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지속가능 공시 환경 변화…기업의 세 가지 대응 축[대신경제연구소 ESG인사이트]
- GRI·SASB·ESRS 표준 개정…기업 공시, 실용주의로
공시, 규제 대응 넘어 지속가능경영을 실행하는 전략

공시 키워드 변화 ‘실용성·이해관계자 중심’
국내외 지속가능성 공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보고 프레임워크인 GRI는 지난 6월 기후변화와 에너지 개정 표준을, SASB는 7월 산업별 공시기준 개정 초안을 발표했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도 7월 31일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ESRS) 개정 초안을 공개하는 등 글로벌 공시 표준 개정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시점 등을 포함한 정부 로드맵 발표가 예고되면서 기업들의 공시 체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개정된 공시 표준은 형식적 절차를 축소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이해관계자에게 목적적합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GRI는 기후변화 대응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아우르도록 포괄성을 강화했다. 특히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특정 이해관계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조직의 실질적 활동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한다.
SASB는 투자자의 관심 영역을 지표에 직접 반영했으며, 특정 국가 중심 지표를 수정하고 재무제표 및 글로벌 공시 기준과 작성 기준을 통일해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ESRS는 이해관계자에 유용한 정보에 집중하도록 필수 데이터 포인트를 57% 축소하고 중대성평가에 유연성을 부여해 기업의 접근성을 강화하면서 공시 품질 제고를 추구하고 있다.
합리적 공시 주제 선정의 중요성
기업은 공시 주제의 합리적 선정에 집중해야 한다. ESRS는 IROs(Impact, Risk and Opportunity)에 따른 주제 선정을 강조하며 ISSB의 ‘공정한 표현’ 원칙을 도입했다. 이는 기업에 영향을 미칠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를 식별하고, 정보이용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 공시를 요구하는 원칙이다.
ESRS 도입 시 전략적 맥락보다 중대성평가 절차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부정 영향 평가 시 예방·완화 노력 고려 여부의 불명확성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ESRS 개정안은 특정 지속가능성 주제가 산업군과 사업모델 분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도출된다면 무리한 정량화나 점수화 없이도 식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를 통해 중대성평가는 지속가능성 정보의 필터 역할을 수행하며, 조직은 실용적 관점에서 이슈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지표 변화에 대응…기업의 공시 체계 강화 전략은?
한국지속가능기준위원회(KSSB)는 ISSB 기반 국내 공시기준 초안을 마련했으며, 금융위원회는 ▲주요국 동향 ▲국내 기업 수용가능성 ▲정보 유용성을 고려해 공시 기준과 로드맵을 검토 중이다. 국제 표준 간 정합성 강화와 간소화 흐름은 한국형 공시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업들은 다음 세 가지 방안을 중심으로 공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첫 번째로 기업은 ‘중대성평가 고도화’를 해야한다. ESRS 개정안은 기업이 부정적 영향 식별을 위해 수행한 실사 결과를 중대성평가에 활용하는 등 조직이 합리적으로 지속가능성 관련 주제에 접근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리포팅을 위한 절차를 넘어 중대성평가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핵심 이슈 관리에 자원을 집중하고, 관련 역할과 책임·전략·관리·성과 등 내부 지속가능성 과제와 현황 점검에 중대성평가를 활용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외부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지난 7월 발간된 EFRAG ‘현황 보고서’(state of play)에 따르면 ESRS를 조기 적용한 기업들의 경우, 중대성평가에서 임직원·고객·공급업체·투자자 등 비즈니스 관련 그룹의 참여는 활발했으나 지역사회·노동조합·학계·비정부기구 등 사회적 이해관계자와의 상호작용은 미흡했다. OECD 금융시장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재무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ESRS는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칠 영향에 따라 주요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요성 평가 시 비즈니스적 영향과 더불어 사회적 관점의 영향을 식별하는 다양한 시도가 요구된다.
세 번째로는 ‘정량·정성 정보의 균형을 통한 보고 품질 유지’에 힘써야한다. 균형 잡힌 정량적 정보와 정성적 서술은 이해관계자에게 폭넓은 이해를 제공하고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유용성을 제공한다. GRI는 정성정보의 과도한 축소를 지양한다고 밝혔으며, IFRS와 ESRS는 ‘불확실하고 유용하지 않은 수치’나 ‘정보 제공에 기업의 과도한 비용이나 노력이 요구될 경우’에는 정량 정보 제공이 불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기업은 정량적 수치에 목적을 두지 말고 정성적 정보라도 기업의 실제 활동과 구체적 계획을 강조하는 공시 전략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규제 대응을 넘어 지속가능경영을 실행하는 경영 전략이다. 기업은 이해관계자 중심을 견지하고 중대성평가를 의사결정의 전제로 삼아, 목적적합성과 비교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시 체계를 실행 가능한 체계로 내재화하여 실용적이고 유연한 경영 도구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필자는 기업을 대상으로 진단·공시·공급망 평가 등 ESG 컨설팅을 수행해왔으며, 현재 대신경제연구소에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작성을 담당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의 변화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보고서 작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속보]與 "부동산 보유세 인상 문제, 아직 정리하고 있지 않아"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이데일리
김연경, 운명의 한일전 승부수…히든카드 출격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서울 전역 토허제에 '전세 3+3+3법'까지?…"임대차 시장 붕괴"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4분기에도 회사채 활황…에쓰오일·고려아연 줄줄이 대기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알테오젠, 올해 기술료 수확 2건 더 남았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