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창업 실패에 관심이 필요한 시기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 스타트업 5년 생존률 33.8%에 그쳐
2009년 창업자 모여 실패 이야기 나눈 페일콘, 전 세계로 확대

[최화준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벤처/창업 겸임 교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스타트업 데이타베이스 기업 더브이씨 조사에 의하면, 2022년부터 폐업하는 스타트업들이 매해 증가하고 있다.
33.8%. 2022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의 혁신창업생태계 대시보드’가 신생 기업 5년 생존율로 제시한 수치이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 수치를 무의미한 명목 생존율로 받아들인다. 전문가들은 운영을 중단했지만 폐업 신고를 안 한 스타트업과 오랫동안 자본 잠식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스타트업들을 제외하면 실제 생존율은 33.8%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스타트업에게 실패는 낯설지 않다. 스타트업은 급진적인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작은 시장을 파고든다. 본질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한다. 소수 스타트업만이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고 대부분 창업자들은 실패로 끝난다. 이런 측면에서 실패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주제일 것이다.
실패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이처럼 창업 실패는 흔한 주제이지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이는 성공과 같은 긍정적인 성과에 유난히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창업 실패가 새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산발적이긴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관련 영역에서는 창업 실패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창업자들은 실패를 숨기려 하지 않는다. 필자는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겪은 애로 사항을 듣고 이를 이야기로 옮기는 일을 지난 몇 년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창업 실패를 둘러싼 그들의 시선이 변하는 것을 부쩍 느낀다. 그들은 “보통 관계자들은 창업 성공 이전에 겪은 여러 번의 쓰라린 실패나 회사를 운영하며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지만, 저는 후배 창업자들에게 실패와 재도전의 이야기를 꼭 전해주고 싶다”라며,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몇 년 전 한 창업 재단이 창업자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실패담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다. 초대된 창업자들은 실패의 시간을 반추하면서 실패를 피하는 그들만의 노하우와 조언을 들려주었다. 행사가 축제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던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필자는 행사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실패의 가치를 공동체의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돕는 조력자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창업 실패를 해석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 혹한기가 절정에 달했던 작년 초. 법무법인 미션은 창업 여정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조망한 세미나 ‘스타트업, 뜨거운 안녕’을 열었다. 세미나에는 창업자·투자자·정책 입안자 등 생태계의 다양한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세미나는 스타트업의 파산과 창업자의 개인 회생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었다. 이는 기존 창업 행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주제였다. 사실 실패는 창업에서 가장 흔한 결과이기에 해당 법률 정보는 창업자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창업 실패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는 세미나에 참석자들이 방문해 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세미나는 성황리에 끝났다. 적지 않은 참석자들은 세미나에 대한 만족감과 더불어 이런 자리가 왜 더 일찍 마련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과거 기업의 성공 전략에 집중했던 학계 역시 실패의 가치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최근 창업 실패를 주제로 한 논문과 서적들이 하나둘 출간되고 있다. 2021년 개소한 KAIST 실패연구소는 실패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담긴 정기 간행물을 발간하고 대중에게 열린 행사를 개최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창업 선도국, 창업자 실패 생태계 자산으로 내재화 중
창업 선도국들은 창업자들의 실패를 포용하고 그것을 생태계의 자산으로 내재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된 페일콘(FailCon)은 창업자와 관계자들이 모여 실패를 이야기하고 교훈을 공유하는 콘퍼런스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글로벌 스타트업은 실패를 혁신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게임 개발사 슈퍼셀(Supercell)은 프로젝트에 실패한 팀에게 그동안의 노력과 기여를 인정하는 실패 축하 파티를 열어 준다. 국내 금융 스타트업 토스는 프로젝트의 실패를 일회성 이벤트로 치부하지 않고 과정을 낱낱이 기록해 사내에 공유한다. 이는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혁신의 토대로 활용하기 위한 활동이다.
그동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성공을 거둔 소수 창업자와 스타트업에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에는 분명 여러 장점이 있다. 인상적인 창업 성공 스토리는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더불어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와 같은 상징적인 창업자들은 수많은 후배 창업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다수 창업자는 실패를 경험한다. 이것이 창업 실패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같은 이유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연쇄 창업자들은 창업 실패에 인색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세에 변화를 바란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창업 실패를 매몰 비용이 아닌 유익한 교훈이 가득한 자산으로 바라보고 내재화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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