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캄보디아? 동남아도 안간다”...여행객 불안감에 항공업계 ‘폭풍전야’
- 캄보디아 사태에 동남아 여행 기피 현상
외교부 ‘여행금지’ 발령까지 겹쳐 이중고
LCC 업계 “큰 변화 無...사태 예의 주시 중”

여행객들 사이 '캄보디아 포비아'가 퍼지고 있다. 최근 잇따른 취업사기·감금 피해가 원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불안심리가 동남아 전역으로 퍼질 낌새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 노선의 경우 저비용항공사(LCC)의 핵심 수익원으로 꼽히는 만큼, 수요 위축 조짐은 항공업계 전반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16일 0시부로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를 발령했다. 여행금지 지역은 캄폿주 보코산 지역·바벳시·포이펫시 등이다. 이번 결정은 최근 캄보디아 내 불법 취업 알선·온라인 도박 등과 관련한 한국인 감금·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내려졌다.
한국의 여행경보는 총 4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 '여행유의'는 상황에 주의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여행은 가능하다. 2단계 '여행자제'는 여행이 가능하되, 가급적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3단계 '철수권고'는 현지 체류자의 철수를 권고하고, 신규 여행은 취소를 권장하는 단계다.
마지막 4단계 '여행금지'는 외교부가 지정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다. 해당 지역에 대한 모든 여행이 금지된다. 이 경우 한국 여권의 효력도 정지된다.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한국 여권으로는 공식적으로 '출국할 수 없는 지역'이 되는 셈이다. 여행금지 조치를 위반할 여권법 제26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외교부는 “여행금지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할 경우, 여권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국민들께서는 해당 지역 여행을 즉시 취소해달라”고 당부했다.

캄보디아는 지난해 약 67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며 전년 대비 22.9% 증가한 성과를 냈다. 관광은 캄보디아 경제의 핵심 축 중 하나다. 캄보디아 여러 산업과 함께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분야로 평가받는다.
캄보디아 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국 방문객 수는 17만171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에는 19만305명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관광객 대다수는 휴양·여행 목적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업무를 위한 방문은 전체의 약 2% 수준에 그쳤다. 캄보디아 방문의 목적은 사실상 ‘여행’인 셈이다.
문제는 여행객들의 심리다. 외교부와 경찰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 건수는 2022년 약 20건에서 2024년 220건로 늘더니, 올해 8월 기준 330건으로 폭증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인 사망 사고 까지 발생하면서, 여행객들의 불안함은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매년 동남아 여행을 떠났던 강모 씨는 “캄보디아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보면서 당분간 동남아 여행은 자제할 생각”이라며 “여행금지 조치가 풀리더라도 캄보디아 지역은 여행을 떠날 생각조차 없고, 베트남 같은 인근 지역도 당분간은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 여행을 계획하던 박모 씨도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는 사례를 보면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며 “피해자가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대응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보도를 봤는데, 불안한 감정이 들었다.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도 당분간은 방문을 자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노선은 LCC의 핵심 수익원이다. 일본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노선인 만큼, 태국·필리핀 등 동남아 휴양 노선의 여객 수요는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 등은 방콕·다낭·하노이·마닐라·세부 등 인기 노선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탑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가운데 동남아 노선 운항 규모가 가장 큰 항공사 중 하나로 꼽힌다. 인천·부산·대구 등 전국 주요 공항을 기반으로 하노이·호찌민·다낭·방콕·세부·마닐라·클락 등 7개국 20여 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전체 국제선의 약 40%가 동남아 노선일 정도다.
뒤를 잇는 티웨이항공은 단거리 중심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다낭·하노이·호찌민·세부·방콕 등 인기 노선뿐 아니라 푸꾸옥·코타키나발루 등 신흥 휴양지도 적극 공략 중이다.
진에어는 방콕·세부·다낭 등 주요 노선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 거점의 지역 기반 항공사로 세부·마닐라·나트랑 등 휴양지 노선에서 강세다. 에어서울도 다낭과 세부 등 인기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동남아 노선의 중요도가 큰 LCC 업계지만, 당장 여행객 수요 변화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캄보디아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추후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캄보디아 일부 지역 여행 금지와 관련해서 인근 동남아 국가 예매 취소율 추이는 현재까지 집계된 바 없다”며 “당장 동남아 노선까지 직접 타격을 입을 것이라 논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다만, 사안이 큰 만큼 관련해 예의주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장 캄보디아 사태와 관련해 동남아 노선에 대한 눈에 띄는 취소나 예약 변동은 없다”며 “물론 한 국가에 대해 여행금지를 내리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지만, 여행객들이 관광 목적으로 인구가 많은 곳을 방문하는 경우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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