다. 저출생·고령화 추세에 따라 향후 빈집 발생이 더욱 가속할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저출생·고령화 추세에 따른 빈집 발생 가속화
문제는 빈집 정책과 관련한 법과 통계상 정의가 달라 전국적으로 빈집의 정확한 추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도시 지역의 빈집은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 정비법)이, 농어촌 지역은 ‘농어촌정비법’이 규율하고 있다.
소규모주택 정비법은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할 날로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빈집으로 정의하고 있다. 농어촌정비법은 여기에 더해 건축물까지 ‘빈집’ 범주에 넣고 있다. 이와 달리 통계청이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빈집을 ‘조사 기준일인 11월 1일 현재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통계청은 일시적 빈집도 빈집으로 보지만, 정책 관련 법상 빈집은 1년 이상 방치된 집만을 빈집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통계청 빈집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가장 최신 자료인 2023년 기준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해당하는 빈집은 전국적으로 153만4919호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정부의 행정조사 결과인 13만4009호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는 양 조사에서 빈집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통계청 조사에서 전국 빈집 수는 106만 8919호였다. 1년 만에 43.6%나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 주택 가운데 빈집의 비율은 7.9%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늘었다. 지역별로 빈집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으로 14.5%였다. 주택 7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인 셈이다. 이어 ▲제주(13.5%) ▲강원·충남(각 12.2%) ▲전북(11.9%) ▲경북(11.7%) ▲충북(10.6%) ▲경남(10.1%) 등의 빈집 비율이 두 자릿수를 보였다. 빈집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로 ▲3.4%에 불과했다.
빈집은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던 2020년과 2021년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22년과 2023년엔 각 4%, 5.7% 증가하면서 증가 폭이 더욱 커졌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빈집 수가 절대적인 수치로 증가한고 있다는 사실보다 전체 주택 수 대비 빈집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 주택 수 대비 빈집 비중은 2015년 6.5%였지만 2019년 8.4%를 거쳐 2023년엔 7.9%에 달하면서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인구 1000명당 빈집 수 역시 2015년 20.7호에서 2023년 29.9호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최근 빈집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앞으로 전국에 있는 빈집들을 중앙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빈집 관리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정비 역량을 강화하도록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만들 방침이다. 또 소유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혜택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가속화에 따른 빈집 문제 종합 대응을 위해 ‘범정부 빈집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4개 부처 합동으로 행안부 내 빈집정비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빈집 관리 직접하겠다는 정부
정부는 전국 단위의 빈집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농어촌과 도시 간 관리기준을 일원화하고 ‘농어촌 빈집 정비 특별법’(농식품부·해수부)과 ‘빈 건축물 정비 특별법’(국토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별법을 통해 그간 시·군·구에만 맡겨졌던 빈집 문제를 ▲국가 ▲시·도 ▲시·군·구 그리고 ▲소유자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하고 빈집 정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특례와 제도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국 빈집 관리 및 정보 제공을 위해 한국부동산원에서 운영중인 ‘빈집애(愛) 플랫폼’ 현황 관리를 강화하고 그간 지자체별로 관리되던 빈집 데이터를 통합 관리한다. 지난 3월에는 플랫폼 구축 1단계로 전국 빈집 현황, 정비 사례 등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향후 2단계로 ▲빈집 매물 공개 ▲지자체 업무 시스템 고도화 ▲빈집 예측 분석 시스템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가 차원의 빈집 정비·활용과 안전확보 등 직접 지원도 확대한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보는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농어촌상생협력기금·국비사업 등을 활용해 빈집을 주거, 창업 등 지역 수요에 맞는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확대한다”며 “당장 철거·활용이 어려운 빈집 밀집구역은 범죄 예방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등 지자체, 자치경찰 등과의 협업을 통해 빈집 주변의 생활 안전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민간이 빈집을 정비·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재산세 등 빈집 관련 비용 부담도 낮추기로 했다. 우선 빈집 소유자가 자발적 정비를 하지 않는 요인이었던 빈집 철거 이후 세부담이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거 후 토지 공공활용 시 재산세 부담완화 적용 기간을 현행 5년에서 공공활용 기간 전체로 확대한다. 빈집 철거 후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10%포인트) 배제 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다.
도시 빈집 소유자의 관리책임을 명문화(올 하반기 빈건축물정비특별법 발의 예정)하는 한편, 인구감소지역 내 빈집 철거지원에 대한 근거를 신설(지난달 인구감소지역특별법 개정)하고 빈집 정비지원도 확대한다. 행안부의 빈집 정비지원 사업비는 국비 기준으로 지난해 총 50억원에서 올해 100억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우선 빈집 소유자들이 빈집을 처분할 수 있게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을 강구한 후 추이를 살펴본 후 ‘빈집세’(가칭)를 징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민간의 빈집 활용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농어촌 지역 내 빈집을 활용한 ‘농어촌 빈집재생민박업’을 신설하고, 빈집 소유자 대신 빈집을 관리·운영하는 ‘빈집관리업’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종합계획을 국가 차원의 빈집 관리 시작점으로 보고, 관련 제도개선 등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추진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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