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신뢰 회복과 리딩뱅크 재도약 과제
- [금융 CEO 열전]②
지난해 이어 올해도 잇따른 금융 사고…내부 통제 위한 리더십 주목
리딩뱅크 탈환 과제, 해외 사업 성과에 대한 관심↑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취임 이후 금융 서비스 확대와 실적 개선에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는 게 금융업계의 시각이다. 그중에서도 이 행장이 강조해온 ‘신뢰’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최근까지 이어진 금융사고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이탈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KB국민은행의 2025년 상반기 경영공시에 따르면 올해만 15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피해액이 10억 원 이상인 사고가 1분기에 1건, 2분기에 5건 발생했다. 국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 중 피해액 10억 원 이상 사고 기준 최다 건수다. 특히 다른 은행들이 대부분 ‘사기’ 유형에 집중돼 있는 반면, KB국민은행에서는 횡령(1건), 배임(2건)도 확인됐다.
사기는 타인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임직원이 고객을 속여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보이스피싱 등 외부 요인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반면 횡령은 임직원이 고객 자산이나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가져가는 것이고, 배임은 회사 이익을 해치면서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다.
이 행장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은행장으로 내정된 첫 출근길에 ‘신뢰’라는 말을 다섯 번이나 강조했다”며 “KB국민은행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이 아니라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엄격한 윤리의식에 기반한 정도영업으로 고객이 ‘KB는 다르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과거 사고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24년에도 KB국민은행에서는 7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3월 업무상 배임 104억 원 ▲4월 배임 273억 원, 배임 111억 원 ▲9월 사기 26억 원 ▲12월 배임 92억 원, 배임 41억 원, 외부 사기 14억 원 등이다. 대부분 임직원 문제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조직에서 모든 사고를 막기는 어렵지만, 횡령과 배임이 잇따르는 것은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신호”라며 “특히 자금을 관리하는 은행에서 임직원의 횡령이 발생한다는 점은 소비자 신뢰에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실적 개선에도 리딩뱅크 과제 남아
이환주 행장은 ‘리딩뱅크 재도약’을 또 하나의 과제로 안고 있다. 국내 금융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을 개선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반기 경영성과 보고서에서 “은행 이익의 큰 부분을 좌우하는 순이자마진(NIM)과 대출 규모 전망이 하반기에는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상반기 순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일회성 요인이 컸고 영업이익은 크게 늘지 않았다”며 “공정위의 은행 간 LTV 담합 과징금, 금융회사 수익에 대한 교육세 인상 방안 등도 이익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기준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잃었다. 하나은행에도 밀리며 3위에 그쳤다. 2024년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 3조6954억 원, 하나은행 3조3564억 원, KB국민은행 3조2518억 원 순이었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수천억 원의 충당부채를 반영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비이자이익 부문에서도 추가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올해 성적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분기 기준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2조1876억 원)으로 신한은행(2조2668억 원)에 이어 2위지만, 격차를 좁혀가는 모습이다.

해외 사업 흑자 전환에 성공, 성과와 한계
리딩뱅크 도약을 위해서는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도 필수다. 내수시장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의 해외 사업 성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대 은행 해외법인 순이익 총액은 4653억 원인데, 이 중 KB국민은행은 약 700억 원 수준에 그쳤다. 신한은행이 같은 기간 3152억 원을 벌어들이며 해외 부문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그럼에도 KB국민은행은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317억 원 적자였던 해외 사업은 올해 1000억 원 이상 이익으로 전환됐다. 특히 캄보디아 ‘KB프라삭’의 순이익은 11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은행 측은 “저금리 예수금 확대를 통한 조달비용 절감 효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인도네시아 ‘KB뱅크’(구 부코핀은행)는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 다만 손실 폭은 줄어 지난해 상반기 1011억 원에서 올해 538억 원으로 감소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글로벌 사업 안정화에 집중해 KB프라삭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KB뱅크의 성과 개선을 추진, 지속가능경영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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