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6년 만에 문 연 ‘BDC’…비상장 투자 혁신·IPO 시장 파급은
- [비상장벤처투자 시대] ①
정책금융 의존 벗어나 민간자금 유입 확대
"혁신기업 장기 성장 발판...일반 투자자도 참여"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스케일업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6년간 논의돼온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도입 근거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로 확정된 것이다. 벤처·혁신기업의 성장 단계별 자금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민간 유휴자금을 공모펀드 형태로 끌어들여 새로운 모험자본 공급 창구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6년 만에 제도화된 BDC
BDC 도입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8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BDC는 펀드자산 총액 50% 이상을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만기 5년 이상 상장 공모 펀드다. 개인도 투자할 수 있고 ETF처럼 매매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1980년 도입돼 현재 50개 BDC가 상장돼 거래 중이며 시장 규모만 약 1590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개정안은 펀드 자산총액의 50% 이상을 벤처·혁신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공모펀드로서 BDC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만기 6년 이상의 환매금지형 구조이며, 거래소 상장을 의무화했다. 최소 모집금액은 500억원 이상이다.
이번 제도는 고금리와 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위축된 벤처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민간 자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됐다. 실제로 2021년 이후 벤처펀드 결성 규모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벤처·혁신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동시에 벤처투자 시장은 여전히 정책금융 의존도가 높아, 민간 중심의 자생적 투자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민간 자본을 통한 스케일업 자금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국회가 도입을 추진한 것이 바로 BDC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벤처펀드 결성금액은 2020년 10조원에서 ▲2021년 17조8000억원 ▲2022년 17조6000억원으로 상승세를 보이다 ▲2023년 13조원 ▲2024년 10조6000억원으로 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은 2017년 0.07%에서 2023년 0.14%로 확대됐지만, 벤처투자 선진국인 이스라엘(1.27%), 미국(0.47%)에 비해 여전히 낮다. 후기 단계 투자 비중도 최근 5년 평균 72%로, 같은 기간 미국 90%에 못 미친다.
투자 편중도 뚜렷하다. 2024년 국내 벤처투자 증가액 1조2338억원 가운데 60%가 ICT 분야에서 나왔다. ICT 서비스가 50%, ICT 제조가 10%를 차지했다. 성장기업 전반에 고르게 자금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벤처펀드 결성 구조도 여전히 정책금융 의존도가 높다. 민간자금 비중은 확대되는 듯했으나, 금리 상승과 시장 변동성 확대로 다시 위축됐다.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이 재강화되면서 자생적 생태계 조성은 더딘 상황이다.
BDC 제도는 이러한 벤처투자 시장의 자금 공백을 메우고, 민간 자본 유입을 촉진할 새로운 투자 채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공모펀드 형태로 일반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기존 제도보다 한층 강화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투자자 보호 장치 대폭 강화해야”
BDC에는 기존 공모펀드 규제와 더불어 강화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병행된다. 운용사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시딩투자(자기자본 5% 이상 펀드 지분 보유)를 의무화했다. 또 분기별 공정가치 평가, 주투자대상기업 성장성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 사전평가, 주요 경영사항 공시 의무 등이 새롭게 적용된다.
운용 주체 범위도 넓힌다. 자본시장법상 기존 공모펀드 운용사뿐 아니라 벤처캐피탈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변경인가 요건을 적용한다. 다만 증권사는 고유계정과 고객자산 간 이해상충 가능성 때문에 인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당국은 BDC 도입으로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확대되고, 일반 국민도 벤처 성과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벤처펀드는 사모 위주로 운영돼 투자 기회가 제한적이었으나, 공모펀드 구조의 BDC를 통해 국민 누구나 벤처투자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벤처 성과 공유와 재투자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정책금융 중심의 펀드 구조에서 민간자본 유입을 어떻게 촉진할지, 투자자 보호와 수익성 간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 장기·모험자본 특성에 맞는 세제 인센티브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벤처업계 일각에서는 “BDC가 단순히 정책자금의 또 다른 그릇이 되지 않으려면 운용 주체의 다양성과 민간 참여 유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하위법령 개정과 인가 절차 마련을 서두를 방침이다. 특히 제도 안착 과정에서 보완할 점을 점검하고, 장기 투자에 적합한 세제 혜택 방안도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BDC 도입이 벤처·혁신기업의 자금조달 경로를 다변화하고 일반 국민도 벤처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안정적 제도 안착을 위해 보완책 마련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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