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충격적인 美 한국인 구금과 금 간 신뢰 [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관계부처는 모든 분이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상황을 계속해서 세심하게 관리해 주길 바란다.” 이 내용만 보면 ‘우리 국민이 위험한 분쟁 지역에 억류돼 있나’라는 착각을 하게 되는데요, 놀랍게도 동맹국이자 선진국인 미국을 위해 일하러 갔던 우리 국민들이 구금된 사태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대규모 단속은 충격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우리 기업이 미 현지에 공장을 짓기 위해 보낸 300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체포됐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단속 당국은 군용 차량에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건설 현장을 급습하고 노동자들의 양손과 다리를 쇠사슬로 묶는 등 마치 흉악범처럼 취급하며 끌고 갔습니다.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미국 국토안보부의 크리스티 놈 장관은 “대부분 출국 명령을 무시해서 구금됐고, 몇몇은 범죄 활동과 관련됐다”며 미국 법을 어긴 불법체류자를 단속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할 일을 했다”고 두둔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출국 명령을 받은 적이 없고 일부 비즈니스 활동이 가능한 단기 상용비자(B-1)를 취득한 출장자도 체포됐다며 이번 단속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는데요,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믿고 미국에 투자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민 단속 당국은 이번과 같은 대규모 단속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미국이 한국을 위해 특별취업비자를 내줄지도 의문이어서입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자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미국과 협의에 나섰습니다. 현행 B1 비자와 관련해 해석이 다른 업무 가능 범위를 명확히 하고 단기 숙련공의 활동까지 보장하도록 확대하고, 오랫동안 추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한 한국인 전문 인력 대상의 별도 비자 쿼터(E-4 비자) 신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미국이 호응해 비자 문제가 빠르게 해결된다면 기업들의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미국 노동자들의 불만도 이번 구금 사태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서입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공장을 짓거나 운영할 때 미 노동자를 거의 고용하지 않고 저임금의 불법체류자를 쓴다며 당국에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단속과 관련해 “일부 미국인 노동자들은 미국 납세자들이 76억달러나 보조하는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을 공정한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불평해 왔다”며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을 전했습니다. 미국 노동자들은 반도체나 배터리 공장에서 필요한 자국 내 숙련공이 부족하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비자 문제 해결을 낙관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는 다행히 구금된 한국인들이 풀려나며 급한 불은 껐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깬 신뢰를 회복하는 겁니다. 그 시발은 멈춰 선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의 정상화가 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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