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사망보험금 연금 전환...생보사 '역마진 리스크' 부담 더나
- [사망보험금 연금시대]②
생보사, '재무 안정성' 강화... 수요 많을지는 미지수
기대보다 낮은 월수령액...연금전환특약 등 기존 상품 존재하기도

연금 전환...보험사 재무 부담 줄이는 데 '안성맞춤'
금융위원회는 생보사 5곳과 협의해 오는 10월 말부터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출시한다. ▲만 55세 이상 계약자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 ▲사망보험금 9억원 이하 ▲보험료 납입 완료(계약·납입기간 각각 10년 이상) ▲계약자와 피보험자 동일 ▲보험계약대출 잔액 없음 등의 요건을 갖추면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 시 가입자는 사망 시 받을 보험금을 미리 연금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다. 당장 노후 생활비가 필요한 종신보험 가입자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인 셈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이 상품은 장점이 많다. 먼저 종신보험료 납부를 완료한 가입자가 대상이라 재무적인 부담 자체가 적다. 또한 사망 시점에 일시에 지급하던 거액의 보험금을 분산해 지급할 수 있어, 보험사로서는 예상치 못한 현금 유출을 줄이고 예실차(예정 대비 실제 손익차)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종신보험 역마진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이번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 고객은 대부분 과거 예정이율이 높았던 시절 만들어진 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고객에게 장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준비하기 위해 적립하는 금액에 적용하는 기대 수익률을 말한다.
즉, 보험사는 “우리는 고객의 보험료를 운용해 연간 몇 퍼센트(%)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보험료를 산정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수익률이 바로 예정이율이다. 쉽게 말해 예정이율(기대 수익률)이 높아지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낮출 수 있고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과거와 현재 생보사 예정이율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주요 생보사들의 예정이율은 1~2%대다. 2020년 이후 저금리 기조가 찾아오며 예정이율이 3%대를 넘는 생보사 상품은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반면 1990년대~2010년대까지 생보사 상품의 예정이율은 평균 5~7%대였다. 예정이율이 8~9%에 달했던 상품도 존재했다. 현재의 예정이율보다 2~3배 높았다.
이에 과거 기대 수익률이 높았던 시절에 받았던 보험료를 굴려 10~20년이 흐른 뒤 저금리 상태가 된 현재에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2005년 예정이율 6%의 종신보험 계약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보험사는 장래 지급할 보험금을 계산할 때 연 6%의 이자를 가정한다. 하지만 현재 자산운용 환경에서 실제 수익률이 1~2%라면, 보험사는 매년 4~5%포인트(p) 손실을 감수하며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셈이다.

이번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자는 대부분 20년 전 예정이율이 5~7%대일 때 가입한 사람이다. 이들이 연금으로 전환 시 생보사 입장에서는 역마진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게 된다. 특히 요즘은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게 안정적인 '보험금 지급' 능력을 강력히 주문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정이율이 높았던 시기 보험사들은 돈이 되는 종신보험을 마구 팔면서도 이후 저금리 상황이 되는 역마진 리스크에는 전혀 대비를 안 했었던 것"이라며 "당시 보험사들은 종신보험을 지금처럼 많이 팔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종신보험은 1인 가구가 늘고 있어 매력적인 상품이 아닌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요 있을까...대규모 전환 '물음표'
보험영업 현장에서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에 대한 전망이 다소 부정적인 편이다. 당장 노후 생활비가 필요한 사람은 연금이 필요할 수 있지만 월수령액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실질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30세에 월 9만원 정도를 20년간 납부한 종신보험 가입자가 사망보험금 '70% 유동화'를 선택해 만 55세에 연금을 신청하면 월 수령액은 14만~15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같은 조건에서 75세가 연금 전환해도 월수령액은 22만원 정도다.
유동화 비율을 90%까지 높여도 월 수령액은 20만~30만원 수준이다. 당장 노후 생활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의 금액은 아니다. 물론 월 보험료가 20만~30만원에 달하는 가입자는 월 연금 수령액이 훨씬 높아질 수 있지만 이들이 모두 연금 전환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매달 소액의 생활비가 필요한 사람은 수요가 있겠지만 가입자들이 대규모로 전환을 선택할 만큼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다.
한 보험사 전속설계사는 "수요는 분명 있겠지만 설계사들이 엄청 영업에 나설 정도로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미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금전환특약 상품이 있어 특별히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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