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회계 공백, 해외는 보완 움직임...국내는 초기 단계
- [비트코인 트레저리]②
가격 반영 못하는 한계에…美, 제도 개편으로 대응
국내는 주석 공시 강화에 그쳐…전략적 활용은 아직 미흡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비트코인을 기업 금고에 담는 전략이 확산하면서 이제는 이를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보유 수량만 밝히는 방식으로는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투자자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기업 금고에 비트코인이 어떤 기준으로 장부에 기록되는지, 가격 상승과 하락이 손익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러한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각국의 해법은 나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적 실질을 재무제표에 직접 반영하기 위해 가치평가 원칙 자체를 바꾸는 과감한 방식을 택했다. 반면 한국은 기존 회계의 틀을 유지하면서 주석 공시를 강화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기업들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회계 기준의 차이를 넘어,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접근 방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동안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삼는 데 따른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 않는 데 있었다. 이는 현행 국제회계기준(IFRS)의 한계에서 비롯됐다. 2019년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 IC)는 가상자산을 매매 목적이면 재고자산, 그 외에는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스트래티지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회사는 2020년 이후 63만BTC 이상을 사들였지만 급락기마다 수십억달러의 손상차손을 떠안았다. 반대로 급등기에도 보유 자산의 경제적 가치는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실제 가치와 장부가치가 괴리되는 상황이 반복됐고, 투자자는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의 실질 규모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다.
미국, 비트코인 보유자산에 대한 회계처리 구체화
테슬라는 이 새로운 기준을 가장 먼저 적용한 사례였다. 2024년 말 재무제표에 공정가치 평가를 반영하면서 보유 비트코인의 장부가가 약 3억8600만달러(약 5300억원)에서 10억7400만달러(약 1조4800억원)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약 9500억원 규모의 평가이익이 순이익에 포함되면서, 비트코인이 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코인베이스도 조기 적용 기업에 포함됐다. 2024년 말 재무제표에서 디지털 자산을 공정가치로 반영하면서 분기마다의 시가 변동이 손익에 직접 드러났다. 이전까지는 취득원가에 묶여 실제 보유 규모와 장부가치 간 괴리가 컸지만, 기준 변경 이후에는 보유 자산의 시장 가치가 투자자들에게 즉시 전달됐다. 특히 회계 기준 변화가 기업 평가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당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에 발맞춰 2022년 제정한 ‘SAB 121’을 통해 고객이 거래소에 맡긴 가상자산을 대차대조표에 자산과 부채로 동시에 인식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이전까지 장부 밖에 머물던 수조원대 고객 자산이 회계장부 안으로 들어오면서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기회와 리스크가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게 됐다.

국내는 상세 내용 기재하는 가이드라인 제시
국내의 경우 전반적인 제도 틀을 유지하는 대신 공시를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3년 말 ‘가상자산 회계감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024년부터 상장사가 보유하거나 발행한 가상자산을 주석에 의무 기재하도록 했다.
기업은 보유 수량과 장부금액, 시장가치뿐 아니라 발행 토큰의 유통 현황, 내부 유보 물량의 활용 계획, 예치금 관리 방식, 위험 요인까지 공개하게 됐다. 약속을 이행하기 전까지는 토큰 판매 대금을 부채로 처리하도록 한 점도 특징이었다.
이는 회계 모델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투자자에게 다양한 원본 자료를 제공해 스스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게 하려는 접근이었다. 장부상 미실현 이익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제약은 여전했지만, 최소한 보유 수량과 시장가치를 함께 공개하게 함으로써 투자자는 기업이 가진 자산 규모와 현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은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생태계 신뢰 회복 차원에서 일부를 확보했고, 네오위즈홀딩스도 블록체인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자산을 담았다. 카카오와 넷마블 역시 신사업 실험이나 제한적 투자 성격으로 비트코인을 편입했을 뿐, 장기적인 재무 전략 차원에서 축적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실제 알려진 보유 규모를 살펴보면 위메이드 223BTC, 네오위즈홀딩스 123BTC, 카카오 39BTC, 넷마블 8BTC에 불과해 해외 주요 기업들이 수만 BTC 단위로 쌓아둔 사례와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공정가치 평가를 제도화하면서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전략 자산으로 편입하고 있다”며 “한국도 회계·공시 체계가 정비된 만큼 게임사나 IT기업을 넘어 대기업 등으로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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